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뇌파, 언어의 관계
2018년 6월 15일  |  By:   |  과학  |  No Comment

뉴욕대학의 데이비드 포펠은 자신의 분야인 뇌과학과 신경심리학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열변을 토했습니다. “수많은 데이터가 쌓이고 있지만 이를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에서 그가 한 말입니다. 그는 뇌신경의 연결을 보는 실험들이 가진 “인식론적 빈곤”을 탓하며, 이 실험들이 실제 그 사람의 행동이나 심리와 아무런 관계를 가지지 못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런 부분적인 관찰들을 모아서 언젠가 의미있는 그림이 나올 것이라는 희망은 헛된 상상에 불과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가장 많이 연구된 C. 엘레강스라는 선충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이 생명체에 대해 우리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생명체의 모든 유전자와 302개의 뉴런, 그리고 그 뉴런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C. 엘레강스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그럴듯한 모델은 없지요. 우리는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겁니다.”

포펠은 문제점만을 지적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최근 인간의 언어와 관련해 뇌의 활동과 실제 언어 사이의 놀라운 관계를 밝혔습니다.

포펠의 의견과 비슷한 비판은 1970년대 부터 있었습니다. 당시 영향력 있던 계산 뇌과학자인 데이비드 마(David Marr)는 뇌 혹은 다른 정보처리 시스템이 어떻게 행동하며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그 시스템에 주어지는 문제와 이 시스템이 뱉는 답(그는 이를 분석의 계산과학적 수준이라 불렀습니다)을 이용해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시스템이 어떻게 동작하는지(알고리듬 분석) 혹은 이것이 어떻게 물리적으로 이루어지는지(이행 분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마는 사후 출판된 그의 책 “시각: 인간의 시각 정보 처리와 표현에 대한 계산과학적 연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 뉴런을 연구함으로써 지각을 이해하려 하는 것은 깃털을 연구해 새의 비행을 이해하려는 것과 같다.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포펠과 그의 동료들은 지난해 뉴런 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전통을 따랐습니다. 그들은 뇌를 측정하고 조작하는 “강력한” 도구들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오히려 과학자들로 하여금 길을 잃게 만들었다고 썼습니다. 지금 이 분야에서는 특정한 행동이 특정한 뉴런의 패턴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보는 수많은 실험이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쥐가 어떤 미로를 통과할 때 어떤 영역의 뉴런들이 활발해지는지를 보는 식입니다. 그러나 이 실험들은 쥐가 길을 선택할 때 뇌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놓치게 됩니다. 혹은 쥐가 스트레스를 받을때 뉴런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볼 수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연구가 평소 쥐의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전혀 포착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실험실 속 미로를 탐험하는 쥐는 야생에서 굴을 팔 때와 전혀 다른 정신 상태에 있을 것이며, 이런 실험으로 알게된 결과를 일반화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일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대로된 실험을 구상해야합니다.

그의 이런 비판에 대해 곧바로 그가 비토하는 이 분야에 의해 뇌과학의 엄청난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반박이 있을 것입니다. 포펠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뉴런의 조작이나 생성에 대한 연구보다 어떤 실제 행동을 시스템 분석을 통해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신경이나 유전적 세부 사실보다 인지적, 감정적 현상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말합니다. 적어도 이러한 분석은 보다 생산적인 연구를 가능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입니다.

최근 포펠과 그의 실험실 포닥인 M. 플로렌스 아사네오는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제출한 논문을 통해 이를 보였습니다. 그들은 뇌가 언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연구하며 “어떻게 음파가 뇌에 의미를 전달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을 밝혔습니다.

사람들은 소리를 들을 때, 먼저 그 음파가 귀에 의해 신경 신호로 바뀌며 뇌의 청각 피질로 넘어간뒤 다시 뇌의 다양한 부분으로 전달되어 해석합니다. 신경생리학 분야의 오랜 연구를 통해 이 청각 피질 신경 신호의 파형은 실제 음파의 포락선(envelope)을 따라간다는 것이 밝혀져 있습니다. 곧, 소리 크기의 변화를 따라가는 것입니다. 포펠은 이를 “뇌파는 음파 위를 미끄러진다”고 표현합니다. 이러한 “동기화”를 통해 뇌는 음성을 처리가능한 조각으로 나누어 처리하게 됩니다.

몇몇 연구는 흥미롭게도,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 청각 피질 뿐 아니라 스스로 말을 할 때 사용하는 운동 피질에서도 이러한 동기화된 신경 신호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마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때 조용하게 그 말을 따라하는 것과 같이 행동한다는 것이며, 이는 어쩌면 이해를 더 잘하기 위해서일 수 있습니다. (아사네오는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이 운동 피질의 동기화가 항상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청각 피질이 이러한 운동 피질의 동기화를 직접 일으키는지, 혹은 뇌의 다른 부분이 같이 관여하는 것인지도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아사네오와 포펠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 언어의 사용과 신경생리학을 연결하는 새로운 참신한 실험을 계획했습니다. 그들은 청각 피질의 동기화된 신호가 4.5 헤르츠 정도라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이 값은 일반적인 언어에서 음절의 주기에 해당합니다. (역주: 1초에 다섯 글자)

그들은 사람들에게 아무 의미없는 음절을 1초에 두 글자에서 일곱 글자까지 들려주면서 청각 피질과 운동 피질의 신호를 측정했습니다. (그들이 의미없는 음절을 사용한 이유는 의미가 있는 내용일 때 운동 피질에 영향을 주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녀는 “의미있는 소리를 들려줄 경우 뇌의 반응은 보다 복잡합니다” 라고 말합니다.) 만약 청각 피질의 신호가 운동 피질의 신호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음절의 속도가 바뀔 때 두 신호 또한 계속 동기화되어야 합니다. 만약 운동 피질이 독립적인 것이라면, 운동피질의 신호는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포펠은 실험 결과가 더 흥미롭고 놀라웠다고 말합니다. 청각 피질과 운동 피질은 초당 다섯 글자 까지는 동기화되어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속도가 일반적인 언어의 속도를 넘어서자, 운동 피질의 신호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계산과학 모델은 운동 피질이 자연적인 속도인 초당 네 글자에서 다섯 글자 사이로 작동하는 내부 진동자를 가지고 있을때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포펠과 아사네오는 이번 결과가 그들의 행동 기반 접근법의 가치를 알려준다고 말합니다. 그들이 가진 장비는 뇌의 160개 영역을 1헤르츠 단위로 측정하기 때문에, 만약 이 신호들의 연관성만을 보았다면, 매우 많은 가짜 신호들을 잡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언어학과 실제 언어의 지식, 곧 4에서 5헤르츠가 모든 언어에서 나타난다는 사실로부터 의미있는 연구결과를 얻었습니다. 또한 이들이 밝힌 청각 피질과 운동 피질 사이의 관계도 기존의 연구방식으로는 알 수 없었던 내용입니다.

아사네오는 뇌와 음성의 리듬이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를 계속 연구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보다 자연스러운 청음 경험에서 동기화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볼 계획입니다.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나, 듣는 사람의 주의가 동기화의 범위를 바꿀 가능성이 있습니다.”

(노틸러스, John Ren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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