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가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논의에 미친 영향
2017년 2월 22일  |  By:   |  세계, 정치  |  No Comment

국민투표로 EU 탈퇴가 결정된 지 반년 만에 영국에서 또 다른 국민투표 논의가 불붙고 있습니다. 투표에 부칠 사안은 스코틀랜드 독립입니다. 국민투표에 의해 무산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결과가 다를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죠.

브렉시트를 계기로 스코틀랜드는 완전히 다른 나라라는 분리주의자들의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설득력이 있게 되었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EU에 남자는 쪽이 62%에 달했으니까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영국의 양대 정당인 보수당과 노동당은 스코틀랜드 의회 59석 가운데 단 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브렉시트와 함께 독립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상당 부분 사라졌습니다. 2014년에만 해도 독립하지 않는 것이 EU에 남을 유일한 방법이라는 목소리가 높았으니까요. (스코틀랜드가 독립국가로 EU에 가입 신청을 하면, 카탈루냐 독립을 경계하는 스페인이 필사적으로 가입을 반대할 거라는 논리였습니다.) 게다가 영국 경기는 침체하고 있고, 메이 총리 하 영국 정부는 말로만 유대를 강조할 뿐 스코틀랜드의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으니까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스코틀랜드는 이미 독립 국민투표 전후로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국민투표 전에는 영국 경제와 비슷한 속도의 성장을 이어갔지만, 그 후로는 확연한 침체가 이어지고 있죠. 원인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와 금융 부문의 약화입니다. 2014년 브렌트유가 배럴 당 110달러를 호가할 당시, 민족주의 성향의 스코틀랜드 정부는 상당한 세수를 기대했지만, 이후 유가가 폭락하면서 이 기대는 크게 빗나갔습니다. 석유 보유고도 점점 바닥을 보이고 있고요. 석유, 가스 수출과 함께 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던 금융 부문에서는 2014년 9월 이후 일자리의 10분의 1이 사라지고 평균 급여도 작년 1년 동안 5%가 떨어졌죠.

이렇게 스코틀랜드를 지탱하던 두 산업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독립은 대단한 도박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코틀랜드인들은 EU를 탈퇴할 영국에 남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는 틀린 판단일 수 있습니다. EU 탈퇴가 영국에게 나쁠 수 있지만, EU 탈퇴와 함께 독립의 과정도 더 복잡해지기 때문입니다. 일단 스코틀랜드가 독립한 후 EU에 재가입한다면, 영국과의 사이는 더 나빠질 겁니다. 분리주의자들은 비슷한 문제를 겪은 아일랜드의 사례를 참고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깔끔한 해결책이 존재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더구나 스코틀랜드의 대영국 수출은 대 EU 수출의 4배에 달합니다.

이러한 불편한 진실은 독립운동의 열기 속에 잊힐 수도 있습니다. 독립을 주장하는 스코틀랜드의 현재 집권당은 성공은 스코틀랜드 덕, 실패는 영국 탓이라는 주장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데, 앞으로도 경기 침체의 원인을 브렉시트와 영국의 긴축재정 탓으로 돌릴 것입니다. 한때는 미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분리 독립이 이제는 단순히 “EU로 돌아간다”는 익숙한 선택지처럼 보이게 된 상황도 분리주의자들에게 유리합니다. 영국이 분리 독립의 위험성을 외쳐봤자, 브렉시트를 뒷받침한 주장이 그대로 돌아올 것입니다. 내가 뽑지도 않은 영국 의회에 우리 운명을 맡길 수 없다고, 독립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저 공포심에 부채질을 할 뿐이라고 말이죠.

2014년 스코틀랜드인들이 독립에 반대했던 것은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실현되면서 혼란이 찾아왔습니다. 브렉시트로 인해 스코틀랜드 독립의 위험성은 더 높아졌지만, 실현 가능성 역시 더 커졌다는 것이 아이러니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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