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 – 옴 말릭 칼럼] 인공지능에 대한 호들갑, 그리고 희망
2016년 10월 14일  |  By:   |  과학  |  1 comment

지난 8월 초, HBO “Last Week Tonight”의 존 올리버는 인터넷 시대에 위기에 처한 미디어 회사들의 필사적인 노력을 익살적으로 비꼬았고, 이는 유튜브에서 600만회 이상 재생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10분 경, 그는 트리뷴 퍼블리싱 그룹이 이름을 바꾼 트롱크(Tronc)의 마치 패러디처럼 보이는 인공지능 뉴스에 관한 홍보 영상을 풍자했습니다.

인공 지능을 자사의 미래로 여기는 회사는 트롱크만이 아닙니다. A.I 는 가장 인기있는 단어이며 모든 대기업들이 이 마술같은 신기술이 어떻게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지를 이야기합니다. 심지어 미국의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Macy) 역시 자신들이 IBM 의 인공 지능을 이용해 온라인 쇼핑으로 백화점을 떠난 고객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 방법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클라우드”, “빅 데이터”, “기계 학습” 등의 단어처럼, “인공 지능” 역시 광고 회사와 홍보 담당자에 의해 남용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이 “인공 지능”이라 부르는 대부분의 기술은 데이터 분석이며, 이는 곧 그들이 원래 하던 일입니다. 만약 당신이 “그래서 인공 지능이 도대체 뭐지?”라는 의문이 든다면, 걱정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도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여러 전문가들에게 그 단어를 정의해달라고 말했고 여러 다른 답을 얻었습니다. 그나마 그들의 말 중 공통점은 인공 지능이 인간 지능을 흉내내거나 증강(augment)해주는 기술이라는 것입니다. 나는 지능적인 소프트웨어가 우리로 하여금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 세상에 더 잘 대처할 수 있게 해주리라는 의미에서 증강이라는 단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0년 전, 나는 신문을 읽었고, 전기 타이프라이터로 글을 썼으며, 열 개 남짓의 텔레비전 채널을 보았습니다. 오늘날 나는 넷플릭스, 아마존, HBO 그리고 다른 많은 사이트를 통해 원하는 영상을 볼 수 있지만, 오히려 무엇을 볼지 선택하는데 곤란을 겪습니다. 이메일, 메시지, 약속 등을 모두 제때에 처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증강 지능은 스스로는 불가능한, 이 점점 더 늘어나는 선택들을 정리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컴퓨터, 특히 소프트웨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입니다. 한 때는 문서를 만들기 위해 목소리로 먼저 녹음 후 누군가가 이를 타자로 옮겨쳐야 했습니다. 음성을 문자로 바꾸는 데에는 인간이 필요했습니다. 오늘날 아이폰은 이를 쉽게 처리합니다. 만약 50년 전의 사람들이 이를 본다면, 그들은 이 기술이 인간의 의식을 가졌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는 그저 우리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조금 더 증강시키는 방법일 뿐입니다. 미래학자인 케빈 켈리는 신작인 “피할 수 없는: 미래를 결정할 12가지 기술 이해하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가진 기술은 50년 전이라면 인공 지능이라 불렸을 기술이다. 50년 뒤 우리가 사용할 기술들은 그 때에도 인공 지능이라 불리지 않을 것이다.”

그의 말을 이해하기위해 페이스북을 뒤질 필요는 없습니다. 인터넷이 있기 전, 우리는 한 번에 한 명의 친구에게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써 서로의 근황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었습니다. 장거리 전화에 드는 비용과 편지를 쓰는 데 걸리는 시간 때문에 우리가 유지할 수 있는 관계의 수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과 이메일은 시간과 노력을 줄였습니다. 친구들의 목록인 페이스북은 다시 한 단계를 더 줄였고, 우리는 동시에 수백 명, 수천 명의 친구들에게 자신의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알고리즘은 더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더 많은 관계를 유지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미쉘 조우는 감정 분석 스타트업인 주지(Juji)를 공동창업 하기 전에 15년을 IBM 연구소와 IBM 왓슨 그룹에 있었습니다. 인공 지능과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의 전문가인 조우는 인공 지능을 세 단계로 구분합니다. 첫 단계는 인식 지능(recognition intelligence)으로 강력한 컴퓨터가 패턴을 인식하고 문서의 주제를 찾고 심지어 전체 문서의 의미를 파악하는 단계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인지 지능(cognitive intelligence)으로 기계가 패턴 인식을 넘어 데이터로부터 추론을 해낼 수 있는 단계를 말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생각과 움직임 등 인간의 모든 행동이 가능한 가상의 인간을 말합니다.

이 세번째 단계는 먼 미래에야 가능할 것입니다. 언론의 호들갑과 달리, 아직 많은 기술이 불완전합니다. 한동안 대부분의 인공 지능은 인간의 지능을 증강시켜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심지어 이 단계를 위해서도 기계의 훈련을 위해 인간이 있어야 합니다. 2016년 4월 블룸버그에는 좋은 예가 실렸습니다. 이 회사는 일정을 정리해주고 온라인 쇼핑을 도와주는 인공 지능 개인 비서를 만드는 회사로, 자신들이 만든 인공 지능 비서가 제대로 역할을 하는 지를 확인하고 평가하기 위한 인간 “교관”을 고용했다는 내용입니다. 데이터 분석회사인 프라이머의 창업자이자 알고리즘을 통해 데이터에서 지능을 이끌어내는 분야의 전문가인 숀 고울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공 지능을 인간의 지능을 얼마나 흉내내는가로 정의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스포티파이, 넷플릭스, 그리고 새로운 인공 지능 챗봇 등 모든 이런 류의 기술들은 인간이 만든 데이터를 필요로 합니다. 음악을 듣고, 리스트를 만들고,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행동은 스포티파이로 하여금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곡이 히트할지를 예측하는 인공지능을 훈련하는 데 쓰입니다.

이제 사람만큼 사진을 알아보는 것으로 알려진 “컴퓨터 시각” 분야 역시 사람들이 올린 수십억 장의 사진과 설명을 통해 훈련된 것입니다. 구글이 사람들의 사투리와 뉘앙스를 알아들을 수 있는 이유도 수십억 건의 목소리 샘플을 수 년 간 모아왔기 때문입니다.

조우의 세 단계를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는 아직 첫 단계인 “인식 지능”의 단계에 있습니다. 물론 몇 몇 회사들은 의미를 추론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조우는 내게 이메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과연 세 번째 단계에 도달할 수 있을 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는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세상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계는 자신의 장점, 곧 행동에 일관성이 있다는 점과 객관적이며 정확하다는 점을 살리면 되고, 인간 역시 우리가 가진 장점인 창조성과 부정확하지만 뛰어난 적응성을 살리면 됩니다.” 적어도 일 이십 년 동안은, 인간은 계속해서 기계로 하여금 인간을 닮도록 훈련시켜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한 동안은 인공 지능에 대한 호들갑을 그저 그러려니 보아야 할 것입니다.

(뉴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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