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것은 중국이 아니라 자동화입니다.
쉐리 존슨(Sherry Johnson) 씨가 자동화에 빼앗긴 첫 일자리는 조지아 주에 있는 신문사에서 프린트 기계 안으로 종이를 채워 넣는 작업이었습니다. 나중에 존슨 씨는 기계가 물건을 만들고 재고를 관리하는 일까지 익히는 것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걸 지켜보는데 화가 나더라고요. 도대체 저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라는 거냐는 생각이 들면서요.” 존슨 씨는 컴퓨터 수업을 수강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0대나 30대의 젊은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에 훨씬 더 빨리 적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우리가 자랄 때는 그런 게 없었으니까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존슨 씨와 같은 사람들에게 무역, 아웃소싱, 그리고 미국으로의 이민을 제한해서 일자리를 되찾아 오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일자리에 위협이 되는 원인은 다른 데 있다며 자동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습니다.
노동 시장과 기술 변화를 연구하는 하버드 경제학과의 로렌스 카츠(Lawrence Katz) 교수는 말합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동화가 무역이나 이민과 같은 요인들보다는 훨씬 더 중요한 원인이죠.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요.”
선거 기간 동안 대선 후보자 중 그 누구도 유세 현장에서 자동화에 대해서 많은 논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인들에게는 기술을 비난하는 것보다 중국이나 멕시코를 비난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죠. 또 기술의 변화를 막을 만한 뚜렷한 방편도 없고, 미국의 기술 혁신 기업들이 미국에 가져오는 혜택도 많기 때문이죠.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주요 테크 기업들의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계속해서 엄청난 혁신을 이어가셨으면 좋겠어요. 만약 그 과정에서 정부가 도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어느 것이든 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택한 노동부 장관 후보 앤드류 퍼즈더(Andrew Puzder) CKE 레스토랑 CEO는 지난 3월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보다 로봇을 고용하는 것이 왜 더 좋은지 거리낌 없이 밝혔습니다. “로봇은 항상 정중하고 고객에게 더 비싼 제품을 사도록 설득하며 절대 휴가 같은 건 가지도 않고 지각도 안 하죠.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일도 없으며 로봇을 고용하면 나이나 성별, 그리고 인종 차별과 관련된 소송에 휘말릴 일도 없죠.”
세계화가 일자리를 없앤 부분도 있습니다. MIT의 대론 아스모글루(Daron Acemoglu) 교수와 데이비드 오터(David Autor) 교수를 포함한 경제학자들의 논문을 보면 특히 2000년대 중국과의 무역이 증가하면서 미국에서 200~24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동화가 세계화보다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크며 세계화로 없어진 일자리는 결국에는 자동화로 없어질 운명이었다고 오터 교수는 말합니다.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United Technologies)의 CEO인 그레그 헤이즈(Greg Hayes)가 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하는 대신 미국 인디애나 주에 그대로 두고, 16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트럼프 당선인과 협정을 맺었습니다. 이 협정 뒤 헤이즈 CEO는 160만 달러를 자동화에 투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죠. “궁극적으로 자동화에 투자하는 것은 일자리가 점점 더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 수십 년간 사라진 제조업 일자리의 13%만이 세계화로 인한 것이고 나머지 일자리의 감소는 자동화로 인한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무역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는 의류 제조업이고 기술 발전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는 컴퓨터 부품과 전자 기기 제조업 분야입니다.
과거의 경험을 살펴보면 자동화는 전반적으로 좋은 결말로 이어지긴 했습니다. 자동화로 어떤 일자리가 사라지면 새로운 일자리가 그 자리를 채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몇몇 전문가들은 지금 도래하는 자동화는 과거와는 다를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경제 상황이 나아지는데도 특히 단순 육체노동을 하는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남성들을 포함한 많은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 수준이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자리가 있는 경우에도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새로운 일자리가 요구하는 새롭고 좀 더 복잡한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서 직업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노동경제학자들은 로봇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다른 일자리로 더 쉽게 옮겨 갈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몇 가지 있다고 조언합니다. 여기에는 직업 재교육 프로그램, 노조의 활성화, 더 많은 공공 부분 일자리, 더 높은 최저임금, 더 많은 근로소득세 공제제도, 그리고 다음 세대 노동자들이 대학 교육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등이 포함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자동화와 경제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이 보고서는 경제 성장을 이끌며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아 교육의 확대, 성인 직업 교육의 강화, 그리고 임금 보험과 같은 사회 안전망을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집권 당시 노동부의 수석 경제학자를 지낸 하버드 경제학과의 로렌스 카츠 교수는 말합니다. “시장이 자동화를 하도록 허용하면서 정부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기술 발전의 장기적 효과임에도 불구하고 이민자, 무역, 그리고 다른 요인들을 비난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자동화로 인한 변화는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컴퓨터는 화이트칼라 노동자나 서비스 산업 노동자가 하는 일을 빠르게 습득하고 있습니다. 맥킨지가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현존하는 기술만으로도 월급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가 하는 45%의 일을 기술이 대체할 수 있습니다. 창의력, 사람을 관리하는 기술, 그리고 노인이나 환자 부양과 관련된 일이 로봇이 대체할 가능성이 가장 낮은 직종이라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