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정은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1/2)
2017년 1월 2일  |  By:   |  과학  |  No Comment

당신의 가장 친한 친구와 마주 앉아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한다고 느꼈을 때를 생각해 봅시다. 아마 당신은 그녀가 당신이 가진 ‘최고의 모습’, 최상의 지혜와 재치를 끌어내고 있다고 느꼈을 겁니다. 그녀는 당신을 응원하며 당신의 말을 주의깊게 듣고, 당신의 뜻을 더 정확하게 표현해 줄 뿐 아니라 이를 더 완벽한 모습으로 바꾸어 줍니다. 두 사람이 같이 알고 있는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며, 같이 공유하는 기억들을 스치듯 다루고, 둘만의 표현을 사용해 두 사람의 기억 속으로 빠져듭니다. 친밀감과 존경심이 서서히 커지면서 당신이 그녀와 어울린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게 되겠지요. 당신이 그렇게 높게 평가하는 인물이 또한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에 깊은 만족감을 느끼게 됩니다. 행복감과 충만함, 에너지가 온 몸을 감쌉니다.

우정은 우리의 영혼을 채우고 붙들어주며 한 사람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우정은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우정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사람을 건강하게 만듭니다. 좋은 친구는 면역을 높이며, 창의력을 부채질하고, 혈압을 낮추며, 노년기의 치매를 늦추어 줄 뿐 아니라 모든 연령대에서 사망률을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친구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은 그저 감정적인 표현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때로, 자신이 가장 믿었던 친구라 하더라도 다른 모든 인간관계처럼, 긴장과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때 존재했던 마법은 사라지고, 이를 되돌리려는 노력도 실패하고 맙니다. 비극적인 이유로 모든 것을 잃게 되거나, 심지어 어떤 분명한 이유 없이도 그저 멀어지고 맙니다. 남는 것은, 친구이지만 친구가 아닌 이들입니다. 점점 대하기가 어려워지는 친구가 있고, 같이 있는 것이 불편해지는, 곧 서로에게 해가 되는 친구가 있습니다. 좋은 친구가 가져다주는 즐거움과 이득은 엄청나지만, 거기에는 댓가가 있습니다. 우정은 크게 보면 흔히 묘사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일그러진 것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상적인 우정에 찬물을 끼얹은 연구에는 최근 발표된, 일반적으로 친구라 생각하는 관계의 약 절반만이 두 사람이 모두 서로를 친구로 생각하는 관계라는 연구가 있습니다. 이 연구는 또한, 사람들은 자신이 친구라 여기는 이가 당연히 자신을 친구로 여길 것이라 생각한다는 것을 보였기 때문에 이 점 역시 충격을 주었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친구라 생각하는 이들 중 당신을 친구로 생각하지 않을 이가 누구인지 상상이 되나요?

이런 우정의 불균형에 대한 한가지 설명은 많은 친구관계가 일방적인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십대 청소년들에 대한 연구에서, 청소년들은 더 인기있는 아이들과 친구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위계에서 더 상위에 있는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이들만을 친구로 골랐습니다. 2012년 뉴욕타임즈에 실린 스티븐 스트로가츠의 글은 당신의 페이스북 친구들은 평균적으로 항상 당신보다 더 많은 친구를 가지고 있음을 보였습니다. 불평등의 세상에서 우정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사회과학 용어로 ‘양가적(ambivalent)’ 관계의 특징은 독립성과 충돌입니다. 당신은 이들에게 긍정적이면서도 부정적인 여러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핸드폰이 울리고 화면에 그들의 이름이 뜨면, 당신은 전화를 받을지를 잠깐 고민합니다. 이런 관계 역시 매우 흔합니다. 한 연구는 일반적으로 한 사람의 소셜 네트웍 친구 중 약 절반이 이런 양가적 관계임을 보였습니다. 물론 가족 중에 양가적 관계인 이들의 비율은 친구들에게서의 비율보다 더 높습니다. 하지만 우정 역시 그렇게 긍정적인 것이 아닌 것만은 분명합니다.

