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논의가 달갑지 않은 미국 농업계
2017년 6월 9일  |  By:   |  과학, 세계  |  No Comment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협정 탈퇴를 선언하자 각 업계는 즉각적이고도 요란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농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들은 침묵을 지켰죠. 그런 가운데 농업전문지 DTN의 베테랑 기자 크리스 클레이튼만이 의견을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6월 2일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은 팩트와 세상에 반하는 일을 하는 날인 모양이 나도 써본다. 캐벌리어스 7승. #NBA결승전.”이라는 글을 올렸죠.

클레이튼은 중서부 출신으로 DTN의 농업 정책 부문 편집자이자, 농가와 농업 로비스트들이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를 다룬 저서를 쓰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위치와 저서 때문에 난감한 입장에 처한 적도 많았죠. 이번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농업 분야의 기자로 일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해서 말하는 일이 어럽습니까?

늘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를 꼭 해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이 주제를 피한다면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습니다.

2011년 농업청 컨벤션에서 기후변화 회의론이 팽배한 것을 보고 책을 쓰기로 결심하셨다고요?

당시 행사가 애틀란타에서 열렸는데, 행사 기간 중 급작스러운 얼음 폭풍이 몰려왔다는 것이 재미있는 부분이죠. 술집에 갇혀 업계 주류라 할 수 있는 애널리스트, 로비스트 친구들과 긴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기후변화라는 주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느꼈어요.

“온실가스 저감 노력은 나쁜 짓이고 우리는 이에 반대한다”는게 당시 파악하신 업계의 대세였다고요?

특히 “왁스먼-마키 법안(Waxman-Markey)”으로 대표되는 배출권 거래제(cap-and-trade)에 대한 반감이 컸습니다. 농업청이 지난 10년 간의 입장을 완전히 바꾸어 적극적으로 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었습니다. 빌 클린턴 정부 시절만해도 농업청과 농가 단체들은 배출권 거래제의 추진과 실행에 매우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 입장이 바뀐 것이 2009년 즈음으로, 농업청이 컨벤션에도 기후변화 비판론자들을 연사로 초대하기 시작했죠.

왜 농가들이 기후 변화 해결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요?

환경청(EPA)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문제입니다. EPA는 수자원 문제로 농가에 큰 공포를 불어넣었어요. (오바마 정부가 청정수자원법의 영향을 받는 수로의 범위를 너무 광범위하게 잡았다는게 농가들의 입장이었고, 트럼프 정부는 이 조치를 뒤집으려는 중입니다.) 이 일로 농가들 사이에서는 환경청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자리하게 됐고, 온실가스 문제가 환경청 관할이다보니 수자원 문제에서처럼 지나친 규제가 이루어질까봐 두려워하는 겁니다. 불행히도 사태가 닥치지 않으면 농업계가 변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러는 동안 가뭄과 홍수, 병충해의 위험은 높아지겠죠.

기후변화가 현실이고, 농업에 근본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거라고 하셨는데요.

과학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환경청이 아주 자세한 보고서를 내놓은 것이 1989년의 일이니, 공화당 정부 하에서 이미 이후 30-50년 간 기후변화가 가져올 영향력에 대한 보고서가 나온 셈이죠. 그 보고서가 나온지 이제 3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미 보고서의 내용들이 현실이 되고 있어요.

네브레스카 대학의 연구팀에 따르면 60-70년 후에는 네브레스카 노스플랫의 기후가 텍사스 루복의 기후와 같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죠. 루복에서는 관개 시설 없이 경작이 거의 불가능하죠. 그러니 나중에 관개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농가는 상당히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좀처럼 하질 않아요.

농민이나 로비스트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반응이 어떻습니까?

거대 농업 기업들을 비판해온 비주류 농민 단체 정도를 제외하면 많은 이들이 그저 침묵하고 있습니다. 현재 논의 자체가 거의 없어요.

현장에서 전혀 분위기 변화가 없습니까?

느리긴 하지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정부에서 농가에 직접 뭘 하라고 하지 않아도 물류 체인을 따라 변화가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월마트가 식품 공급업자들에게 배출량을 낮추고 비료를 덜 쓰라고 요구하면, 농가에서는 이를 따를 수 밖에 없죠. 카길이나 유니레버 같은 대기업이 배출량 낮추고 물 덜 쓰겠다고 약속했으니, 계약한 농가에도 이런 요구가 들어갈 거예요. 문제는 그런 변화에 필요한 비용을 아무도 대지 않으니 농가가 이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정책이 제대로 없으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거고요.

이 업계에서 “검은 양”이 되신 것 같은데요.

그런 면이 있죠. 저는 친구에게 음주운전 하지 말라고 말해주는 그런 친구가 되고 싶어요. 이게 중요한 문제니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주는 거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게 전부입니다. 그런 역할을 한 것으로 제가 어려움에 처한다 하더라도 그건 감수할 수 밖에 없습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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