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2016년 추천글 2
- 2016년의 마지막 주에는 필자 eyesopen1이 지난 일 년 간 올렸던 번역글 가운데서 직접 선정한 추천글 열 편을 두 번에 나누어 소개합니다.
젠더 이슈를 논하는 자리에서 드러나는 가장 근본적인 입장차는 아마도 성평등이 이미 이루어졌다고 보는 사람들과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보는 사람들 간의 차이일 것입니다. 세계 대부분 국가의 다양한 사회경제적 지표들이 여전히 젠더 격차를 입증하고 있지만, 한 세기에 걸친 여권신장 운동 덕분에 성평등이 이미 이루어졌으며 어떤 부문에서는 역차별마저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 적극적으로 전개되는 것은 글로벌한 현상인 듯 합니다. 젠더 관련 칼럼을 써온 필자는 이런 주장을 더 이상 소수의 불평이라 치부할 수 없게 되었다며, 주변 남성들, 그리고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정서의 배경을 차근차근 살펴나갑니다. 엄청난 변화의 속도와 공기처럼 누리던 것을 빼앗기는 일에 으레 따르기 마련인 고통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선거연령이 만 19세 이상으로 되어있는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정치 참여가 성인의 전유물이라는 정서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세계 각 국이 선거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추세가 나타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루어지는 중입니다. 특히 2016년 하반기 한국 사회를 뒤흔든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는 시국선언과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청소년들이 큰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13세 어린이들에게도 투표권을 주자는 파격적인 제목을 달고 있는 워싱턴포스트의 칼럼은 아동 참정권 반대 입장을 친절하게 소개한 후 하나하나 반박하고 있어, 독자가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이번 미국대선에서 가장 주목받지 못한 집단, 바로 클린턴의 열성팬들입니다
2016년 세계 최대의 정치 이벤트였던 미국 대선 전후로 언론에서는 트럼프 현상에 대한 분석, 트럼프 지지자들에 대한 분석이 쏟아져나왔습니다. 하지만 대등한 레이스를 펼치고 아깝게 패한 클린턴 후보의 지지자들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어떤 유권자들이 클린턴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이루고 있는지, 이들이 왜 클린턴에게 열광하는지를 자세히 소개한 이 기사가 미국과 분위기가 사뭇 다른 이웃 캐나다에서 나왔다는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서구에서 부상하는 포퓰리즘, 문제는 경제가 아닌 문화다
전례를 찾기 힘들만큼 독특한 캐릭터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고, 정치학자들과 역사학자들도 큰 과제를 떠안게 되었습니다. 외교와 국제문제를 다루는 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심층 기사를 통해 트럼프 당선을 특수한 현상이 아닌 포퓰리즘의 부상이라는 세계적인 현상의 일부로 분석하였습니다. 세계화로 인해 좌우파의 경제 정책이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 시대에 문화적인 이슈가 선거전의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으며 변화에 저항하는 움직임 역시 세계 각 국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본 기사의 분석입니다.
“대안우파(alt-right)”라는 용어 사용에 대한 AP통신의 가이드라인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적확한 어휘를 사용하는 것은 언론인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질입니다. 관성적인 언어 사용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상을 제대로 담아낼 수 없고, 언론이 무엇을 어떻게 부르는가는 여전히 사회 구성원들의 사고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AP통신이 트럼프의 부상과 함께 떠오른 “대안우파(alt-right)”라는 단어 사용과 관련해 주의령을 내렸다는 소식은 의미심장합니다. 책임자는 언론이 “특정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전파한 선전용 단어”를 수동적으로 수용해서는 안되며, 스스로를 “대안우파”로 칭하는 이들의 실제 언행과 소속, 시각, 철학, 신념, 역사를 정확하게 서술하는 것이 언론인의 역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 대해 보수, 진보, 좌파, 우파와 같은 “딱지”를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우리나라 언론계가 새겨들어야 할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