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100만원이 매달 모두에게 주어진다면?
2016년 5월 16일  |  By:   |  세계  |  1 comment

“물고기를 주면 하루를 먹고 살 수 있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면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이 있죠. 스캇 센튼스(Scott Santens)는 요즘 들어 새로운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물고기 잡는 로봇을 만들면 인간은 굶어 죽을까요, 아니면 모두가 평생 먹고 살 수 있을까요?

37세의 센튼스는 경제 성장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이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따라잡지 못하는 세상이 도래했다고 믿습니다. 그 결과로 근무 여건의 악화, 임금 감소, 불평등 심화가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실제로 20세기와 달리 21세기에는 인간이 교육과 훈련을 통해 기계에 우위를 갖춘 노동력으로 거듭나기 어려울 거라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터에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해나갈 것이라는 공포는 주류 언론 상에서도 확산되고 있죠.

센튼스는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기본적인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사회 운동가입니다. 마틴 루터 킹에서부터 리처드 닉슨에 이르기까지 지도자들도 한번 쯤 구상해봤던 그림이죠. 전통적으로 복지 제도가 더 광범위한 유럽에서는 스위스, 핀란드 등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주류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금기시되는 주제입니다. 센튼스는 손놓고 앉아 정책의 변화를 기다리는 대신, 자신의 기본소득(월 1000달러)을 확보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습니다. 모금 목적은 영화 제작이나 스타트업 창업과 같은 구체적인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그가 사람들에게 모금하는 돈은 말 그대로 자신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입니다. 한 달에 1000달러 이상이 들어오면 비슷한 모금을 하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 기부합니다. 1000달러가 보장되어도 일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프리랜서 작가로 글을 써서 어느 정도의 돈을 벌고 있죠. 정부가 기본소득을 도입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일을 해나갈 것이라는게 센튼스의 설명입니다.

독일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19000명의 기본소득 지지자들이 마련한 기금을 활용해, 현재 추첨으로 뽑은 11명이 아무 조건없이 매달 기본소득 1000유로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확보한 시간을 통해 논문을 쓰고, 자신이 진짜 원하던 일을 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는 등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혹자는 “우리가 얼마나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죠.

센튼스의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진보 성향이지만, 샌디에고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맷 즈왈린스키(Matt Zwolinski) 교수는 리버테리언입니다. 그는 기본소득 프로젝트가 지나치게 비대해진 정부의 복지 제도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센튼스의 시도가 정부의 조치와 무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합니다.

물론 모든 기본소득 지지자들이 센튼스의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 단체 차원의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기본소득의 장점을 몸소 보여줄 수 있고 보다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어낼 수는 있겠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변화는 아니라는 것이죠. 특히 기본소득을 절실하게 필요로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부자들이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기존의 기부 활동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가족이나 아이들, 동물을 돕는 일에는 선뜻 지갑을 열지만, 싱글 남성 노숙자를 돕는 일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차원의 기본소득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주체는 정부 뿐이라는 의견입니다.

기본소득이 인간을 게으르게 만들지는 않을까요? 런던대학의 시범 연구에 따르면 그렇지 않습니다. “공포를 원동력 삼아 노동하지 않을 때, 인간은 더 생산적인 존재가 된다”는 것입니다.

스캇 센튼스는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그로 인해 주어지는 자유 시간에 무엇을 할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라고 말합니다. 그가 트위터 상에서 이 질문을 던지자 많은 사람들이 멘션을 보내왔습니다. 쓰고 싶엇던 글을 써보겠다는 답에서부터 “길거리 뮤지션에게 20달러, 지역의 화가가 그린 작품을 사고, 페디캡 운전수에게는 더 많은 팁을 주겠다”며 자신의 기본소득을 사회와 나누겠다는 답도 있었습니다. 센튼스는 여전히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는만큼 생활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고 합니다. 기본적인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일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라는 것이죠. (아틀란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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