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로부터 듣는 CEO로 일하며 얻은 교훈 (2/3)
리더십에 관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덕목
리더십에 관해 꼭 알아야 할 한 가지를 정리했다는 제목은 수많은 ‘낚시성 기사’를 낳았습니다. 리더십이라는 게 그만큼 어렵고 복잡해서 어디선가 나타난 현인이 리더십의 비결을 알려주겠다고 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관심을 보일 겁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리더십이라는 게 본질적으로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리더십에 관한 수많은 특징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어떤 것은 덜 중요한 것도 아닙니다. 결국, 사람을 이끌고 사람들로 이뤄진 조직을 관리하는 일이 리더십인데, 사람이란 존재가 또 대단히 복잡합니다. 리더십의 본질은 모순투성이인 인간과 인간의 상호작용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리더는 항상 겸손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가 다 알고 있다고 자만하는 리더는 결코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내가 모르는 것이 있음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필요한 정보를 다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결정을 내리는 결단력과 자신감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적당히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창의력이 발현되고 혁신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물론 지나치게 질서가 안 잡힌 상황은 모든 게 혼란스러울 뿐이겠지만요.
다른 사람을 잘 챙기고 그 사람과 공감하는 능력은 무척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이 팀워크를 망치며 해를 끼치기만 하면 그 사람을 걸러내고 배제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필요할 때는 톱니바퀴 돌아가듯 일을 재빨리 처리할 수 있는 팀을 꾸려야 하지만, 반대로 팀원 각자가 발을 맞춰가며 나아갈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할 때도 있습니다. 빈곤 문제에 맞서 사업을 하는 단체를 지원하는 아큐멘 펀드(Acumen Fund)의 CEO 재클린 노보그라츠(Jacqueline Novogratz)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사실 여러 가치를 한 쌍으로 인식하곤 해요. 두 가치는 종종 긴장 관계에 있기도 하고,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기도 하죠. 귀를 열고 듣는 것과 다른 사람을 이끄는 리더십은 상보적인 가치입니다.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과 다른 이를 포용하는 너그러움도 그렇고요. 겸손함과 담대함도 비슷하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데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가난한 곳에 사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며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데는 담대함이 필요합니다.
리더십에 관해 가장 중요한 두 번째 덕목
이제부터 하려는 말은 앞에서 한 말과는 어쩌면 전혀 다른 소리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저를 보고 뭐라고 하셔도 할 말은 없습니다.
바로 앞에 리더십에 뭐가 중요하다고 잔뜩 써놓았지만, 그래도 저더러 효과적인 리더십에 가장 중요한 덕목을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신뢰를 얻는 것, 다시 말해 팀원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리더가 되는 것을 꼽겠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같이 일하고 옆에서 지켜보면서 직장 상사를 평가합니다. 리더가 우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줄지, 팀원들에게 솔직히 털어놓을 건 털어놓고 팀워크를 다져가며 일해야 할 때 사실을 가감 없이 이야기할지, 자기의 실수는 자기가 책임지고 다른 사람한테 덮어씌우지 않으며 반대로 일을 잘 한 팀원은 그에 맞는 인정을 받도록 신경 써줄지, 부하 직원을 자산이 아니라 사람으로 대우해줄지, 아랫사람한테 잘 하는 만큼 자신의 윗사람에게도 잘 해서 팀을 돋보이게 해줄 수 있을지 등 직장 상사를 향한 수많은 판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결국 그 사람을 향한 신뢰입니다.
포드자동차(Ford Motor Company)의 CEO를 역임했고, 코너오피스와 인터뷰했을 때는 스틸케이스(Steelcase)를 경영하고 있던 제임스 해켓(James Hackett)은 이를 다음과 같이 명쾌히 정리했습니다.
누군가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그 사람을 이끄는 건 절대 불가능해요. 다른 사람에게 진솔하지 않으면 그 사람의 신뢰를 얻을 수 없고요.
누군가로부터 신뢰를 얻는다는 것은 자기를 위해 일하는 사람을 그만큼 존중하고 아낀다는 것과 비슷한 말입니다. 슈렉을 제작한 할리우드의 최고경영자 제프리 카첸버그(Jeffrey Katzenberg)가 내린 정의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리더십이라는 건 결국 리더를 따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입니다. 리더의 수준은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수준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입니다. 저는 자신을 따라주는 사람을 리더가 얼마나 존중해주느냐에 그 사람들의 수준이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팀원들이 리더를 얼마나 존경하고 따르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리더가 팀원들을 얼마나 존중하느냐입니다. 그게 결국 모든 걸 결정하죠.
리더십의 다양한 측면에 관한 여러 논의를 접하다 보면 저는 가끔 러시아의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가 생각납니다. 리더십의 덕목이라 부를 만한 것들이 사실은 더 큰 가치의 일부분이고, 그 가치는 또 더 큰 가치의 일부분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죠. 그러나 저는 다시 모순투성인 인간이 다른 사람을 믿을 만하다고 여기는 건 대단히 복잡한 사고과정이 아니라 마치 주변 자극에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도마뱀처럼 의외로 단순한 인상 혹은 감각의 산물이라는 점을 떠올립니다.
