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스 틴 USA 대회에서 수영복 심사가 사라지는 것, 긍정적인 변화일까?
2016년 7월 8일  |  By:   |  문화, 세계  |  No Comment

지난 주, 미스유니버스조직위원회는 10대 청소년들이 참가하는 미스틴 USA 대회에서 수영복 심사를 없앤다고 발표했습니다. 수영복 심사는 스포츠 의상 심사로 대체된다는 발표였죠. 조직위는 “활동적이고 목적있는 삶을 살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러한 삶을 독려하는 여성을 높이 사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변화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이유를 밝혔고, 많은 사람들이 이 결정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수영복 심사가 스포츠 의류 심사로 대체된 것이 과연 진보일까요?

미인대회의 수영복 심사에는 분명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소름끼치는 구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위의 주장대로 스포츠 의상 심사가 “여성의 힘과 자신감, 아름다움을 드러낸다”면 수영복 심사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수영이 얼마나 멋지고 힘든 운동인데요! 여성 수영 선수들은 이미 주변에 영감을 주는 강한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죠.

수영복 심사건, 스포츠 의상 심사건 문제는 운동을 하는 행위가 아니라 “옷”을 심사한다는데 있습니다. 수영복 심사의 문제는 참가자가 수영복을 입고 얼마나 바른 자세로, 얼마나 빠르게 헤엄을 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비키니를 입은 몸매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평가한다는데 있었습니다. 스포츠 의상 평가는 몸을 좀 더 가린다 뿐이지, 본질적으로는 다를 바가 없습니다. 특정 의상을 입었을 때 누가 더 예쁜가를 가린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큰 변화라고 볼 수 없습니다.

수영복 심사가 특정 체형을 이상화시킨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미인대회의 본질에 충실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미인대회의 수영복 심사와 진지한 운동으로서의 수영은 별개의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니까요. 미인대회용 비키니를 입고 수영 선수 흉내를 낸 사람은 없었죠. 하지만 스포츠 의상 심사가 미스틴 대회에 추가되면 우승자가 입은 요가 의상과 보통 사람들이 평소에 입는 요가 의상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고, 이는 오히려 소녀들의 자신감 부족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스틴 USA 대회는 분명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변화는 여전히 매우 느립니다. 미스틴 대회에 의상 평가가 아닌 실제 운동 종목이 추가되는 날이 오면, 저도 대회 중계 방송을 보고 싶네요. (S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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