힉스 입자 이후의 LHC(2/2)
2017년 6월 27일  |  By:   |  과학  |  No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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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초대칭 입자를 위의 계산에 포함하자, 기적이 일어났다. 초대칭 입자는 다른 입자들의 효과를 상쇄했고 힉스 입자가 유한한 정상적인 질량을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 이론물리학자들은 자연은 이렇게 작동한다고 말하곤 했다.

초대칭 이론은 이렇게 항상 변형이 가능한 매우 일반적인 아이디어이다.

모두가 초대칭 이론을 포기하거나 내기의 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초대칭 이론에 대한 낙관적 입장으로 잘 알려진 미시간 대학의 초끈 이론 물리학자 고든 케인은, 자신의 계산에 따르면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된다면 가장 가벼운 초대칭 입자가 1.6TeV에서 발견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실험물리학자들은 아직 현실적인 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이메일을 통해 한 말이다.

CERN의 고참 물리학자이자 런던 킹스 칼리지 교수인 존 엘리스 또한 초대칭 이론의 지지자로 그의 사무실에는 목에 “Susy(초대칭 이론의 약어)”를 비판한 사람이라는 이름표를 목에 건 종이로 만들어진 해골 모형이 있다. “LHC가 Susy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 실망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는 초대칭 입자가 발견될 가능성이 아직 충분히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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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스 입자의 발견을 이끈 물리학자 중 한 명인 이탈리아 피사 대학의 귀도 토넬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한때 힉스 입자와 새로운 물리학을 동시에 발견하게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랬다면 무척 신났겠지요.” 하지만 그는 동료들의 이러한 실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힉스 입자가 표준 모형에 들어맞는다는 사실은 새로운 물리학의 에너지 레벨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분명 이들을 발견할 겁니다. 단지 그것이 내일이 될지, 10년 뒤가 될지 모를 뿐입니다.”

“더 도전해야 합니다. 겁을 먹어서는 안 됩니다.”

2018년 말까지 LHC는 약 1경 5천조 개의 충돌 기록을 쌓을 것이다. 귀디체는 만약 그때까지도 아무런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무언가를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바로 연구를 하기에 적절한 때입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지금은 분명 그런 시점입니다.”

“혼란이란 새로운 아이디어가 등장할 기회라는 뜻입니다.”

귀디체는 흑판에 몇 가지 수식을 쓴 후, 힉스 입자의 질량을 고정시킨 것은 근본적인 대칭 원리가 아니라 장(field)과 힘의 연속적인 동역학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빅뱅 과정에서 우주가 팽창하는 동안 힉스장은 물이 얼음이 되는 것과 같은 위상의 변화를 겪었으며 어떤 시점에서 그 값이 고정되었다는 것이다.

“힉스 입자의 질량을 결정한 것은 우주의 역사입니다.” 하지만 이 이론은 힉스장이 매우 긴 시간 단위 – 우주의 역사보다도 더 긴 시간 – 에서는 언젠가 붕괴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가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다른 가능성은 힉스 입자의 질량이 – 아인슈타인을 존경하는 사람들에게는 끔찍한 단어인 – 그저 우연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거의 무한에 가까운 종류의 다른 힉스 질량을 가진 다양한 종류의 우주가 존재하며 그중 우리 우주만이 항성과 행성, 인간을 진화시킨 우주가 된다.

CERN은 LHC의 뒤를 잇는 훨씬 더 거대한 실험장치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둘레가 100km쯤 될 것이며, 양성자의 에너지는 100TeV에 달할 것이다. 중국도 이와 비슷한 “대형 충돌기(Great Collider)”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14TeV 에너지는 표준 모형의 에너지 영역을 넘는 값으로, LHC는 힉스 입자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CERN이 미래형 원형 충돌기(The Future Circular Collider)라 부르는 이 새로운 실험장치는 분명한 목적이 있지 않다. 그것은 표준모형 아래에서는 그 정도 에너지 레벨에 새로운 입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도 중력을 설명하지 않는 표준 모형이 우주를 묘사하는 최후의 법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LHC에서는 매일 수조 개의 양성자가 서로 충돌하고 있다.

최근 CERN이 밝힌 한 가지 흥미로운 소식은 B-메존이라 불리는, 초당 수조 번을 자신과 자신의 반물질을 오가는 매우 짧은 수명을 가진 입자에 관한 것이다. 표준 모형에 따르면 이 입자는 특정한 방법으로 붕괴할 때 전자와 전자의 무거운 사촌인 뮤온을 동일한 확률로 발생시킨다. 그러나 CERN이 지난 4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메존은 뮤온을 더 적은 확률로 만드는 경향이 있었다.

물리학자들은 힉스 입자의 이론적 질량에 영향을 미친 양자 불가사의성이 여기에서도 작용해, 어쩌면 새로운 렙토쿼크라는 매우 무거운 입자가 발견될지 모른다고 말한다. 물론 그저 노이즈일 수도 있다.

“만약 이 신호가 진짜라면, 이것은 당연히 엄청난 발견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이를 단정하기 너무 이릅니다.” LHC 검출기 팀의 대변인인 옥스포드의 가이 윌킨슨의 말이다.

겨우 6년 전, LHC는 힉스 입자의 존재를, 적어도 표준 모형이 묘사하는 형태로는 부정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었다. 과학자들은 당시 힉스 입자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 새로운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혼란의 기회가 되며, 따라서 힉스 입자를 발견하게 되는 것보다 더 흥미로운 일이라고 설명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것처럼 데이터에 작은 신호가 잡혔고, 그 신호는 그토록 애타게 찾아 헤매던 신의 입자임이 드러났다.

“자연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미묘한 것일지 모릅니다.” CERN에서 다른 검출기 팀을 이끄는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의 물리학자 조엘 버틀러의 말이다.

“힉스 입자를 발견하기까지 50년이 걸렸습니다.” 그는 지하 100m에 위치한, CMS로 알려진 다층 검출기 옆에 서서 말했다.

“물리학에서 인내는 필수 덕목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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