전기, 수도 등 공공부문의 업체 여러 곳을 거느린 지주회사 에디슨 인터내셔널(Edison International)의 CEO 페드로 피사로(Pedro J. Pizarro)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의 직관이라는 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정말 뛰어납니다. 특히 사람들은 윗사람을 보고 평가할 때 아랫사람을 볼 때보다 더 뛰어난 직관을 발휘하곤 합니다.
‘문화는 종교나 다름없는 것’
많은 회사가 성장하고 진화하면서 통과의례처럼 거치는 과정이 있습니다. 어느 시점에 경영진은 회사 전체의 문화를 만들자며 여러 가지 가치를 앞세워 일종의 사내 캠페인을 벌입니다. 다양한 가치들이 갑자기 일터에 범람하기 시작합니다. 간단한 표어 같은 것부터 장문의 사내 편지까지 형태도 다양하고, 예측할 수 있는 내용도 있지만, 동시에 뜬금없는 소리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캠페인을 벌이다 보면 반드시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사례로 들 만한 것이 있는지에 관한 질문이죠. 제가 찾아낸 몇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짧은 문구가 긴 편지보다 대체로 낫습니다. 실제로 그 회사의 미션이나 가치를 물어봤을 때 CEO조차 이를 단번에 기억해내지 못하고 더듬을 때가 더러 있습니다. 열에 아홉은 회사의 미션이 다섯 문장도 넘는 줄글에 가까울 만큼 길어서 그렇습니다. 회사의 미션을 앞장서 실천해야 할 리더가 미션을 외우지도 못하는데, 직원들이 미션을 과연 얼마나 소중히 여길까요?
물론 이건 제 의견일 뿐,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분도 많을 겁니다. 지금은 대형 헤지펀드가 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트(Bridgewater Associate)의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Ray Dalio)도 그럴 겁니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트의 윤리 강령만 해도 수백 가지는 될 테니까요. 하지만 회사의 가치나 원칙, 윤리 강령을 성문화한 회사가 직원들에게 그 내용을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는지 깜짝 퀴즈를 내보면 결과가 어떨까요?
이런 가치는 그저 반복해서 되뇐다고 알아서 실현되는 게 아닙니다. 실제로 내재화하고 구성원의 삶 속에서 강화돼야 하죠. 많은 회사가 사람을 뽑거나 해고할 때 가치를 기준으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일상적인 업무 단계에서부터 회사의 가치를 잘 구현한 직원을 우수 직원으로 추켜세우고 상을 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회사인 RLJ 컴퍼니의 로버트 존슨(Robert L. Johnson) 회장은 문화가 종교나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한번 어떤 문화를 받아들이면 이를 믿고 그 문화에 맞춰 생활합니다. 그 문화에 반하는 사소한 이견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그 문화를 완전히 거스르는 것은 자신을 부정하는 것으로 여기며 강하게 반발하게 되죠.
고객 관리 소프트웨어 유저마인드(Usermind)의 CEO 미셸 피스터(Michel Feaster)는 가치를 전파하는 캠페인이 얼마나 구체적이어야 하는지에 관해 이렇게 말합니다.
조직 내에서 널리 퍼뜨리고 싶은 행동을 직접 목록으로 적어 행동 수칙처럼 적어놓는 게 좋죠. 그런데 문제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 용기를 내 도전하는 것 등 정의하기 어렵지 않아 보이는 가치도 실은 꽤 많은 사람의 해석이 제각각일 때가 많다는 데 있습니다. 사실 이런 가치들은 무척 모호하고 어떻게 해석해도 그럴싸할 때가 많죠. 가치를 통해 우리가 단결하기는커녕, 어떤 가치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마찰이 생기기도 합니다.
가치를 바탕으로 조직을 꾸려가는 게 과연 효과적인 방법일까요? 여기에 의문을 표하는 CEO도 적지 않습니다. 벤처캐피털 스톰 벤처스(Storm Vertures)의 남태희 대표가 대표적입니다. 남 대표가 더 중요하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은 따로 있습니다.
사람들이 문화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하든, 결국 직원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누가 승진하고, 누가 성과를 인정받아 연봉을 더 받으며 누구는 과오에 책임을 지고 해고되느냐입니다. 성문화된 문화, 윤리 강령을 내세우는 것이야 그 조직의 자유지만, 진짜 조직 문화라는 것은 결국 보상과 승진, 징계에 연동돼 있다고 봐도 됩니다. 어느 조직에서 누가 성공하고 누가 실패하는지 구성원들이 보고 마음에 새기면 그게 곧 그 조직의 문화가 되는 거죠. 성공하는 사람은 다른 이의 본보기가 되고, 그 조직이 어떤 것을 가치 있다고 여기는지 반영하는 상징이 되는 거죠.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