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남성의 신체에 대한 위험한 선입견
키와 덩치가 똑같더라도 흑인은 더 크고 힘센 사람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한 연구 결과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특히 흑인이 아닌 사람들은 흑인이 같은 덩치의 백인에 비해 더 큰 신체적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달 미국심리학회의 저널 “성격과 사회심리학”에 실린 한 논문은 남성의 신체에 대한 선입견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죠.
이러한 결과는 경찰이 흑인 남성들에게 더 큰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이 어떤 이들의 시각으로는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해당 연구의 저자인 몽클레어주립대 심리학자 존 폴 윌슨은 “무장하지 않은 흑인 남성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경우가 다른 인종에 비해 훨씬 많으며, 총기 사용 경위에 피해자의 신체 크기가 자주 언급된다”고 설명합니다. 2014년 장난감 총을 손에 들고 있다가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12세 소년 타미르 라이스의 경우, 사후에 “위협적이었다”고 묘사되기도 했죠. 경찰 측은 라이스의 키가 170cm에 몸무게는 86kg에 달해 나이는 12세였지만 몸은 성인과 같았다고 말했죠.
2012년 방범대원의 총에 맞아 사망한 트레이본 마틴 사건의 경우에도 피해자를 더 크고 나이든 인물처럼 묘사한 이미지들이 널리 퍼졌습니다. 심지어 얼굴에 문신을 한 30대 래퍼의 사진이 트레이본 마틴의 최근 사진이라고 잘못 알려지기까지 했죠.
윌슨은 오하이오 마이애미대학,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동료들과 함께 온라인에서 남성의 얼굴과 몸 사진을 놓고 950명의 실험 참여자들에게 이들의 신체적인 특징과 위협 정도를 추측하도록 했습니다. 흑인 45명, 백인 45명의 얼굴 사진만 보고 키와 몸무게를 추측해보라는 질문에 실험 참가자들은 사진 속 남성들의 실제 신체 사이즈와 상관없이 흑인 남성의 키와 몸무게를 높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얼굴과 몸을 매칭하는 항목에서는 근육질 남성의 몸을 흑인의 얼굴과 연결지었죠.
사진 속 남성의 공격성을 묻는 항목에서는 흑인과 비흑인의 인식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실험 참가자들 가운데 흑인들은 흑인 남성이 다른 남성들에 비해 특별히 위협적이라고 인식하지 않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흑인이 백인에 비해 위협적이고 경찰이 물리력을 동원해 제압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에서 드러난 사람들의 선입견이 반드시 현실에서 어떠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못하지만, 이런 인식이 실험실 밖 실제 인간들 간의 관계에서 어떤 식으로 드러나는지 추후 연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전역의 통계를 볼 때, 흑인 남성과 백인 남성의 키와 몸무게는 비슷합니다. 20세 이상 성인 남성의 몸무게는 평균 199파운드 정도로 인종 간 차이가 없고, 평균 키는 오히려 백인이 조금 더 큽니다. (워싱턴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