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외국인 전용 교도소를 가다
2017년 4월 18일  |  By:   |  한국  |  1 comment

한국 정부는 천안 외국인 전담 교소도를 “세계 최초의 외국인 전용 교정시설”이라고 부른다. 밝은 톤의 미술 작품을 걸어놓은 갤러리에 수감자와 교도관이 서로 웃는 얼굴로 대해야만 하는 ‘웃음 특별구역’까지, 수감자들은 인간적인 대우를 받는다. 케이팝 음악을 함께 부르는 행사, 다과가 구비된 한국어 교실, 5천 권이 넘는 외국 서적을 들여놓은 도서관까지 있다. 한국에서 법을 어기고 형이 확정된 외국인들은 2010년 문을 연 천안 외국인 전담교도소로 온다. (천안교도소에는 한국인 수감자들도 700여 명 있는데, 이들이 머무는 시설은 따로 있다) 이곳에 오는 외국인 수감자 대부분은 본국으로 추방되기 전 짧은 형을 살면서 교정(矯正) 과정의 일부로 “굿모닝 코리아”라는 문화 수업을 받기도 한다.

이슬람 계율에 따라 도축된 고기로 만든 음식인 할랄 음식을 제공하는 교도소는 한국에서 천안 외국인 전담교도소밖에 없다. 수감자들은 중국어, 영어, 아랍어로 된 TV 프로그램을 하루 30분 동안 시청할 수 있다. (외국인 수감자의 2/3 이상이 중국인이며 그다음은 미국인이다) 교도관들은 35개국 출신의 수감자 600여 명이 언젠가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한국에 관해 좋은 점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태권도와 태권도의 예절을 가르치고 한국 가요를 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곳에서 형을 산 사람 중에 본국에서 시작할 관광 사업을 구상해 나간 사람도 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자연히 외국인 관련 시설의 필요성도 높아졌고, 외국인 전용 교정 시설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현재 한국에 사는 외국인은 2백만 명이 넘는다. 한국 인구가 5천만 명임을 고려하면 대단히 작은 숫자지만, 몇 년 전과 비교해보더라도 그 수가 빠르게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수는 60만 명을 넘었다. 2000년 이후 서른 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22만 1천 명은 고용허가증을 받고 주로 임금이 낮지만 위험하고 더러운, 소위 3D 업종에 종사한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04년부터 3D 업종 수요를 채우기 위해 아시아 15개 나라 출신 노동자에 관련 고용 비자를 발급해 왔다. 이들은 석유 드럼통 청소나 가축 축사 관리 등 농업, 어업, 건설업 등에 걸쳐 경제 사정이 좋아지면서 한국인들이 꺼리는 고된 저임금 노동을 맡았다.

교도소에서 외국인 수감자들이 받는 세심한 배려는 한국 사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대우다. 대부분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의 새로운 하층 계급으로 자리 잡았다. 농촌에서 일하는 여성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2/3는 콘테이너 박스나 비닐하우스 등 임시로 마련한 열악한 거처에 머문다. 고용주들은 보통 숙식을 제공하는 비용을 임금에서 제한다. 한 달에 이틀도 못 쉰다고 답한 이들이 응답자의 3/4 이상이었다. 지난 1월 캄보디아 출신 20대 노동자 두 명이 과로와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숨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최근 조사를 보면 농촌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 가운데 80% 이상이 계약서에 정해진 시간보다 한 달에 보통 50시간 정도 더 일하고도 그에 대한 수당은 받지 못한다. 고용 비자를 신청할 때 기초적인 한국어 능력 시험을 통과하느라 공부한 한국어는 이들이 정작 일하게 되는 농촌에서 접하는 사투리와 너무 달라 말귀를 알아듣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를 함부로 대하는 일이 잦고, 부당 노동행위도 부지기수다. 이주 노동자들에게 무료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변호사들은 잘못된 처우를 받을 때 이 사실을 현장에서 휴대폰으로 녹음해 기록으로 남겨두라고 조언한다.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우다야 라이 씨는 최근 한국 이주노동자조합을 찾았다. 라이 씨는 노동자 착취나 노동자를 향한 폭력이 만연한 데 비해 적절한 보호 장치는 너무 부족하다고 말한다.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려면 지금 고용주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작업장에서 다치거나 고용주에게 맞아) 얼굴에 피가 철철 흐르는 상태에서 경찰서를 찾아도 경찰은 고용주와 노동자 사이에 문제를 직접 해결하라며 좀처럼 개입하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돌려보내기 일쑤다. 부당 노동 관련 신고를 했다가는 임금을 받지 못한다는 협박을 받는 사람도 많다. 문제를 신고하러 갔다가 그 길로 무단 작업장 이탈로 기록돼 일자리를 잃는 것은 물론 즉각 외국인 구금 시설에 보내진 사람도 있다. 현재 한국에는 외국인 구금 시설이 세 곳 있는데, 체포영장 없이 외국인의 신병을 구속할 수 있다.

라이 씨는 한국인들이 외국인 노동자를 경제를 지탱하는 소중한 구성원이 아니라 그저 불쌍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한국 사회가 큰 시혜를 베푼다고 여기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지난 2015년, 대법원이 이주노동자조합의 지위를 인정하는 데까지만 무려 10년이 걸렸다. 노조는 불법체류 노동자 문제도 대변하는데, 현재 한국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약 10%가 불법 체류 신분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체불 임금을 받기 위해 법적으로 싸우다 비자 만료 기한을 넘긴 경우다.

천안 외국인 전담교도소의 교도관 한 명은 수감자들이 교도소를 떠날 때 한국에 관해 좀 더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만연한 차별을 겪고 이곳까지 온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어쩌면 이뤄지기 어려운 바람일지도 모른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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