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이전에 지구에 문명이 있었을까요?(2/2)
5,600만 년 전, 지구는 팔레오세-에오세 극온난기(PETM)를 겪었습니다. 그 시기, 지구의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섭씨 7도 이상 높았습니다. 거의 모든 얼음이 녹았고, 북극과 남극 온도는 여름에도 20도에 육박했습니다. PETM 시기에도 탄소와 산소의 동위원소 비율이 오늘날처럼 크게 변했습니다. PETM 시기 외에도 인류가 미래에 남길 가능성이 있는 지질학적 변화들이 관찰된 시기가 있습니다. 그중에는 PETM 시기 약 2백만 년 이후 있었던 에오세기의 신비한 기원(Eocene Layers of Mysterious Origin)과 백악기에 수백만 년 이상 계속된 바닷속 산소 부족 사태도 있습니다.
위의 시기가 정말 다른 생물 종의 고도화된 문명의 흔적일까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PETM이 화석연료 속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었기 때문에 발생했을 수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변화가 얼마나 긴 시간에 걸쳐 일어났는가 하는 것입니다. PETM 시기의 동위원소 변화는 수십만 년에 걸쳐 올라갔다가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화석연료의 탄소를 대기 중에 내뿜는 속도는 이와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지구 역사 중 이산화탄소의 양이 오늘날만큼 혹은 오늘날보다 더 높았던 적은 있지만, 수십억 년의 지구 역사 중 이렇게 빨리 화석 속 탄소를 대기 중으로 다시 날려 보낸 전례는 없습니다. 즉, 지질학적 증거를 통해 관측 가능한 동위원소 변화 중에는 실루리안 가설이 들어맞을 정도로 급격한 변화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만약 과거의 어떤 생물 종의 문명이 매우 짧게 존재했다면 우리는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PETM 시기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어떤 지질학적 변화에 대응하는 지구의 반응속도이지, 그 변화를 일으킨 원인의 속도는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고대의 지층을 통해 특정 시기에 매우 짧게 존재한 문명을 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매우 특별한 조사 방법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는 만약 우리가 그 시기를 특별히 주의해서 조사하지 않는다면, 이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아마 이것이 우리가 이번 연구에서 내린 가장 확실한 결론일 것입니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가설을 제안하는 논문을 쓰는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개빈과 나는 5천만 년 전 팔레오세기에 어떤 문명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고대의 발달한 문명을 “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문명의 발전이 그 행성에 어떤 일반적인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야 했습니다. 이는 정확히 기후변화에 대해 우주생물학이 가질 수 있는 관점입니다. 문명은 그 행성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시설물을 만들 것입니다. 한 문명이 행성 전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으로 발달하면 행성 자체의 환경(대기, 바다, 육지)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우리 문명처럼 기술의 사다리를 계속 올라가고 있는 신생 문명의 경우 특별히 들어맞는 사실입니다. 쉽게 말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거죠. 에너지원 중에는 태양열처럼 영향을 덜 미치는 것도 있지만, 어쨌든 행성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전체 행성을 문명화할 수는 없습니다.
그 문명이 기후 변화와 같은 사건을 겪으면서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에너지원을 찾게 될 경우, 그 문명이 미래에 남기는 흔적 역시 작아질 것입니다. 즉, 문명이 더 지속 가능해질수록 우리가 미래 세대에 보내는 신호의 크기는 줄어드는 것입니다.
우리 연구는 또한, 외계의 다른 행성들 역시 이러한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문명의 성장과 쇠퇴를 겪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문명이 화석 연료를 사용하게 되면, 이로 인한 기후 변화는 해양의 산소 농도를 크게 떨어뜨립니다. 해양 무산소증(ocean anoxia)라 불리는 이런 상태는 석유와 석탄 등의 화석 연료를 처음부터 다시 축적해야 하는 상황을 만듭니다. 이를 통해 한 문명의 종말은 미래의 새로운 문명이 탄생할 씨앗이 됩니다.
아주 먼 과거에 문명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따지면서 우리는 문명의 탄생을 포함한, 생태계의 진화를 설명하는 보편적인 규칙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팔레오세기에는 온실가스를 내뿜는 트럭이 없었지만, 우리는 기후 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틀란틱, Adam Fr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