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에 대한 미국의 법적 보호, 여전히 미흡합니다
2016년 7월 1일  |  By:   |  세계  |  No Comment

작년 이맘때 동성결혼 합헌 결정을 축하하며 건물 앞 면을 무지개색 조명으로 물들였던 백악관이 이번에는 올랜도 게이 클럽 총격으로 사망한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조기를 내걸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서도 이번 사건이 “테러이자 증오범죄”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올랜도 총격 사건은 압도적인 희생자 수에서 두드러지지만, 동성애자를 겨냥한 폭력은 미국에서 드문 현상이 아닙니다. 2010년에는 10대, 20대 청년들이 남성 동성애자 3명을 납치해 때리고 고문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항문에 야구배트를 넣고 피해자들끼리 상대의 성기를 담뱃불로 지지게 하는 수위의 고문이었죠. 2011년에는 켄터키에서 한 남성이 동성애자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무리에게 공격을 받았지만, 배심원단은 동성애 혐오를 범행 동기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습니다. 2013년에는 시애틀의 게이 클럽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남성이 총에 맞아 숨졌고, 뉴욕 웨스트빌리지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2015년에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대학 교직원이 호모포빅 성향의 전 직원의 총에 맞아 숨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8월에는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에서 결혼한 최초의 동성 커플이 공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종류의 범죄는 동성애자 권리에 대한 제도적 보호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2009년 미 의회에서는 처벌 수위를 높일 수 있는 범죄 동기 목록에 성적 지향이나 젠더 정체성과 관련된 동기를 포함시키는 증오범죄방지법이 통과되었죠. 아무리 법이 강화되고, 대법원 판결이 나와도 그것으로는 동성애자들이 범죄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증오범죄 가운데 동성애자를 겨냥한 범죄는 인종 관련 범죄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종종 인종 범죄의 타겟이 되는 흑인이 전체 미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3%인 반면, 통계에서 스스로 성정체성을 밝힌 동성애자가 4%인 것을 고려할 때, 어쩌면 동성애자들은 증오 범죄의 가장 큰 피해자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통계를 보면 지난해 대법원의 동성혼 합헌 판결마저도 미처 짚고 넘어가지 못한 부분이 드러납니다. 미국 수정헌법 14조는 이른바 ‘평등 보호 조항’을 포함하고 있지만, ‘차별 정책’ 중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소득이 높은 사람에게 높은 세율을 적용하거나, 특정 작물을 기르는 농가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정책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인종이나 성별, 종교나 출신 국가 등을 근거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에는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왔습니다. 차별적인 대우를 받지 않는지를 엄정하게 따져야 하는 집단의 리스트는 미국 역사와 함께 길어졌고, 1977년에는 정식 혼인 밖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이 리스트에 추가되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판결에서 케네디 대법관은 동성혼 금지가 동성 커플들의 “동등한 존엄”을 해친다고 했을 뿐, 다른 종류의 차별이 반드시 문제가 된다고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하면 동성애자 남성이 성적 지향을 근거로 배심원단에서 제외되는 문제나, 정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문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당한 사람들의 문제에 대해 대법원은 아무런 답도 내놓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올랜도 총격 사건 이후, 공화당 의원들은 범죄를 비난하면서도 피해자들의 성정체성을 언급하지 않으려 갖은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과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서 우리는 미국에서 성소수자들이 높은 위험에 노출된 소수이며 여전히 더 확실한 법적 보호를 필요로 하고 있음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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