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카제, “언론과 언론사는 공공재” (2)
비영리 언론기관은 이윤보다 공공재를 공급하는 데 더 큰 가치를 두는 재단의 장점과 분산된 소유 구조, 주주에게 무한정 권리를 주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민주적 의사 결정 등 합자회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장점을 합쳐놓은 것이다. 이윤 추구와 공공의 교육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서 성공한 몇몇 이름있는 국제 대학의 사례에서 영감을 얻었다.
비영리 언론기관은 재단처럼 기부를 받는 데 제한이 없다. 내가 제안하는 비영리 언론기관 모델대로라면, 여기에 기부하는 돈은 다른 자선 단체, 비영리 기관에 기부하는 돈과 마찬가지로 소득공제 대상이어야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기부한 액수에 어느 정도 비례해 기부한 사람의 정치적인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제한된 의결권을 준다.
이는 많은 언론사가 재정난에 허덕이는 미국에서 특히 효과적일 수 있다. 대주주는 기부한 만큼 충분한 의결권을 받지는 못할지 몰라도, 대신 세금 공제라는 매력 때문에라도 기부할 이유가 충분하다. 소액을 기부하는 사람들도 기부한 만큼 공공재인 언론을 운영하는 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거칠게 요약하면 세제 혜택을 통해 언론사 내부의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탄탄히 하고 동시에 재원을 확보하는 셈이다.
이윤이라는 목표를 외면할 수 없던 기업 언론이나 갑부의 주머니에 구조적으로 기댄 언론에는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반면 언론기관이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는 공공재라면, 세제 혜택에 대한 사회적인 저항도 훨씬 덜할 것이다.
비영리 언론기관이라는 해법이 급진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모든 걸 한꺼번에 바꾸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그저 현재 언론의 위기를 타개하고 언론 지형을 바꿔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모았을 뿐이다. 아주 단순화해서 봤을 때 언론사에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는 프랑스, 전반적으로 미디어의 진입장벽이 낮은 미국, 그리고 현재 유럽에서 종이신문에만 제공하는 세금공제 혜택을 온라인 매체까지 확대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무엇보다 언론사를 재단이 비영리로 운영하기가 쉬워지면 그만큼 비영리 언론기관이라는 아이디어는 급진적 해법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다.
근본적으로 뉴스와 뉴스를 만드는 언론사가 21세기 지식경제 사회의 핵심인 대학이나 교육기관들처럼 공공재라는 인식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공공재이기 때문에 정부의 특혜를 받아도 되는, 아니 받아야 하는 대상이다. 정부는 언론사가 기부를 받는 걸 조금씩 허용해 왔다. 하지만 동시에 비영리 단체로 인정받는 장벽은 여전히 높게 유지해 왔다. 이는 뉴스가 공공재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고한 지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영리 언론기관으로 전환한다면 당장 살려낼 수 있는 언론이 프랑스에만 해도 여럿 있다. 니스를 비롯한 프랑스 남동부 지역의 유력 일간지인 니스 마땡(Nice Matin)은 비영리 언론기관이 될 수 있었다면 사원들의 우리사주에 독자들의 후원금을 모아 그렇게 했을 것이다. 법원의 명령에 따라 언론사 꼬르스 마땡(Corse-Matin)에 인수된 니스 마땡은 경영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카를로 카라치올로(Carlo Caracciolo)가 주요 대주주가 된 뒤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Libération)에 발생한 수많은 문제도, 그로 인해 직원의 1/3이 짐을 싸야 했던 일도 없었을 것이다. 비영리 언론기관에 투자되는 돈은 주주가 함부로 할 수 없다. 카라치올로도 리베라시옹이 비영리 언론기관이었다면 뉴스 콘텐츠의 질은 안중에 없는 투자자들에게 지분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 비영리 언론기관은 언론이 본분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훌륭한 방파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미디어의 위기가 실제로 불어닥쳐 수많은 언론인이 일자리를 잃었던 미국의 경우에 대입해도 비영리 언론기관은 대안이 될 수 있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사주 형태로 소유, 운영해 온 밀워키 저널 센티널(Milwaukee Journal Sentinel)은 공개 기업으로 전화하는 대신 비영리 언론기관이 되었을 것이다. 주가가 폭락하면 언론사 문을 닫아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주주의 손해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는 주식회사 대신 비영리 언론기관이라면 독자들은 어느덧 경험을 축적한 밀워키 저널 센티널의 탐사 보도를 응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비영리 언론기관이 제도적으로 정착되면 독자와 투자자 양쪽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기가 수월해지는 만큼, 새로운 언론사와 온라인 매체도 늘어날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인터넷 시대의 자본주의에 민주적 요소를 더한 대표적인 사례다. 아무런 대가 없는 후원 대신, 언론이라는 공공재를 후원하는 시민에게는 공공재를 집합적 지혜로 함께 꾸려나가는 데 필요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 자본주의, 크라우드펀딩, 그리고 민주주의. 이 세 단어는 언론의 미래를 찾는 데 있어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단어다. (Nieman Repo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