천년 이상을 산 나무들이 죽고 있다
2018년 6월 22일  |  By:   |  과학  |  No Comment

로마 제국이 막 멸망했던 1,500년 전, 지금은 나미비아라 불리는 지역에 바오밥 나무 한 그루가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부시맨들은 후에 이 나무를 호마시라 불렀고, 어떤 이들은 아프리카어로 “큰 나무”를 뜻하는 그룻붐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역사와 무관하게 호마시는 계속 자랐습니다. 인간이 지폐와 인쇄술, 자동차, 컴퓨터를 발명할 동안, 호마시는 줄기를 늘이고 가지를 뻗어, 다섯개의 몸통에 32미터의 키와 그 정도의 둘레를 가진 거대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2004년, 호마시는 죽고 말았습니다.

그 죽음은 매우 갑작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우기가 끝나는 3월에 호마시는 꽃을 활짝 피웠지만, 6월 말, 갑자기 생명력을 잃고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거대한 몸통에서 줄기들이 하나씩 꺾어졌고, 2005년 첫 날, 마지막 가지가 떨어져 1,500년의 삶을 마쳤습니다.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흔히 발견되는 바오밥나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속씨 식물이며, 아마도 가장 오래 사는 나무일 겁니다. 가지의 모양이 마치 뿌리와 같아서 거꾸로(upside-down) 나무라 불리기도 하며, 과일에 영양소가 풍부해 원숭이빵 나무라고도 불립니다. 이렇게 특별히 긴 수명을 가진 바오밥나무가 최근 집단으로 말라 죽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호마시 주변에는 일곱 그루의 바오밥 나무가 있었지만, 2년 사이에 여섯 그루가 말라죽었습니다.

이는 우연한 사건이 아닙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13 그루의 바오밥 나무 중 넷이 지난 12년 사이에 죽었고, 다섯 그루는 가장 큰 몸통이 마른 상태로 지금 죽어가고 있습니다. “2천년 이상을 살 수 있는 이 멋진 나무가 하나 하나 죽어가고 있습니다.” 바오밥 나무의 죽음을 기록하고 있는 로마니아 바베스-볼리야이 대학의 아드리안 패트럿의 말입니다. “우리 짧은 인생에서 이들의 연이은 죽음을 보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바오밥 나무의 몸통 내부는 종종 텅 비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공간을 상점, 집, 성당, 심지어 감옥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보통 나무 속이 비는 이유는 그 나무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오밥은 새로운 줄기를 원형으로 만들어내며, 이 때문에 빈 공간이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빈 공간 내부는 나무 껍질로 덮이게 됩니다.

패트럿은 지구상의 거의 모든 거대한 바오밥 나무를 찾아 탄소 연대법을 이용해 수령을 측정했습니다. 그의 연구팀은 나무에 작은 구멍을 뚫어 샘플을 꺼내고 이를 미국으로 보내 분석합니다. 이를 통해 그 나무가 얼마나 오래된 나무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유럽의 탐험가들은 한때 바오밥 나무가 5천년을 산다고 생각했지만, 이들의 실제 수령을 계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들은 다른 나무처럼 매년 나이테를 만들지 않으며, 설사 만들 때에도 매우 희미하게만 나타납니다. 탄소연대법 만이 이 나무들의 나이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입니다.

패트럿의 연구팀이 발견한 가장 오래된 나무는 2011년 사망한 짐바브웨의 판케 바오밥 나무로, 사망 당시 나이는 2,500살 이상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나미비아의 도어슬랜드붐 나무와 남아프리카의 글렌코 나무 또한 2천 살 이상입니다. 이 두 나무의 가장 크고 오래된 줄기는 말라죽었지만 다른 줄기가 아직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크고 유명한 플랫랜드 나무는 2016년과 2017년 사이에 다섯 개의 줄기가 모두 죽었습니다.

말라 죽은 나무는 매우 빨리 썩기 때문에, 과거에도 바오밥 나무들이 이렇게 죽어갔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1,500 살에서 2,000 살 사이의 나무들 중 70%가 지난 12년 동안 죽었다는 것은 분명히 이상한 일입니다.” 채플힐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에리카 와이스의 말입니다. “기후 변화 외의 다른 이유를 생각하기 힘드네요.”

패트럿도 동의합니다. 그는 원래 호마시가 질병에 의해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어떤 나무들도 감염의 징후를 보이지 않았고, 이들의 죽음 사이에 감염에 의한 패턴이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국립공원 내에 있어 인간 활동의 영향을 크게 받지도 않았습니다. 패트럿은 “지난 10년에서 15년 사이 남부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유례없는 고온과 가뭄”이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연중 강우량 또한 들쑥날쑥해 이 거대한 나무를 괴롭혔습니다. 이들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덩치의 70에서 80 퍼센트 만큼이 물로 채워져 있어야 합니다. “잎이 나고 꽃이 필 때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바오밥 나무였던 보츠와나의 챕맨 나무가 그렇게 죽었습니다. 2015년 우기는 원래 9월에 시작했어야 하지만 계속 늦어져 2016년 2월에야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1월에 쓰러진 챕맨 나무의 줄기에는 겨우 40 퍼센트만 물이 차 있었습니다.

이는 사실 바오밥 나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래된 나무들이 쓰러지는 것은 전세계적인 현상입니다. “2001년 이후 와이오밍, 아이다호, 몬타나 등의 숲에서도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바오밥 나무만큼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400살에서 500살 정도 되는 나무들입니다. 해충 또한 이들이 죽는 원인이지만, 사실 이 나무들은 지난 500년 동안 해충을 견뎌내어온 나무들입니다. 어떤 요인이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아틀란틱, Ed Yong)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