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람들(1/2)
2017년 2월 13일  |  By:   |  과학  |  2 Comments

직장에서, 술집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때로 가족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은 절대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장담하는 이들 말입니다. 그들은 설사 감기에 걸렸을 때도 코 한 번 훌쩍이지 않는다고 말하며, 독감을 우습게 생각할 뿐 아니라 회사를 쉬지도 않습니다. 그들은 우리 보통 사람들이 비타민 C를 먹으며 꿈꾸는 그런 완벽한 면역력을 갖춘 것처럼 보입니다. 그들의 비결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우리도 그들처럼 될 수 있을까요? 정말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요?

“나는 감기나 감염, 질병에 걸린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유대인 수용소와 홀로코스트를 겪고 1946년부터 글래스고에 살고 있는 올해 97세인 로어 루카스의 말입니다. “나는 술과 담배를 한 번도 하지 않았죠. 잠을 잘 자고, 낮에도 가능하면 신발을 벗고 침대에서 조금 쉬지요.” 그녀는 어떤 것을 먹을까요? “나는 치즈를 싫어하기로 유명해요. 스코틀랜드식 다진 고기나 양 내장, 그리고 죽을 싫어하죠.”

그녀는 1938년 3월, 나치 독일을 피해 제네바에서 조산원으로 일을 시작했고, 나중에는 비서로 일했습니다. 그녀는 단 하루도 몸이 안 좋아 일을 쉰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전쟁 이후에는 어땠을까요? “나는 내가 부모님과 언니, 할아버지, 할머니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큰 충격이었죠. 하지만 1946년 결혼을 하게 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지요.” 지난 30년 동안 혼자 살았고 한 명의 아들과 손녀가 있는 그녀는 자신의 건강이 좋은 유전자와 좋은 삶의 조합이라고 말합니다. 아, 그리고 브릿지 게임이 있습니다. “나는 게임을 통해 삶의 생기를 얻습니다.” 그녀는 이메일에서 이렇게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보청기 때문에 전화는 힘들어요. 나는 브릿지에 상당히 중독되어 있습니다. 여러 클럽에서 브릿지 게임을 즐기고, 집으로 사람들을 불러 같이 게임을 합니다.”

한 사람은 평생 평균 200번 정도 감기에 걸립니다. 어떤 이들은 남들보다 더 많이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 감기에 전혀 걸리지 않는 사람이 있는지에 관한 어떠한 증거도 없으며 관련된 연구도 없습니다. “대부분 소문이거나 본인의 주장입니다.” 서레이 대학의 면역학자이자 영국 면역학회 대변인인 나탈리 리델 박사의 말입니다. “정말 그런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근거가 필요합니다.” 생활습관과 면역력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면역력 증강 산업과 이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마치 신학기의 독감처럼 계속해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영양 보조제 산업은 세상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로 2021년에는 60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미국의 작가 율라 비스는 백신에 대한 그녀의 책 “면역에 관하여(On Immunity)”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날 한 사람의 면역 체계를 (후천적으로) 만들고 증강하고 보강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일종의 문화적 강박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의사들과 면역학자들은 이런 초인의 존재는 증명되지 않았고 어쩌면 소설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이는 우리의 면역체계가 마치 지문처럼 사람마다 다르며 또한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특정한 바이러스에 강한 면역체계를 타고납니다.” 면역 체계 유전자가 어떻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책 “나만의 유전자(The Compatibility Gene)”를 쓴 맨체스터 대학의 면역학자 다니엘 데이비스의 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이 어떤 이가 남들보다 더 우월하거나 더 열등한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어떤 이는 다른 이보다 특정한 독감 바이러스에 더 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입니다. 인류는 본질적으로 다양한 질병에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는 면역체계의 다양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 종이 질병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이런 다양성은 우리가 가진 유전자에서 출발합니다. “인간 게놈을 구성하는 유전자 25,000개 가운데 가장 종류가 많은 유전자가 면역 체계를 결정하는 유전자들입니다. 이 말은 사람들 사이에 가장 다른 유전자가 바로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라는 뜻입니다.”

이런 다양성은 어떤 면역체계가 더 좋고 나쁜지를 말하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또한, 항산화제, 비타민 C, 레몬차, 생강차, 마늘, 에키네시아, 밀싹(wheatgrass) 등 면역력을 강화해준다는 성분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집니다. 과연 그런 제품들이 효과가 있을까요?

“기본적으로는 답을 알지 못한다고 말해야겠지요.” 데이비스의 말입니다. 의사이자 가디언에 글을 기고하는 앤 로빈슨은 이렇게 말합니다. “의심으로 온몸을 무장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병에 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일까요? “가장 건강해 보이는 이들은 어쩌면 어렸을 때 한 번 병에 걸렸을 수도 있고, 백신을 철저하게 맞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지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특정 병에 좀 더 강하거나 혹은 특정 병에 좀 더 약하도록 만들어져 있을 뿐입니다.” 데이비스의 말입니다. 두 사람은 모두 우리의 장내 미생물군이 면역체계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먹는 것과 면역력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말일까요? “그 문제는 오늘날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는 주제 중의 하나입니다. 장내 미생물군이 면역력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거의 병에 걸리지 않는” 올해 55세의 건축가 제니 헌터는 자신의 생활습관과 태도가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아프다는 핑계를 허락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호주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기억합니다. “내가 아픈 것 같다고 말하면 어머니는 괜찮아질 거라고 말하며 그냥 나를 학교에 보냈어요. 그녀 말이 맞았죠… 좀 잔인하긴 하지만 어쨌든 그녀 말대로 괜찮아졌어요.” 제니는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고 있을까요?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냉수 목욕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게 나만의 비법 같은 게 있지는 않아요.” 그녀는 웃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나는 건강한 음식을 먹고 늘 바쁘게 살죠. 요가와 필라테스를 하고 매주 달리기를 합니다. 그리고 행복한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나는 기본적으로 인생은 즐거운 것이라는 자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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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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