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도대체 무슨 일을 저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걸까?
2016년 5월 20일  |  By:   |  문화, 세계  |  No Comment

* 글을 쓴 트리스탄 데 몬테벨로(Tristan de Montebello)는 초보자에게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기타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몬테벨로의 친구이자 이 실험을 함께 진행한 전직 프로 골퍼 앤드류 파(Andrew Parr)는 뇌졸중을 이겨냈던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운동선수나 올림픽 출전 선수들에게 언짢은 상황을 이겨내는 법을 전수하는 코치이기도 합니다.

** 몬테벨로와 파는 자신들이 했던 경험을 전 세계 곳곳에서 실험해보고자 5/30 ~ 6/5 일주일을 #커피숍에서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주간(#CoffeehouseConnect Week)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뉴스페퍼민트를 읽는 분 가운데 여기에 참여하고 싶으신데 영어로 글을 써내기가 걱정인 분이 계신다면, 뉴스페퍼민트가 여러분이 모은 이야기를 영어로 옮겨드리겠습니다. 댓글 혹은 뉴스페퍼민트 계정으로 이메일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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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 근처의 베니스라는 곳에 제가 자주 가는 커피숍에 가서 일할 때마다 머릿속에 맴도는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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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우스 엑스 마키나 커피숍,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베니스

‘지금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을까?’

지난주 화요일 낮 12시 반쯤에, 저와 친구 앤드류는 참지만 말고 직접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커피숍에 지금 이 순간 앉아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정확히 무얼 하고 있는지 그냥 가서 물어보기로 한 겁니다.

무언가에 골몰하고 있는 이에게 다가가 하던 일을 멈추게 하고 다소 뜬금없이 지금 무얼 하느냐고 묻는 일은 어떤 의미에서는 꽤 두려운 일입니다. 도대체 그렇게 물어서 얻을 게 무언가 싶기도 하죠.

처음에는 재미있는 생각이라며 좋아하던 앤드류마저 막상 커피숍에 들어가서 질문을 시작하려 하자 도저히 자신이 없던지 그냥 없었던 일로 하자고 발을 뺐습니다. 앤드류는 제가 먼저 말을 건 몇몇 사람이 (다행히도) 웃는 얼굴로 친절히 자기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해주는 걸 보고 나서야 주섬주섬 자기 수첩을 꺼내 들고 다른 테이블을 돌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와 이야기를 나눈 거의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해준 말이 하나 있습니다. 자기 말고 다른 사람이 무얼 하고 있는지 자기들도 정말 궁금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도 사람들이 무얼 하고 있었는지 궁금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날 데우스 엑스 마키나 커피숍에서 들었던 이야기 가운데 흥미로운 답변을 추렸습니다.

저는 영화 미술 디자이너예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소품이나 세트에 참고할 만한 사진을 찍었는데요, 지금 제가 다녀온 여러 곳에서 찍은 사진들을 한데 모아 PDF 파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저는 사진작가예요. 사진을 편집하고 있었어요. 저는 사람들이 많은 데서 일해야 더 능률이 오르거든요.

저는 학생인데요, 곡예 체조 선수들의 훈련비를 모금하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어요. 지금은 친구가 이력서 쓰는 것 좀 도와달라고 해서 그걸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저는 작가입니다. 지금은 여기 베니스에 제 소유의 건물 건축 공사와 관련해서 계약서를 수정하고 있었어요.

친구한테 메시지 보내고 있었어요. 저는 테크 업계에서 일합니다. 사실 커피숍에서는 일 못 해요.

음악 마케팅 쪽에서 일하는데요, 지금 짧은 홍보 문구 쓰고 있었어요. 사람 많은 데 있으면 영감을 받아서 일이 잘되더라고요.

저는 작곡가예요. 지금은 제 곡 저작권료 청구하는 청구서 쓰고 있었어요.

