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을 부정하는 물리학자(1/2)
“저 치는 암흑 물질파예요”
모데하이 밀그롬은 와이즈만 연구소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 들른 한 동료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밀그롬은 그가 바로 옆에서 진행 중인 암흑물질의 증거를 찾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하며 우리를 그에게 소개했습니다.
“암흑 물질파니 몬드(MOND)파니 하는 건 없어요.”
그의 동료가 응수했습니다.
“나는 몬드파죠.”
밀그롬은 몬드(MOND)가 ‘수정된 뉴턴 동역학(Modified Newtonian Dynamics)’의 약자라고 설명하며 자랑스레 말했습니다. 밀그롬이 제안한 이 수정된 뉴턴 동역학 이론은 표준 우주론이 전체 우주의 질량과 에너지 중 95.1%를 차지한다고 말하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대신 뉴턴 물리학을 수정해 현상을 설명하려는 이론입니다.
밀그롬의 조용하면서도 괴짜와 같은 성격은 이런 사소한 순간에도 잘 드러납니다. 이스라엘의 더운 여름 날씨에 맞게 반바지를 입고 흥분할 때마다 목소리가 갈라지는 이 70대의 물리학자를 우리는 특별한 사람이라 생각하기 힘듭니다. 그의 평범한 스타일은 그가 막스 플랑크(양자역학)와 아인슈타인(상대론)을 이어 뉴턴 역학을 수정할지 모르는 세 번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올해는 밀그롬이 와이즈만 연구소에 근무한 지 50년째 되는 해입니다. 나는 그에게 과학계의 이단아가 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그가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왜 그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묻고자 이곳에 왔습니다.
Q: 어떻게 별의 움직임에 인생을 바치게 되었나요?
A: 나는 처음 물리학을 접했을 때의 충격을 기억합니다. 열여섯 살 때였는데, 나는 물리학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설명해주는 방법이며 친구들을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발견했지요. 물리학을 하겠다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고 그냥 바로 그날부터 물리학에 빠져들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예술이나 스포츠를 사랑하는 것처럼 물리학을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뉴턴 역학을 수정하는 것 같은 커다란 발견을 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학교에서 나를 가르쳤던 물리 선생님은 매우 훌륭한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교과서의 물리를 배운다는 것은, 일종의 이미 완성된 학문을 접하는 것입니다. 아직 불확실한 상태에서 진보가 어떻게 직관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때로 어떤 잘못된 길로 나아가는지, 곧 과학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학교에서는 그런 것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과학이란, 늘 진보하는 그런 존재입니다. 이미 완성된 지식이 있고, 누군가가 새로운 것을 발견해 그 지식의 보고에 이를 추가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릅니다. 과학의 발전은 절대 선형적이지 않습니다.
Q: 암흑 물질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내가 박사과정을 마칠 때쯤, 이곳 물리학과는 학문의 영역을 넓히고자 입자 물리 분야의 우수한 박사과정생 세 명에게 새로운 분야를 선택해보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는 천체물리학을 골랐고, 와이즈만 연구소는 외부 기관이 우리를 포스트닥으로 받아줄 수 있게 조치를 해줬죠. 나는 코넬로 가서 천체물리학을 배웠습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X-레이 방사선을 찾는 고에너지 천체물리학을 연구한 뒤, 나는 다시 새로운 주제를 찾았습니다. 바로 은하의 움직임이었습니다. 당시는 회전하는 나선 은하의 회전 속도가 처음으로 측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는 문제가 있었죠.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주를 기준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구는 태양을 기준으로 공전합니다. 태양 역시 은하수의 중심을 기준으로 공전하지요. 태양계에서 태양의 질량에 의한 중력은 행성의 공전 속도와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뉴턴의 법칙은 왜 태양계의 가장 안쪽 행성인 수성이 시속 10만 마일로 태양 주위를 돌 때 가장 바깥쪽 행성인 해왕성의 속도는 겨우 시속 1만 마일밖에 되지 않는지를 설명해줍니다.