믿을만하고, 당신 만을 생각하며, 늘 흥미로운 그런 좋은 친구라 하더라도 다른 부정적인 특징 때문에 당신에게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우울증을 가진 친구는 우리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을 높입니다. 비만인 친구는 당신을 더 살찌게 만들고, 흡연이나 음주 역시 친구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다른 종류의 ‘좋은’ 친구들 중에는 그저 당신과 다른 가치관이나 삶의 목적, 습관을 가졌기 때문에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사실 그들은 당신에게 아무런 나쁜 일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당신을 지지하는 이들에 속하지 않으며, 따라서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마치 맞바람 속에서 걸어가는 것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양가적 우정이 우리의 건강에도 해를 끼친다는 사실입니다. 2003년 브리검 영 대학의 줄리앤 홀트-런스타트와 유타 대학의 버트 우치노는 사람들에게 혈압계를 차게 한 후 다양한 이들과의 관계를 글로 쓰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들이 명백한 적이나 친구에 대해 기록할 때보다 양가적 관계인 이들에 대해 기록할 때 그들의 혈압은 더 높아졌습니다. 이는 양가적 관계의 예측 불가능성이 우리로 하려금 경계를 늦추지 않게 만들기 때문일 겁니다. ‘그 친구가 과연 이번 크리스마스를 망칠까?’ 하는 생각이 우리를 긴장시키는 것입니다. 양가적 관계는 심혈관 반응성을 높이며, 세포의 노화를 촉진하고, 스트레스 저항성을 낮추며, 행복도를 낮추었습니다.

반면, 한 연구는 양가적 관계가 직장에서 이득이 될 수도 있음을 보였습니다. 양가적 관계에 있는 이들은 상대방의 입장을 더 잘 파악했으며, 이는 그들이 서로의 관계를 파악하기위해 노력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또한 양가적 관계는 자신의 위치를 불확실하게 만들기 때문에 사람을 더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양가적 관계가 사랑, 증오, 분노, 연민, 헌신, 친밀감이 뒤섞인 관계라는 점에서 라이벌 사이에 싹튼 우정을 의미하는 ‘프레너미(frenemies)’는 매우 깔끔한 관계일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직장에서 프레너미가 동기를 부여하며 때로 로맨스나 서로의 성장에 자극을 준다는 사실에 동의합니다.


 

불행한 가족의 모습이 다양한 것처럼, 불행한 우정의 모습도 다양합니다. 덴버의 임상 심리학자 수잔 하이틀러와 뉴욕의 심리학자이자 마케팅 컨설턴트인 샤론 리빙스턴은 이 문제를 연구했고 몇 가지 특징들을 찾아냈습니다. 나쁜 친구는 자신의 다른 친구들과 당신을 경쟁시킵니다. 그는 당신에 대해서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 훨씬 많이 이야기합니다. 당신을 비판할때는 자신이 절대로 옳은 듯이 행동하지만, 자신을 비판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그와 함께 있을때 마치 계란 껍질 위를 걷는 듯 느껴지며, 언제 당신이 그의 분노를 일으키게 될지 조심하게 됩니다. 그는 어떤 날은 친절하고 다정다감하게 굴지만 다음 날은 너무나 차갑게 굴기 때문에 당신은 그가 마치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보입니다.

2014년 피츠버그 카네기 멜론 대학의 연구팀은 50세 이상의 건강한 여성들의 경우, 인간관계에 부정적인 부분이 많아질수록 고혈압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과도한 요구, 비판, 실망, 불쾌한 대화와 같은 부정적인 관계는 고혈압 위험의 38%를 차지했습니다. 남자에게는 그런 연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여성이 인간관계를 보다 중시 여기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관계는 남녀 모두에게 염증 반응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UCLA의 연구자 제시카 치앙은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축적될 때 마치 실제 독 성분처럼 육체적인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상처를 주는 것은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0대들 사이의 인터넷 악성 공격에 대한 연구는 이러한 공격이 친구에 의한 것일 확률이 친구의 친구에 의한 것일 확률보다 4.3배나 더 높다는 사실을 보였습니다. 프랑스 왕 헨리 2세의 정부였던 다이앤 드 포이티에는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강한 적이 필요하면, 친구 중에서 골라라. 너의 약점을 알고 있을테니.”

작가인 로버트 그린은 자신의 책 “48가지 권력의 법칙(The 48 Laws of Power)”에서 어떻게 친구 사이가 나빠지는 지를 묘사했습니다. 그는 우정을 파괴하는 것은 우정 그 자체라고 말합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우정에 있어 균형을 깨뜨리는 것은 바로 당신이 보이는 호의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그런 행운을 차지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당신이 호의의 댓가를 바라게 되면 상대는 이를 불쾌하게 느낀다. 이는 당신의 호의가 자신이 이를 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당신의 친구이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정에는 서로에게 고통이 되고 마는 일종의 생색내기 같은 것이 있으며, 이때문에 상처는 조금씩 곪아가고, 누군가 조금 더 솔직해져서 분통이나 부러움을 때로 넌즈시 비치면서 우정은 서서히 빛을 바래게 되는 것이다.

2부로

(AEON)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