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교과서 내용에 직접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면?
IBM 임원으로 재직하다가 은퇴한 플로리다 주민 키스 플라우 씨는 큰 사명감을 품고 있습니다. 지역 교육 위원회에 “우리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들이 얼마나 쓰레기인지”를 알리는 일에 대해서죠. 플라우 씨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플로리다 시민 동맹”을 창설해 플로리다 주가 연방 정부의 성취도 평가 기준(Common Core standards)을 도입하는 것에 반대하는 운동을 이끌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최근 이 단체는 큰 성과를 올렸습니다. 학부모 등 모든 주민들이 독립 청문회를 통해 교과서 등 학교 교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주의회에서 통과시킨 것입니다. 플라우 씨와 단체 회원들은 플로리다 주 학교에서 사용되는 교과서들이 문제 투성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교과서들이 “정치적, 종교적 세뇌는 물론 수정주의적 역사, 미국의 근본 가치와 원칙에 대한 왜곡, 심지어는 포르노그래피까지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입니다. 이들이 포르노로 본 것은 “안젤라의 재(Angela’s Ashes)”, “시계태엽 오렌지(Clockwork Orange)”, 작가 토니 모리슨의 작품 등입니다. 이 책들은 학교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고, 여름방학 권장 도서 목록에도 포함되어 있죠.
플라우 씨는 특히 미국의 역사와 정부에 대한 교과서의 설명에 큰 문제의식을 느낍니다. “미국 정부 과목 교과서의 부제가 ‘우리의 민주 국가’인 것부터가 문제입니다. 미국은 민주 국가가 아니라 입헌 공화국이에요.” 그는 교과서들이 개인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한편, 연방 정부의 권한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슬람교에 대한 설명, 진화론과 기후변화에 대한 시각도 단체 회원들이 문제삼는 부분입니다.
지난 6월 주지사가 서명한 해당 법안은 학교에서 “과학 이론을 균형잡힌 방식으로 다루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플라우 씨의 주장입니다. “창조론과 다위니즘은 둘 다 이론이니까요.” 반면 과학 교육자들은 이런 주장이 과학 이론에 대한 근본적인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일상 대화에서는 그냥 감이나 추측도 ‘이론’이라고 하죠.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론’이라는 단어를 그런 식으로 쓰지 않아요. ”이론’이란 자연 현상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을 뜻합니다.”
플로리다는 물론 미 전역에서 교과서 논쟁의 주요 이슈는 진화론과 기후변화입니다. 플라우 씨 역시 이 법안을 추진하면서 이 두 가지 사안을 염두에 두었다고 말합니다. “진화론과 기후변화를 가르치면서 우리 말은 들어주지 않으니까요. 이 법안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법안이 통과되었지만 여전히 교과서와 관련된 최종 결정은 교육구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법으로 인해 학교와 교사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환경 과목 교사이자 시민 단체 “과학을 지지하는 플로리다 시민 모임(Florida Citizens for Science)”의 회원인 브랜든 허트 씨는 이 법안으로 일선의 과학 교사들이 압박을 느껴서 특정 주제를 표면적으로만 다루고 넘어가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플로리다 주 교육부는 새 법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학교에 배포할 예정입니다. 교과서에 대한 이의 제기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만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N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