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크기와 동물의 지능(1/2)
2017년 4월 17일  |  By:   |  과학  |  No Comment

세상에서 가장 작은 거미인 사모아 이끼 거미의 크기는 겨우 0.3mm 에 불과하며 이는 눈에도 거의 보이지 않는 정도입니다. 반면 세계에서 가장 큰 거미인 골리앗 버드이터라는 타란툴라로 접시 하나만한 크기에 무게는 140 그램에 이릅니다. 이 두 거미의 비율은 마치 큰 타란툴라와 돌고래 사이의 비율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이 두 거미의 행동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곤충과 거미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파나마 시티에 위치한 스미소니안 열대연구소의 윌리엄 위슬로의 말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움직임은, 다른 큰 뇌를 가진 동물들 만큼 정교합니다. 그럼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할 수 있겠죠.”

그렇다고 거미가 돌고래만큼 영리하다거나 혹은 큰 뇌가 복잡한 작업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과학자들이 이런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곧, 과연 큰 뇌가 유일한 방법인가 하는 것입니다. 아주 작은 먹이를 사냥하고, 정교한 구조를 만들고,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하기 위해 정말 큰 뇌가 필요한 것일까요?

과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동물들이 복잡한 작업을 위해 어떻게 커다란 뇌를 진화시켜 왔는지를 연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위슬로는 뇌가 어떻게 커졌는가라는 질문 보다 어떻게 일부 동물의 경우 뇌가 더 작아졌음에도 커다란 뇌를 가진 비슷한 크기의 생명체와 유사하거나 혹은 더 뛰어난 행동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과학자들이 뇌 소형화(brain miniaturization)라 부르는 것으로, 컴퓨터 칩에서 트랜지스터의 크기를 더 작게 만드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 분야의 연구는 어쩌면 새로운 세대의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혁신적인 디자인 기술을 찾는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뇌 소형화에 관심을 가진 과학자들은 할러의 규칙을 종종 언급합니다. 이 규칙은 독일의 뇌과학자 버나드 렌쉬가 18세기 생리학의 아버지 알브레흐트 폰 할러의 이름을 따서 제안한 것으로, 몸집이 작아질수록 뇌의 크기는 작아지지만, 몸집 대비 뇌의 비율은 더 커진다는 것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 규칙에 어긋나는 생명체가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 규칙은 극히 일반적이며, 이 규칙이 알려진 것도 매우 오래 전입니다. 하지만 왜 이 규칙이 맞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위슬로와 같이 열대연구소에서 일하는 거미 연구자 윌리암 에버하드의 말입니다.

여행을 위해 커다란 가방을 쌌더니, 마침 비행기에는 절반 크기의 가방만 들고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당신은 보다 효율적으로 가방을 싸야 하고, 어쩌면 짐을 다시 싸는 도중에 가방이 찢어 질지도 모릅니다. 에버하드가 관찰하는 거미들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들의 뇌는 원래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습니다. 때로 가슴이 뇌로 가득차 툭 튀어 나오거나 다리까지 가 있기도 합니다. 이들의 체형은 뇌 때문에 뒤틀어져 있습니다.”

이 거미들의 몸에서 뇌가 차지하는 비율을 생각하면 머리가 더 복잡해집니다. 에버하드가 가장 좋아하는 무당거미의 경우 가장 큰 거미의 무게는 3그램 정도이지만 가장 작은 거미는 0.005 밀리그램으로 그 차이는 60만 배에 달합니다. 이는 보통 사람과 고래 300마리 무게의 거인의 차이에 해당합니다. 그 거인의 뇌 무게만 900톤에 달할 겁니다.

그렇다면 그 거인은 사람보다 더 영리할까요? 그러나 거미 세계에서 그 답은 ‘아니요’입니다.

거미는 거미줄을 만드는 동안 어느 줄을 연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를 계속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거미는 매우 뛰어난 건축가이지만, 그들 역시 실수를 합니다. 그리고 실수의 비율은 매우 일정합니다. 에버하드는 거미줄을 만들 때 거미가 하는 실수가 거미의 지능을 나타낸다고 가정했습니다. 극히 작은 몸집에 비해 큰 뇌를 가지는 것은 거미의 입장에서는 매우 큰 비용이며, 따라서 그는 거미줄에 어느 정도 그 비용이 반영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즉 작은 거미는 실수를 더 많이 해야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관찰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거미 종과 종 사이에, 심지어 같은 종 안에서도 실수의 양은 거의 동일했습니다. 에버하드의 한 학생은 이들을 BB총 안에 넣어 제한된 환경을 만들고 어떤 거미줄을 만드는지를 관찰했습니다. 거미는 같은 수의 실수를 저질렀으며, 이는 갓 태어난 거미에게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이 규칙은 기생말벌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커다란 대모벌이나 단세포 생물인 짚신벌레보다 작은 요정말벌들도 같은 지능을 가진 것으로 관찰됩니다. 요정말벌의 뇌는 극히 작은 크기지만 적을 파악하고 공격하는데 대모벌과 같은 정도의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직 뇌가 작아져서 불리한 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작은 뇌가 큰 뇌와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일까요? 아마 진화의 치열한 효율추구 때문일 것입니다. 어떤 작은 생명체는 신경세포에서 뻗어나온 팔인 액손이 극히 짧은 축소된 뇌세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세포는 세포핵 보다는 작아질 수 없습니다. (사실 어떤 딱정벌레 중에는 세포핵을 없애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액손 또한 너무 짧아지면 마치 전선이 꼬일때 처럼 서로 신호가 간섭하게 됩니다.

즉, 작은 동물이 적당히 동작하는 뇌를 가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 우리처럼 큰 생명체는 어떨까요? 사실 할러의 법칙은 거미, 말벌, 새, 인간에게 모두 적용됩니다. 어느 동물이 기후나 다른 환경 때문에 크기가 작아진다면 그들의 뇌가 몸에서 소모하는 에너지와 크기의 비율은 커지게 됩니다.

도롱뇽의 한 종은 마치 벌레처럼 매우 다양한 크기가 있으며, 이때문에 뇌가 존재할 공간을 만들기 위해 두개골 두께가 매우 얇아졌습니다. 비록 인간에게 이 규칙들이 어떻게 작용해왔는지는 아직 알지 못하지만, 우리는 지난 1만년 동안 인간의 뇌가 작아졌음을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덜 영리해진 것이 아니라 더 효율적인 뇌를 가지게 된 것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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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티픽 아메리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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