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의 자율주행차 인명사고로 드러난 기술의 맹점들
지난 18일 밤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에서 보행자가 우버의 SUV 자율주행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템피 경찰서장 실비아 모이어의 발표를 인용해 숨진 일레인 허츠버그(49) 씨가 가장 가까운 횡단보도에서 약 100m쯤 떨어진 차량 통행이 잦은 도로에서 자전거를 끌고 가고 있었으며, 제한속도 시속 35마일(약 56km/h) 구역에서 시속 38마일(약 61km/h)로 달리던 차량 앞에 들어왔다고 말했습니다. 사고가 일어나자 우버는 피닉스, 피츠버그,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토론토에서 진행 중이던 무인 자동차 테스트를 일시 중단하였습니다.
이번 사고는 자율주행차에 의한 첫 번째 인명 사고로 자율주행차가 공공도로에서 운행할 준비가 되었는지 다시 한번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자동차의 카메라와 기타 센서는 피해자를 감지하지 못했으며, 보행자를 피해 가려는 시도나 브레이크를 밟는 시도 또한 없었습니다. 사고를 낸 볼보 XC90 SUV 차량에 안전 요원으로 탑승해 있던 우버 직원은 경찰 조사에서 (보행자를) 피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자율주행차는 센서와 데이터 시스템의 조합에 의존하여 길을 찾고 장애물을 피합니다. 차량에는 일반적으로 위치 정보시스템(GPS), 라이다(LiDAR, 빛 탐지 및 범위 설정), 레이더, 카메라와 더불어 차선 표시나 자전거, 기타 차량과 보행자를 감지할 수 있는 도구들이 탑재되어 있고, 시스템마다 특정 강점과 취약점이 있습니다. 코넬대학교 지능정보시스템 연구소장인 바트 셀먼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자율주행차의 사고에서 발견한 사실 중 하나는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사고들이 이상해 보인다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자율주행차는 대부분 인간 운전자와 달리 사고 직전에 브레이크를 밟지 않습니다. 자율주행차는 센서가 감지하는 대로 결정을 내리기 때문입니다. 센서가 아무것도 감지하지 못하면 자율주행차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게 됩니다.”
2016년 5월에는 테슬라 세단 S의 보조 운전 기능(Driver-assist Autopilot technology)이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당시 주행 차선을 가로질러 좌회전 중이던 트레일러와의 충돌을 피하려면 브레이크를 밟았어야 했지만, 해당 차량(의 보조 운전 기능)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고, 결국 테슬라 운전자는 사망했습니다.
우버 사고는 현지 시각으로 밤 10시쯤 일어났습니다. 자동차의 카메라가 보행자를 보지 못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카네기멜론 대학교 사이랩 보안 및 개인 정보 연구소의 라구나산 라즈쿠마르 교수는 라이다(LiDAR)와 레이다는 밤이라도 제대로 작동했어야 한다며 보행자를 보지 못한 것은 이상하다고 말했습니다.
“자율주행차는 횡단보도를 인식하고 길을 건너는 사람에게 양보하도록 훈련됩니다. 심지어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할 때에도 자율주행차는 이를 길 위의 장애물로 인식하고 멈추게 되어있습니다.”
(라즈쿠마르 교수는 2007년 DARPA의 어번 챌린지에서 수상한 “Boss” SUV를 포함, 카네기멜론 대학교의 자율주행차 개발을 이끌어왔습니다).
우버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수많은 회사 가운데 하나로, 궁극적으로 완전하게 스스로 운전하는 차량을 서비스에 활용하려는 목적 아래 연구를 계속해 왔습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소유한 웨이모는 템피를 포함한 애리조나주 전역과 캘리포니아주, 디트로이트, 오스틴과 기타 도시에서 유사한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주요 차이점이 있다면, 웨이모는 사람이 안전 요원으로 탑승하지도 않은 채 아예 운전자가 없는 자동차를 10월부터 애리조나주에서 테스트해 왔다는 점입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자회사의 로드스터에 무인 기술을 탑재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로드스터는 오토파일럿 운전자 보조 기능을 탑재하고 있고, 아직 사람의 제어가 필요합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전산, 정보과학 및 의사결정 공학부 교수 수바로 캄바파티는 자율주행차에 인간 운전자를 탑승시키는 우버의 정책이 이번 사고 이후 아마도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능은 사실 아주 보조적인 역할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운전한다는 뜻을 지닌 오토파일럿이라는 이름이 과분합니다. 하지만 우버가 시험하던 차들은 완전한 자율 주행을 목표로 하는 차량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곳 피닉스 주변 이스트밸리 지역에서 시험 운행하는 우버 자율주행차에는 웨이모와 달리 항상 안전 요원이 탑승해 있죠. 이들은 곤란한 상황이 되면 바로 개입하라는 지침에 따라 움직입니다.”
라즈쿠마르 교수는 우버의 자동차가 완전히 무인차가 되기에는 아직 기술이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인간 운전자가 탑승한다고 말합니다. “인간 운전자는 안전에 있어 담당하는 역할이 매우 명확합니다.” 도로에서는 자율주행차의 소프트웨어가 처리할 수 없는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는 많은 상황에서 운전하지만, 모든 상황을 다 운전해보는 것은 아닙니다. 얼음이나 눈이 차선을 가렸을 때처럼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을 때나, 택시 여러 대가 꽉 막힌 도로를 마구 헤집고 가거나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하는 도심 지역에서는 인간이 운전대를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에서 신흥 기술, 법 및 윤리를 연구하는 게리 마찬트 교수는, 인간 운전자는 안전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사고는 대부분 예측할 수 없고 갑자기 발생하기 때문에, 사고가 나기 직전에 인간이 자율주행 시스템 대신 운전하더라도 충돌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마찬트 교수는 말합니다. 우버는 3월 19일 트위터 계정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발표했습니다.
희생자 가족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저희는 템피 경찰서 및 지역 관계자의 조사 과정에 전적으로 협조하고 있습니다.
연방 교통안전위원회도 월요일 템피에 사고 조사팀을 보내면서 “자율주행차 주변 환경, 다른 차들과 보행자 및 자전거 타는 사람들과 같이 사고에 취약한 도로 사용자와의 상호 작용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캄바파티 교수는 자율주행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조만간 어떻게든 일어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예상하던 차였다고 말했습니다.
“애리조나의 더그 듀시 주지사는 자율주행차 회사들과 공공연하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그 덕분에 피닉스 도심은 교외에서 운행하는 우버와 웨이모의 자율주행차들이 심심치 않게 드나드는 자율주행차 시험장이 되었습니다.”
라즈쿠마르 교수는 이런 사고가 곧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자율주행 기술을 실제로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도로에서 주행 시험을 해보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많은 테스트를 할 수 있지만, 그런 모의 테스트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자율주행차가 현실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예측 불가의 상황들을 완전히 다 만들어낼 수는 없으니까요. 이번 사고는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자들이 항상 두려워하는 시나리오입니다. 하지만 큰 그림을 보면 이 기술은 여전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교통사고와 사상자의 수를 줄여서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과도기를 겪는 중이고, 저에게는 이 과도기가 바로 힘든 부분입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