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여자 800m 달리기가 논란의 종목인 까닭은?
2016년 8월 17일  |  By:   |  세계, 스포츠, 정치  |  No Comment

실외 육상 경기의 세계기록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깨지지 않은 기록은 여자 육상 800m 종목입니다. 체코의 자밀라 크라토케빌로바 선수가 1983년 세운 1분 53초 28의 기록이죠. 1분 54초의 벽을 깬 선수는 크라토케빌로바를 포함해 단 두 명뿐입니다. 올해 리우 올림픽에서 이 기록을 깰지도 모르는 기대주는 남아공의 캐스터 세메냐 선수입니다. 그리고 세메냐 선수가 좋은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게 된다면 아마도 이번 올림픽 최대의 기삿거리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남성 호르몬 수치가 논란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세메냐 선수는 2009년 18세의 나이로 압도적인 기량을 보이며 세계선수권을 제패했습니다. 당시 경기 전 국제육상경기연맹은 세메냐 선수가 성별 판정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죠. 그리고 (정당하게도) 검사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연맹은 2010년 중반까지 세메냐 선수의 경기 출전을 금지했습니다. 같은 기간 세메냐 선수는 남성 호르몬 억제제를 맞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미디어의 관심은 무례한 수준에 이르렀죠. 그러는 동안 국제육상경기연맹은 간성(intersex) 선수 관련 규정을 재검토했고, 결국 여성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최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정하기에 이릅니다. 올림픽도 2012년에 같은 규정을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약 때문인지, 부상 때문인지, 언론의 관심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세메냐 선수의 기록은 점점 떨어졌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땄지만, 기록은 1분 57초대로 그저 그랬습니다.

하지만 인도의 두티 찬드 선수가 연맹의 규정을 스포츠 중재 법원으로 가져가 승소한 이후, 세메냐 선수의 커리어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스포츠 중재 법원은 해당 규정이 여성 선수에게만 적용되어 차별적이고, 연맹은 체내의 테스토스테론이 체외에서 주입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운동선수의 기량을 끌어올린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 이후 세메냐 선수는 억제제 없이 경기에 출전하게 되었고, 남아공 선수권에서 400m, 800m, 1,500m를 모두 석권한 후에는 개인 기록도 갈아치웠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죠.

하지만 세메냐 선수를 비롯해 남성 호르몬 분비가 많은 여성의 운동 경기 참가에 대한 논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국제육상경기연맹이 정했던 남성 호르몬 최대치는 리터당 10나노몰(nmol)이었습니다. 2011년 세계선수권에 참가했던 여성 선수들의 평균치는 리터당 0.69나노몰에 불과했으니, 연맹의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경기라는 것 자체가 신체적 차이로 승부를 보는 게임입니다. 몸집이 작은 기계체조 선수나, 거인 같은 농구선수, 땅땅한 역도 선수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신체적 차이가 드러나죠. 올림픽의 MVP로 칭송받는 마이클 펠프스도 비범한 신체 조건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긴 상체, 큰 발, 엄청난 폐활량 모두 평균과는 거리가 멀죠. 그리고 이 모든 조건이 수영이라는 종목에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우사인 볼트의 유난히 긴 팔다리가 기록에 도움이 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엄청나게 세밀한 규정을 만들어 완벽하게 “공평한” 경기를 만들어낼 수 없는 한, 인간 신체의 다양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게 하면 난공불락의 기록도 깨질지 모르는 일이고요.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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