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오프라인 매장 진출 가속화? (2)
2017년 3월 31일  |  By:   |  경영, 경제  |  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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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주문한 물건을 (배달하는 대신 고객이 직접 와서) 찾아가는 슈퍼마켓 두 곳을 시애틀에 곧 엽니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장을 봐두고 미리 가게에 들를 시간을 정해놓은 뒤 직접 물건을 찾아오는 겁니다. 아직 공식적인 상호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최근 “AmazonFresh Pickup”라는 간판을 다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상품을 매장에 방문해 찾아가는 서비스는 이미 월마트나 크루거 등 다른 주요 업체들도 시행하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익명의 아마존 관계자는 아마존이 매장 주차장에 들어오는 차량을 인식해 어떤 고객인지 확인한 뒤 해당 고객이 찾아갈 물건을 재빨리 준비해둘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고 전했습니다.

사무실 건물이 즐비한 시애틀 시내의 한 건물 1층에 아마존고(Amazon Go)라는 이름의 편의점도 선을 보였습니다. 가게 밖에서도 들여다보이는 이곳 주방에서는 요리사들이 주로 음료수와 샌드위치를 비롯해 식사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만들어 포장해 둡니다.

아마존고가 먹을 것만 파는 곳은 아닙니다. 지난해 이미 아마존은 첨단 기술을 적용한 아마존고를 선보이며 다시 한 번 쇼핑과 소비 생활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인공지능과 다양한 지각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가 진열대에서 물건을 집어 장바구니에 담는 순간 이미 무엇을 몇 개 샀고 얼마어치인지 기록이 됩니다. 장을 다 본 뒤 소비자는 장바구니에 담은 물건을 다시 계산대에서 꺼내지 않아도 됩니다. 가게를 나서는 순간 미리 입력된 소비자의 정보를 바탕으로 장 본 총금액이 결제됩니다. 우버에 탄 승객이 목적지에 도착한 뒤 요금을 계산하지 않고 그냥 내려도 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버지니아대학교 다든 경영대학원의 티모시 레세스터 교수는 아마존이 다른 무엇보다도 “소비 과정 전반을 최대한 매끄럽게 관리하고 처리하는 데 능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해 아마존은 현재 오류를 수정하고 있고, 지금은 아마존 직원들만 시험적으로 아마존고 가게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앞서 아마존은 2017년 초에 아마존고를 대중에 선보이겠다고 밝혔지만, 이 약속이 지켜질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아마존이 장 본 목록을 자동화하는 데 성공하면, 아마도 거의 모든 기업이 앞다투어 이 방식을 적용할 것입니다.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마트와 슈퍼마켓 계산원으로 일하는 노동자가 340만 명입니다. 고용 전반에 전례 없는 파급 효과를 몰고 올 기술인 겁니다.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의 스캇 갤로웨이 교수는 “아마존고의 새로운 기술이란 결국, 계산원 대폭 감원과 같은 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몇 달간 아마존이 전통적인 방식의 장보기와 클릭 한 번으로 결제가 이뤄지고 배송되는 새로운 방식을 결합한 개념의 대형 슈퍼마켓을 내놓으리란 전망이 업계 내에서 잇따라 나왔습니다. 뉴욕포스트는 아마존이 운영하는 미래의 대형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직원 대부분이 로봇으로 대체되고 고용된 사람은 고작 세 명밖에 없을 거라는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어느덧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트위터 애용자가 된 베조스가 이 기사를 그냥 지나칠 리 없었습니다. 베조스는 말도 안 되는 기사라며 뉴욕포스트에 정보를 건넨 취재원들이 아마도 “약을 잘못 자셨을 것”이라고 비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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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다른 방식을 적용한 슈퍼마켓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육류를 비롯한 신선 식품과 냉동식품, 시리얼 등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는 제품들을 가게에 들여놓되 전통적인 방식으로 진열하는 대신 일종의 작은 식품창고에 보관합니다. 그리고 가게를 찾은 손님이 주문을 하면 창고 안에서 일하는 직원이 바로 해당 물건을 집어 장바구니에 담아 내주는 겁니다. 이 일은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 합니다.

소매업 전문 컨설턴트 브리튼 래드가 쓴 글에 비슷한 아이디어가 상세히 설명돼 있습니다. 래드는 나중에 아마존으로 이직했습니다. 언제쯤 이런 슈퍼마켓이 선보일지는 아마존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말이 갈립니다. 그런 의견이 제시되긴 했지만, 결국 진척이 없어 사실상 폐기됐다는 말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말도 들립니다.

“빠른 성장으로 규모 불리기(Get Big Fast)”는 베조스가 만들어낸 구호로, 급속도로 성장한 초기 아마존을 이해하는 열쇳말입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 진출에 임하는 아마존은 돌다리도 여러 차례 두드리는 모습입니다. “규모를 불리되 천천히, 신중하게(Get Big Slow)”라고 묘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마존이 식료품을 파는 오프라인 슈퍼마켓을 2천 개 열 예정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는 아마존의 엄청난 유통망을 고려한 기자의 예상치였을 뿐, 아마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전혀 가능성이 없는 예상입니다.

곧 시애틀에 매장 두 곳이 문을 여는 데 이어 내년까지 아마존에서 주문한 식료품을 찾아가는 매장 다섯 곳 정도가 문을 열 것으로 보입니다. 동시에 영국과 미국 몇몇 도시에 아마존고 매장도 선을 보일 전망입니다.

아마존은 인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습니다. 이코노믹타임스는 지난 2월 아마존이 인도 정부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식료품 유통 및 판매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식 사업자 등록을 신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마존의 인도 진출을 관리하는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아마존은 인도의 첫 오프라인 슈퍼마켓을 방갈로에 열 계획입니다. 아마존은 인도 정부가 식료품 유통망을 개선하는 데 외국 자본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데 고무됐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아마존은 인도 정부의 투자 승인을 고대하고 있으며, 식료품 유통망을 개선하는 데 훌륭한 조력자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뉴욕대학교의 갤로웨이 교수는 사실 5년 전, 2017년쯤이면 아마존이 오프라인 매장 수백 곳을 운영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는 아직 아마존이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데 확신을 갖지 못한 것 같다고 진단합니다.

“아마존이 매장 수를 빠르게 늘려가지 않는 것만 보더라도 아직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은 것 같아요. 아마존은 이게 된다는 확신만 서면 정말 빛의 속도로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회사지 않습니까?”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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