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펀딩] 야근수당 보고서 (1) 백악관, 야근수당 지급 대상 대폭 확대
* 스토리펀딩 3화에 올린 미국 정부의 야근수당 지급 대상 확대 기사 세 편을 번역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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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행정부는 지난달 노동자 수백만 명을 새로이 야근수당 지급 대상에 포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칠 이번 발표에 기업과 경제 단체들은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노동부가 발표한 새로운 규정을 보면, 연봉이 47,476달러 이하인 봉급 생활자 대부분이 앞으로 일주일에 정해진 법정 노동시간 40시간보다 더 많이 일한 부분에 대해 시급의 1.5배에 해당하는 시간 외 수당을 받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해당 기준 연봉은 2004년에 정한 23,660달러였습니다.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의 로스 아이젠브레이는 일찌감치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해 왔습니다.
“의회를 통해 법을 새로 제정하지 않고도 노동자 서민층을 도울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제도입니다. 수십 년 동안 노동자들이 누려 오다가 언젠가부터 잃어버린 권리를 비로소 되찾게 된 겁니다.”
바뀐 규정은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는 12월 1일 규정이 발효되면 정해진 시간보다 많이 초과 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받는 급여는 오르겠지만, 반대로 고용주가 정해진 근무시간 이상 일하지 못하도록 제한해 노동 시간이 줄어드는 노동자도 있을 겁니다. 아니면 고용주가 기존 노동자의 급여를 기준선인 47,476달러 이상으로 올려 시간 외 초과 근무 수당과 추가로 사람을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을 아끼는 쪽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노동부의 발표 이후 오하이오주 콜럼버스를 방문한 조 바이든 부통령은 새로운 규정이 중산층 노동자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현 행정부의 원칙에 들어맞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중산층이 갈수록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보다 더 많이 일한 데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지난 40년 동안 야근수당을 받을 수 있는 노동자들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바이든 부통령은 기자들에게 1975년만 해도 연봉 기준으로 전체 봉급 생활자의 60%가 시간 외 수당 지급 대상에 들었지만, 현행 규정대로라면 지급 대상자는 전체 노동자의 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규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상자를 가려내는 데만 수십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며, 무엇보다 (정해진 시간보다 더 많이 일했다는 걸 증명하려고) 매시간 무슨 일을 했는지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사기가 저하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국 소매 연합(National Retail Federation)의 데이비드 프렌치는 말했습니다.
“화이트칼라 노동자라는 집단을 대단히 극단적인 기준으로 다시 정의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노동부는 결과적으로 수많은 노동자를 곤경에 빠트리고 있는 겁니다.”
새로운 규정에 반대하는 경제 단체, 재계와 가까운 공화당 의원들은 특히 규정이 발효되기 전 거쳐야 하는 의회의 검토 기간에 개정안의 시행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 대선 후보가 확실시되는 트럼프에게는 이 문제가 그리 간단한 사안이 아닙니다.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공약이나 시도를 공화당에 큰돈을 후원하는 지지자와 당 지도부는 좋아할지 몰라도 트럼프의 든든한 지지기반 가운데 하나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은 이를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이미 두 집단 사이의 틈이 벌어질 대로 벌어진 상황이 악화되는 건 트럼프에게 좋을 것이 없습니다.
미주리주 에이바(Ava)에 사는 트럭 운전사 폴 포터는 미국 트럭 운전사 조합(Teamsters Union)의 회원이자 트럼프의 지지자이기도 합니다. 포터 씨는 이미 하루 8시간 이상 근무 분에 대해서는 기준 급여의 1.5배를 받고 있지만 새로운 규정에도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친구 중에 매니저로 일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은 이런 혜택 전혀 못 받으면서 너무 많이 일하거든요.”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정치적으로 논쟁이 일어나더라도 잃을 것보다 얻을 게 더 많은 싸움입니다. 토마스 페레즈 노동부 장관은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미국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 전반에 관해 의회에서 다양한 논의가 활성화됐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과 현재 의회의 다수당(공화당) 지도부가 생각하는 정책의 주안점이 얼마나 다른지 명확히 나타날 테니까요.”
연방 고용법상 시간 외 수당을 받을 수 있는 노동자를 분류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지에 따라 경영자, 관리자, 전문직 종사자를 가려내는 방법입니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일하는 시간 대부분을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쓰는 사람들로 분류됩니다. 경영자나 관리자, 전문직 종사자에 해당하지 않으면 누구든 시간 외 수당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이 분류 방법은 업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훨씬 더 확실한 두 번째 방법은 하는 일에 상관없이 얼마를 버는지를 기준으로 시간 외 수당 지급 대상을 가려내는 겁니다. 심지어 누가 봐도 경영자라도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하는 기준 연봉보다 급여가 낮으면 시간 외 수당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겁니다.
