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5세, 45세, 65세 유권자가 살아온 세상은 어떻게 다를까
2016년 6월 13일  |  By:   |  세계, 정치  |  No Comment

정치에서는 정치인들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도 중요하지만, 유권자들이 어떤 인생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도 큰 변수입니다. 우리 사회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유권자들의 정치관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똑같은 사건이 다른 세대에는 다른 의미로 와닿았을까요? 이를 파악하기 위해 NPR은 다양한 배경의 미국 유권자 26명을 크게 세 그룹(25세, 45세, 65세)으로 나누어서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 대상자들 가운데는 경기 불황 중에 군에 입대한 25세 청년, 레이건 정부의 이민법 개혁으로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45세 시민, 뉴욕시 최초의 흑인 여성 소방관이었던 65세 유권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시민들이 언급한 이슈는 선정적인 타블로이드와 전통적 뉴스 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24시간 뉴스 체제가 자리잡은 시대에 미디어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담당 기자는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서 극단적인 냉소주의와 극단적인 이상주의가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여전히 낙관주의가 조금 더 강하게 감지되기는 하지만, 희망이 예전만큼 크지는 않다는 점도 느꼈다고 합니다.

25세 유권자: 인터뷰 대상자 중 가장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것이 바로 25세의 청년들이었습니다. 모니카 르윈스키-빌 클린턴 스캔들, 9/11 테러, 이라크/아프간 전쟁, 경제 위기를 모두 매우 어릴 때 겪은 세대에서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높았습니다. 윗 세대와는 달리 “좋았던 시절”에 대한 기억도 없었습니다. 18세에서 32세 사이의 유권자들이 부모 세대에 비해 비관적인 미래관을 갖고 있다는 것은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서도 드러난 바 있습니다.

중국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티모시 응에게 미국은 한 때 안전과 고결함의 상징과도 같았지만, 9/11 테러와 이어진 전쟁으로 이런 환상은 깨졌습니다. “정부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대통령이라면 당연히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일거라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대량 살상무기는 언제 발견되지? 전쟁은 어떻게 수습될까? 그 동네 사람들이 우리를 해방군으로 받아줄까? 하면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큰 배신이었죠.”

45세 유권자: 로레나 페레즈는 3세 때 이민 서류 없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1986년 레이건 대통령의 이민법 개혁 때 시민권을 얻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스타였죠. 우리는 그 분께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저희 부모님은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레이건 대통령은 네브레스카 주에서 조명기구 수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맷 이니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어릴 때 레이건 대통령이 연설하는 걸 들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나는 미국인이고 그건 지구 상에서 가장 멋진 일’이라 느꼈습니다.”

물론 당시에 모두가 레이건을 존경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인들은 애국심으로 충만했습니다. 이 세대가 성인이 될 무렵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냉전이 종식되었으니까요.

하지만 미국은 특별하다는 믿음은 점점 사그라들고 있습니다. 24시간 뉴스 방송과 함께 걸프전쟁, 오제이 심슨 재판, 르윈스키 스캔들이 가정까지 바로바로 전해지자 냉소주의가 싹텄습니다. “언론이 안 좋은 영향이었다고 생각해요.” 맷 이니스의 말입니다.

65세 유권자: 65세 유권자들이 태어났던 시절의 세상은 지금의 세상과 전혀 다릅니다. TV 시트콤을 연상시키는 구조와 순응의 안정적인 세상이었죠. 플로리다 주에 사는 발 모블리도 당시의 인기 TV 프로그램을 떠올립니다. “오지와 해리엇(Ozzie and Harriet)의 시대였죠. 엄마는 집에서 살림하고, 아빠는 회사에 가고요. 엄마의 일은 애들 키우고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그런 일이었죠. 안전하고 좋았어요.”

백인 핵가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TV 시트콤은 미국인들의 삶이 안전하고 순탄하다는 환상을 심어주었지만, 60년대에 들어오면서 이 환상은 깨지고 거리는 시위대로 넘쳐나게 됩니다. 시민권 운동, 반전 시위, 여성 해방 운동이 이 시대에 일어났죠.

브루클린에 사는 안젤로 팔콘은 혼란의 시절을 기억합니다. “바로 이 동네에서도 폭동이 일어났죠.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살해당하고, 아이들은 물건을 훔치며 돌아다니고…”

그리고는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65세 유권자들은 세상에 대해 품고 있던 환상에서 급히 깨어나야 했습니다. 자기 자신과 안전이 주변 상황에 의해 위협받는 변화 속에서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했던 것입니다. (NPR)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