극작가입니다. 지금 트리트먼트를 쓰던 중이에요. (트리트먼트는 영화나 TV 드라마, 라디오극 등 작품의 시놉시스 다음 단계로 대본을 완성하기 전 단계 작업)

광고 제작자인데요, 새로운 광고주를 만나 할 말을 정리하고 있었어요.

어르신들을 위한 전용 TV 리모컨을 만들어 파는 회사를 세웠는데요, 호주에서 사업을 확장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거기에 필요한 물류 관리 같은 작업이 제대로 됐는지 점검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캐나다에서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지금은 여행사에서 진행한 소셜미디어 캠페인 관련 일을 하던 중이에요.

친환경 건축 자재 만드는 일을 합니다. 좀 쉬면서 여러 문의 메일에 답하고 있었어요.

저는 코미디언이고 글도 써요. 하루에 세 시간 정도는 글 쓰는 데 씁니다. 여기 커피숍에 자주 와요.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도 잘 떠올라서요.

뇌와 행동과학 관련 수업을 듣는데요, 시험공부 하고 있었어요. 여기 커피도 맛있고, 그냥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패션 홍보 일을 합니다. 고객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 관련 보고서를 쓰고 있어요.

틈 나는 대로 손금 보는 법을 공부하고 있어요. 글을 쓰고 선생님에게 교수법을 가르치는 일도 해요. 집에서 일을 하면 여기저기 집중을 못 하고 방해를 받을 일이 너무 많아서 가능하면 밖에 나와서 일을 하려 해요.

어떠세요? 재미있는 답변도 있으셨나요? 한나절 짧은 실험을 통해 저희가 발견한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간단한 통계로 정리해 봤습니다.

  • 여기 있는 사람들은 지금 무얼 저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걸까 궁금해했던 적이 있다고 말해준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88%였습니다.
  • 사람들이 차갑게 굴거나 뚱하게 그런 걸 왜 묻냐고 면박을 주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건 기우였습니다. 95%가 아주 상냥하게 자기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 지 이야기해줬으며, 재미있는 실험이라며 격려해주기도 했습니다.
  •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기밀이라 혹은 다른 개인적인 이유로 말해주기 어렵다고 한 사람도 18%였습니다.
  • 따로 물어보기도 전에 자신이 작가는 아니라고 먼저 말한 사람이 36%였습니다.
  • 60%는 이 글을 쓰고 나면 링크를 보내달라고, 읽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한 가지 예상치 못했던 일이 하나 더 일어났습니다.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사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커피숍에서 다른 사람들한테 말을 거는 걸 꺼립니다. 그런데 한번 말문이 트이고 커피숍에 있는 사람들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뒤에 저와 앤드류는 활짝 웃고 있는 서로를 발견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저 의미없이 스쳐가는 사람들, 내가 가는 커피숍의 배경에 불과했던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고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은 생각보다 굉장히 멋진 일이었습니다. 처음이라 피상적인 얘기만 나눴을지 몰라도 적어도 많이 웃고 또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커피숍을 나설 때는 긍정적인 활력이 넘쳤습니다.

저와 앤드류는 계속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죠.

이거 진짜 최고다! 사람들 정말 좋아! 생각지도 못했는데 완전 모든 게 달라진 느낌이야. 다음 번에 또 다른 사람들한테도 뭐하고 있는지 물어보자!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

사실 저희가 모은 답변을 갖고 무슨 프로젝트를 진행할지도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냥 궁금해서, 재미있을 것 같아서 사람들에게 다가간 거니까요. 지금은 아직 그날의 에너지와 즐거웠던 경험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저희의 다음번 실험이 어떨지 궁금하신가요? 다음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다양한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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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이 댓글과 이메일로 흥미로운 실험을 응원해주셨습니다. 꽤 들뜬 저희는 아예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실험을 가능한 한 많이 진행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5월 30일부터 시작되는 일주일을 #커피숍에서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주간(#CoffeehouseConnect Week)으로 하고 여러분의 경험을, 여러분의 질문과 여러분이 간 커피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답변을 공유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미디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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