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펀딩] 포경수술, 할 것인가 말 것인가?
2016년 6월 3일  |  By:   |  건강  |  1 comment

* 스토리펀딩 1화에 소개한 번역 후보 가운데, 포경수술(circumcision)의 득실을 두루 검토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애런 캐럴의 글을 옮겼습니다.

2012년, 미국 소아청소년과 협회는 공식적으로 남자 아동의 포경수술이 가져다주는 이득이 수술 과정에 따르는 위험보다 더 크다고 발표했습니다. 발표 결과를 보면, 포경수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강상의 이득이 모든 남자 아동에게 수술을 권고할 만큼 크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아이에게 시술할 수 있도록 의료보험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소아청소년과 협회는 권고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질병관리본부도 동의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협회가 제시한 근거를 살펴보겠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지난 수년간 어린이가 걸린 요로 감염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포경수술을 받지 않은 점을 밝힌 연구들을 인용했습니다. 연구에서 제시되는 근거는 포경수술을 받은 아동 성기에서 발견되는 진균과 박테리아 수가 더 적었다는 겁니다. 연구에 따르면 포경수술을 받지 않은 남자 아동은 포경수술을 받은 아동에 비해 요로 감염에 걸릴 확률이 열 배 이상 높습니다.

요로 감염의 실제 감염률은 포경수술을 받지 않은 집단에서 1.1%였고. 받은 집단에서는 0.1%로 나타났습니다. 즉, 두 집단 사이에 1%P의 격차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는 남자 어린이 100명이 포경수술을 받았을 때 한 명의 요로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른 연구 결과를 보면 한 명의 요로감염을 막는 데 필요한 수술은 더 많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들은 오히려 포경 수술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된 연구 가운데 무작위 대조군 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 의학적 실험 방법 중 가장 과학적으로 강력한 증거를 제시하는 연구 설계 방법)를 통해 결과를 도출한 연구가 하나도 없으므로 포경 수술을 옹호하는 주장을 뒷받침하기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포경수술을 받은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본질적으로 비슷한 집단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연구에 참여한 아이 중 무려 80%에 이르는 아이들이 포경수술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포경수술의 또 다른 장점으로 거론되는 것이 음경암(성기에 발생하는 암)의 위험성 감소입니다. 연구 결과, 포경수술을 받지 않은 남성은 음경암에 걸릴 가능성이 세 배 증가합니다. 이 결과 또한 오히려 포경수술 반대론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즉, 음경암은 매우 드문 암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위험도 감소는 전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남자 어린이 30만 명이 포경수술을 받았을 때 한 명의 음경암 발생을 막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포경수술이 성인이 된 이후 성병이 걸릴 가능성을 줄인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26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포경수술을 받은 남성은 매독을 비롯한 성병의 위험이 감소하며, 헤르페스에 걸릴 위험도 조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포경수술은 에이즈 전염을 줄이는 데 가장 강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이즈 감염률이 매우 높은 아프리카에서 시행된 포경수술의 효과에 대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 따르면, 그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포경수술을 받은 집단에서는 1~2년 동안 에이즈 감염률이 절대적으로 1~2%만큼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남자 어린이 10~20명에게 포경수술을 하면 에이즈 감염을 한 명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 연구는 포경수술을 매우 효과적인 에이즈 백신에 비유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숫자들은 에이즈 유병률이 미국에서보다 훨씬 높은 국가들에 적용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에이즈 감염 차단 효과가 훨씬 덜합니다.

포경수술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수술의 잠재적 위험성을 지적합니다. 수술로 인한 합병증은 드물지만, 여전히 없지는 않습니다. 수술로 인한 통증 또한 우려할 만합니다. 아동들이 수술로부터 빨리 회복한다는 사실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더욱 현저한 문제는 성 기능과 성적 만족도에 있습니다. 포경수술 반대론자들은 음경의 포피에 성기의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많은 신경세포가 분포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포피는 음경의 귀두를 보호해 줍니다. 포피를 제거한 성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둔감해질 수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뉴욕타임스도 소개한 비뇨기학회지에 실린 최근 연구에 따르면 포경수술을 받은 남성과 그렇지 않은 남성의 성기 민감도에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케냐에서 남성 2천7백 명 이상을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한 결과 포경수술을 받은 남성은 성기의 민감도가 오히려 증가했으며, 오르가슴을 더 쉽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한 결과, 포경수술은 조기 사정, 발기 부전, 또는 불감증과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종합적으로 포경수술에 대한 찬반 논쟁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울 만큼 팽팽합니다. 포경수술의 장점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단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선택은 환자의 몫입니다.

물론 포경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대부분 남자 아동 본인보다 부모인 경우가 많으므로 윤리적인 문제가 있긴 합니다. 포경수술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포경수술이 아무 이유 없이 아이들에게 내려지는 성기 훼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유대인이고 저와 제 아들 둘은 모두 포경수술을 받았습니다. 유대인 사회에서 포경수술은 할례로 불리며 종교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훼손이라는 단어를 쓰며 포경수술을 반대하는 사람들 앞에서 저는 대개 움츠러들곤 합니다. 저희 아들이 포경수술을 받도록 한 것은 저와 아내의 개인적인 결정이었으며, 저는 포경수술에 대한 찬반 의견 모두를 존중합니다. 저희의 결정에 대해 화를 내는 사람들은 아마 저희가 포경수술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또한 제 아들의 의견이 저희 부부의 의견과는 다를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부모가 포경수술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결정들을 아이들 대신 내린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것이 부모의 일입니다. 포경수술이 아이들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결정인 것처럼 생각하고, 거기에 너무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무의미해 보입니다. 특히나 포경수술에 대한 찬성과 반대 양측의 증거들 가운데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현재 상황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이 이렇다고 해서 포경수술 반대론자들의 의견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에서는 포경수술을 하는 비율이 훨씬 낮습니다. 다른 나라 보건 당국은 미국에서처럼 포경수술을 장려하지 않습니다. 혹자는 그렇다면 남자아이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큼 자랐을 때 스스로 포경수술을 받을지 결정할 수 있게 하자고 주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나이가 들어서 포경수술을 하면 수술이 훨씬 복잡하며, 상대적으로 위험도 큽니다. 또한, 수술 비용도 많이 듭니다.

포경수술은 단순히 의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종교와 문화적 문제가 얽혀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여러 의학적 증거들은 부모의 의사 결정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자신의 아이가 포경수술을 받을지에 관한 결정은 지극히 개인적인 결정으로 남을 것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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