사람들은 은하에도 이 법칙이 성립할 것으로 생각했지요. 은하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별들은 더 천천히 돌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작은 규모에서 뉴턴 역학의 예측이 맞아떨어진 데 반해, 은하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별들은 우리가 실제로 보는 은하의 질량에 의한 중력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움직였습니다. 전파 망원경이 은하 외곽의 차가운 성운을 관측할 수 있게 된 1970년대 후반, 이 차이는 더 벌어졌습니다. 이 성운은 은하의 중심을 별보다 다섯 배 더 빠른 속도로 돌았고, 이는 물리학의 시급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간단한 방법의 하나는 더 많은 물질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즉,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에 의해 별과 성운의 속도가 결정된다고 말하는 것이지요.
Q: 암흑 물질의 존재에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은 언제였나요?
A: 나는 이 예측과 관측치의 차이에 어떤 규칙성을 발견했습니다. 회전 속도는 예측보다 그냥 크기만 한 것이 아니라, 반지름에 비례해서 커졌습니다. 물론 암흑물질로 이런 규칙성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전속도가 암흑물질의 분포 때문이라면, 그 분포에 따라 속도가 커지거나 작아지거나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관측치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1980년, 나는 이런 생각을 품고 프린스턴 고등과학연구소로 연가를 갔습니다. 즉, 회전 속도가 상수라면 우리는 새로운 물리현상을 보고 있는 것이며, 뉴턴 역학이 측정치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이 측정치를 설명하기 위해 새로운 종류의 물질을 도입하기보다는 뉴턴 역학을 수정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우리 태양계에서는 잘 맞는 법칙이 은하계의 차원에서는 맞지 않다면, 태양계와 은하계의 차이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크기, 질량, 속도 등 두 시스템의 차이를 표로 만들었습니다. 각각의 변수에 나는 지구, 태양, 은하를 대입했지요. 예를 들어 은하계는 태양계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어쩌면 뉴턴의 법칙은 아주 먼 거리에서는 다르게 작용할지 모릅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은하의 크기가 커질수록 회전 속도의 차이가 벌어지는지 보면 되겠지요. 하지만 실제 측정치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크기라는 변수를 제외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마침내 가속도, 곧 속도의 변화라는 특성이 측정치를 설명해준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지구 표면에서 가속도를 상상할 때 한 방향으로 점점 더 빨라지는 자동차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회전목마를 생각해보시죠. 회전목마는 같은 원을 돌지만 계속 가속도를 받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목마에서 떨어지겠지요. 은하의 회전목마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뉴턴역학의 가속도 항을 변형시킴으로써 측정치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은하의 중심을 도는 항성의 평균 가속도는 지구가 태양에게서 받는 가속도의 1억분의 1 정도입니다.
몬드 이론은 이런 작은 가속도 영역에서 a_0라는 새로운 자연 상수를 도입합니다. 고등학교 때 물리를 배웠다면, 뉴턴의 제2 법칙을 기억할 겁니다. F=ma, 즉 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죠. 이는 a_0보다 큰 가속도 영역, 즉 태양 중심을 도는 지구와 같은 경우에는 잘 성립합니다. 나는 우리 은하 중심을 도는 태양이 받는 가속도보다도 극히 낮은 가속도 영역에서 힘은 가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F=ma^2/a_0가 됩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뉴턴의 법칙은 은하의 중심에서 먼 별일수록 더 천천히 회전한다고 말합니다. 몬드 이론은 그 회전속도가 어떤 상수에 접근하며 따라서 암흑 물질은 필요하지 않게 됩니다.
Q: 프린스턴의 동료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했나요?
A: 프린스턴의 동료들과는 이 이야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까 두려웠지요. 그리고 1981년 당시에는 아마 당신은 이를 더 미친 소리처럼 생각하겠지만, 누가 나의 아이디어를 빼앗아갈까 두려웠지요. 물론 누구도 이 아이디어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내가 지지자들을 간절히 찾을 때도 마찬가지였지요.
Q: 그때 당신은 서른다섯 살이었고 뉴턴 역학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이었으니까요.
A: 그게 뭐가 문제인가요? 어떤 사실이 틀렸다면 고쳐야지요. 나는 급하게 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죠. 나는 과학자들이 그렇게 전통이나 자신의 이익을 따질 줄은 몰랐습니다.
(노틸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