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기후를 분간하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
2018년 1월 2일  |  By:   |  세계  |  No Comment

지난주 목요일, 그러니까 지난해 말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개인 휴양지 마라고에서 휴가를 즐기며 사흘 내내 골프를 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트윗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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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예보를 보니 동부 지방의 연말은 역사상 가장 추울 것이라고 하는군요. 말 같지도 않은 지구 온난화가 어쩌구저쩌구 하며 기후변화 대책에 소중한 우리의 혈세 수천만 달러를 써야 한다고 외쳐대던 사람들에게 거기에 쓸 돈 조금만 빼서 춥지 않은 겨울 나게 하면 어떨까 싶네요. 다들 따뜻한 연말 보냅시다!”

섭씨 21도 정도의 포근한 플로리다의 휴양지에 앉아 멀리 북동부의 추위를 느끼며 올린 트윗인데, 다들 아시겠지만 여기서 작동하는 트러프 대통령의 논리라는 건 간단합니다.

이렇게 살을 에는 추위가 계속되는데 기후변화나 지구 온난화가 정말 실재하는 것이 맞나?

3년 전 비슷한 사고방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이가 있었습니다. 오클라호마주 출신 공화당 상원의원 제임스 인호프였죠. 인호프 의원은 2015년 2월 상원 건물 밖에 쌓인 눈을 뭉쳐 의회로 들고 왔습니다. 눈뭉치는 지구 온난화에 반대하기 위해 준비한 인호프 의원의 소품이었습니다. 당시 상원 공공환경사업 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그는 눈덩이를 의회 건물 바닥에 툭 던지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혹시 동료 의원님들 잊으셨을까봐 다시 말씀드리는데, 지난해, 즉 2014년이 근 몇백 년 사이 가장 따뜻했던 해라고들 합니다. 의장님께 묻겠습니다. 지금 제가 손에 들고 있는 이게 뭔지 아시겠습니까? 의사당 건물 바로 밖에 쌓인 눈입니다. 지금 다들 아시겠지만, 밖은 정말 정말 춥습니다. 날이 풀려야 할 때가 한참 지났는데도 추워요.

인호프 의원이 날씨를 조작한 건 물론 아닙니다. 그럴 수 있는 일도 아니고요. 실제로 그해, 그날 워싱턴DC는 무척 추웠습니다.

그럼 이제 트럼프 대통령과 인호프 의원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헷갈려하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핵심 개념을 짚어볼까요? 정말 간단합니다. 둘은 날씨(weather)와 기후(climate)를 분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혹은 일부러 분간하지 않았을 수도 있죠.

나사(NASA)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두 개념의 차이를 먼저 보겠습니다.

날씨는 짧은 기간 대기의 상태와 거기서 비롯된 자연 현상을 뜻하고, 기후는 상대적으로 훨씬 더 긴 시간 동안 대기의 변화에 따라 일어나는 자연 현상이다.

어느 날, 아니면 어느 주, 심지어 어느 한 달 내내 엄청 추웠다고 해도 기후가 차가워졌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기후가 따뜻해지거나 차가워지는 것을 결정하는 시간은 훨씬 길어야 하기 때문이죠. 여름날 폭염이 지속되거나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더웠던 여름을 한 번 겪더라도 그것만으로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반대로 지구 온난화를 이야기하는 과학자들은 훨씬 긴 시간 관찰하고 측정해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말합니다. 실제로 지구는 더워지고 있습니다. 기후가 따뜻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1880년대부터 매년 측정한 기록을 토대로 살펴보면 지난해 10월은 역사상 두 번째로 따뜻한 10월이었습니다. 한 해의 첫 열 달의 평균기온을 보더라도 2017년 1~10월은 역시 역사상 두 번째로 따뜻했습니다. 그렇다면 1위는? 바로 그 전 해인 2016년이었습니다. 날씨 전문 방송인 웨더채널에 따르면 벌써 140년을 향해가는 기상 관측 역사상 올 2018년은 적어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경쟁 상대는 앞선 두 해가 되겠죠.) 미국 기상청에 따르면 가장 더웠던 해 1위부터 8위가 모두 1998년 이후에 있습니다. (순서대로 나열하면 2016, 2015, 2014, 2010, 2013, 2005, 2009, 1998년)

이제 명확히 정리가 되죠. 지난 137년간 쌓은 기록과 증거는 지구의 기후가 변하고 있다고 대단히 명확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의 권한에 기대 한 가지 사실만 더 전하면 “기후 변화에 관한 연구 논문을 낸 과학자 가운데 97%는 기후변화가 실재하는 것뿐 아니라 현재 일어나는 기후변화의 원인이 인간의 활동 때문이라는 데도 동의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무슨 말을 올리든 그건 개인의 자유입니다. 어차피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할 분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훨씬 넓은 의미의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근거로 춥디 추운 바깥날씨를 언급하는 것은 정확하지도 않고 사실에 기반을 둔 주장도 아니며, 그렇다고 재미있지도 않은, 그냥 헛소리에 불과합니다.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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