교사나 의사, 외판원 등 일부 직종은 규정이 바뀌어도 시간 외 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반대로 학계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은 지급 대상에 포함됩니다.
시간 외 수당 규정은 1938년 연방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법과 함께 통과됐습니다. 지급 대상을 정하는 기준 연봉도 시간이 흐르면서 몇 차례 올랐습니다. 2004년 부시 행정부가 개정한 규정에 따라 고용주는 이전보다 손쉽게 노동자의 업무 내용을 토대로 시간 외 수당 지급을 중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새로운 규정을 지지하는 아이젠브레이 같은 사람들은 정부가 연봉 기준을 51,000달러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51,000달러는 물가 인상을 참작했을 때 1975년 기준에 맞춘 액수입니다. 당시 포드 정부가 시간 외 수당 지급 대상을 대폭 확대한 것을 마지막으로 야근 수당을 받을 수 있는 노동자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새로운 연봉 기준은 현재 미국에서 평균 소득이 가장 낮은 남부 지역의 하위 40% 노동자들이 받는 정규직 연봉 평균에 해당합니다. 또한, 새 규정에 따르면 앞으로 3년마다 급여의 변화에 맞춰 기준 연봉도 다시 설정되어야 합니다.
노동부는 새로운 규정이 발효되면 노동자 420만 명이 추가로 야근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보다 훨씬 많은 노동자가 혜택을 볼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또한, 시간 외 수당을 받아야 함에도 고용주가 업무 내용상 수당 지급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해 수당을 받지 못하던 노동자 900만여 명이 새로운 규정의 보호를 받아 수당을 받게 될 것으로 노동부는 내다봤습니다.
새로운 연봉 기준보다 꽤 적은 연봉을 받는 노동자들이 어떤 상황을 맞이하게 될지를 두고 아주 치열한 논란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시간 외 수당을 주더라도 결국 총급여는 변하지 않도록 초과 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의 기본급여를 고용주가 낮춰버리면 그만이지 않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컨설팅 회사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전국 소매 연합의 의뢰를 받아 노동자들의 임금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했습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시간 외 수당 지급 대상에 새로이 포함되는 노동자 가운데 실제로 일주일에 40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의 상당수가 실제로 받는 급여를 기준으로 한 총연봉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예를 들어 시간 외 수당으로 나가는 돈이 20만 원 늘어나면 기본급여를 20만 원 깎아 연봉을 원래대로 맞춘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노동문제연구소(Institute for the Study of Labor)에서 일하는 노동경제학자 다니엘 해머메시는 기본급여가 좀 낮아지기는 하겠지만, 새로 받게 되는 시간 외 수당이 이를 만회하고 남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014년 새로운 규정을 만들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노동부가 지난해 7월 새로운 규정의 초안을 내놓았는데, 이 규정에 대해서만 총 30만여 건의 의견이 접수됐을 정도로 미국 국민 사이에서도 찬반 논쟁이 격렬합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먼저 새로운 연봉 기준이 오히려 평균 소득이 낮은 가난한 지역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노동부는 이에 기준 연봉을 처음 제안했던 50,440달러에서 낮췄습니다. 정부는 또한 매년 기준 연봉을 조정해야 한다는 조항을 3년에 한 번으로 바꿨고, 2004년 부시 행정부가 업무 내용에 따라 수당 지급 면제 대상을 확대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부분을 재검토하기로 했습니다.
대학을 비롯한 교육 기관, 지방 정부, 소규모 비영리 단체들이 새로운 규정 때문에 늘어날 비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애리조나주 정부 산하 주택 관리사업체에서 일하는 공무원 엘워드 에드는 현재 수리해야 할 집이 500채가 넘을 만큼 일이 밀렸는데, 새로운 규정이 적용되면 노동자 두 명을 고용하려 했던 계획을 한 명으로 바꿀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에드 씨는 새로운 규정이 자신이 일하는 사업체에 적용될지 안 될지 모르겠다면서 상황이 확실해질 때까지 규정을 지킬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동부 관계자는 해당 사업체는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매시간 무슨 일을 했는지 꼼꼼히 살펴 가며 일해야 하는 건 원하는 만큼 일하고 싶은 노동자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며, 노동자의 자존감을 떨어뜨릴 수도 있는 문제라는 비판도 많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새로운 규정의 수혜를 입을 당사자 가운데 한 명인 브랜다이스 대학의 박사후과정 연구원 에린 클라크는 노동자의 사기 저하는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하버드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클라크 씨는 현재 뉴런 관련 연구를 하는데, 일주일에 60시간 정도 일하며 연봉으로 46,344달러를 받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새 규정이 적용되면 그때야 저 같은 사람도 다른 사람들처럼 직업다운 직업을 가진 기분이 들 겁니다. 지금처럼 교육생 신분 같은 자리 말고요.”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