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벽(Writer’s Block: 글을 전혀 쓰지 못하게 되는 증상)을 넘는 법(2/2)
2016년 3월 30일  |  By:   |  과학  |  2 Comments

1부 보기

한편, 모든 벽에 부딪힌 작가들이 공통으로 겪는 현상도 있었습니다. 거의 모든 작가들은 동기의 부족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또한 의욕의 부족과 함께 글쓰기의 즐거움 역시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창의력도 부족했습니다. 배리오스와 싱어는 벽에 부딪힌 이들이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정신적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마음속에 그림을 그리는 능력 또한 부족했으며 생동감도 부족했습니다. 또한 긍정적인 몽상에 빠지거나 실제 꿈을 꾸는 일도 상대적으로 드물었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런 동기 및 창의력의 부족이 각 그룹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불안이 문제였던 첫 번째 그룹은 자신의 상상력이 실제로는 크게 줄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어떤 글도 쓸 만하지 않다는 그런 과도한 자아비판 때문에 동기를 잃었습니다. (이 말이 그들의 상상력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들은 여전히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기 보다는 과거의 장면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적대적인 두 번째 그룹은 다른 이의 글과 자신의 글을 비교하기 싫다는 이유로 동기를 잃었습니다. (그들 모두가 남의 비판을 두려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이는 자신이 “시기의 대상”이 되는 것이 싫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몽상 능력은 대체로 온전했지만, 이들은 그 능력의 대부분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상상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무감각이 특징인 세 번째 그룹은 창의력의 감소가 가장 크게 나타난 그룹입니다. 그들은 몽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자신만의 생각을 떠올리지도 못했고 자신이 지켜야하는 “규칙”이 너무 빡빡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들에게는 사실 동기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분노와 실망으로 대표되는 마지막 네 번째 그룹은 외부의 동기를 찾으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외부의 보상과 관심을 원했고 이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배리오스와 싱어는 이들이 보다 자아도취적이며 그들이 가진 나르시시즘이 그들 작품의 특징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상상한 이미지들을 밝히지 않았으며 이를 자신만의 것으로 두려 했습니다.

어떤 면에서, 배리오스와 싱어의 발견은 버글러의 이론을 기억나게 합니다. 그들은 작가가 벽에 부딪혔을 때 느끼는 여러 현상들이 일종의 정신과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마치 불행한 작가는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불행하며, 이를 회복하기위해서는 각자의 감정적 문제를 치료해야만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배리오스와 싱어는 정신과의사가 아니라 심리학자였으며, 그들은 작가의 벽을 실험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계속 연구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들은 작가가 마음속에 그리는 이미지의 생생함과 내용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들은 마음속에 이미지를 그리도록 유도하는 단순한 치료방법을 고안했습니다. 배리오스와 싱어는 벽에 부딪힌 작가들에게 일련의 과정을 통과할 경우 다양한 색깔을 가진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게 한 실험에 참여할 것을 부탁했습니다. 작가들은 어두침침하고 조용한 방에 앉아 그들에게 마치 꿈에서 만들어진 듯한 내용을 상상하고 설명하게 만드는 10개의 지문을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그들은 음악 한 소절, 혹은 자연에서 일어날 수 있는 특별한 상황을 시각화해야 했습니다. 그후, 그들은 자신이 지금 해야하지만 벽 때문에 막혀있는 일 중 한 가지를 시각화했고, 이와 관련한 “꿈같은 경험”을 상상했습니다. 이 치료는 2주간 지속되었습니다.

이 방법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습니다. 치료에 참가한 작가들의 글쓰기 능력은 향상되었고 그들 스스로도 자신감과 동기를 얻었습니다. 이 방법이 모든 이들을 낫게 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창의력이 고갈되었다고 생각한 이들에게도 자신의 창의력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일 수 있었습니다. (그린의 꿈 일기 역시 그린에게 같은 일을 한 것입니다.) 여러 작가들에게 이 치료는 그들이 느끼는 증상을 완화시켰고, 치료가 끝난 뒤에도 그 효과는 계속되었습니다. 적어도 버글러는 부분적으로는 맞았던 것입니다. 심리적인 벽은 실제로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작가의 벽을 이기기 위해 작가는 자신의 감정적인 삶을 바꾸어야 한다는 버글러의 생각은 틀렸습니다. 사실 배리오스와 싱어의 실험은 그와는 정반대의 것이었습니다. 즉 창의력과 관련된 부분만을 건드리는 것으로 벽의 원인으로 보이는 불안을 줄이고 또한 자신감과 동기를 키울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치료가 창의력을 해제했다기 보다는 창의력 훈련이 일종의 치료처럼 작용한 것입니다.

어쩌면 위의 실험같은 직접적인 이미지 훈련만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창의적인 일을 배우는 것은 작가가 벽을 이기는 데 도움을 줄지 모릅니다. 펜실베니아 대학 상상력 연구소 과학소장이자 심리학자이며 “타고난 창조자(Wired to Create)”의 공저자인 스콧 배리 카우프만은 이렇게 말합니다. “작가의 벽을 만난다면, 그저 종이에 어떤 아이디어나 지식 등, 무엇이건 써보는 것이 도움이 될겁니다.” 2009년 카우프만은 “창조적 글쓰기의 심리학” 책의 편집에 참여했습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실수를 허용하는 것, 그리고 창조성은 비선형적인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작가의 벽을 넘는 데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됩니다. “나는 작가가 글쓰기 과정에 대한 신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조성은 비선형성과 그 고유의 연관된 조합들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하며, 자신이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는 자신이 정확히 어디를 가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마 이 말이 작가의 벽에 대한 연구에서 얻을 수 있는 마지막 메시지로 보입니다. 벽에 부딪힌 작가는 외적, 그리고 내적 비판에서 잠시 동안이라도 벗어나야합니다. 예를 들어 글쓰기라면, 꿈 일기는 다른 이에게 읽히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이에 적합한 도구입니다. 이러한 도피는 작가에게 불확실성이 주는 편안함을 선사하며, 그 결과 이들은 비록 그 상상이 우스꽝스럽고, 무의미하고, 자신이 지금 해야하는 일과 무관한 일이라 하더라도 이를 상상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됩니다. 그린은 한 때 다음과 같은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나는 시 경연대회에 나가 아래 한 줄을 썼다. ‘아름다움은 죄를 숭고하게 만든다.’ 뒷자리의 T.S. 엘리엇이 나를 비판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어떻게 죄가 숭고해질 수 있지?’ 나는 그가 턱수염을 기른 것을 보았다.

현실에서라면 T.S. 엘리엇이 당신의 시를 비판할 경우 당신은 자신의 시적 재능을 의심하게 되겠지요. 그러나 꿈에서는 그 반대 효과를 만들었습니다. 그 꿈은 그대로 이야기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이 이야기는, 우리가 아무리 커다란 벽에 부딪혔다 하더라도, 여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 비록 그것이 아무리 작고 바보같은 일이라 하더라도 –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뉴요커)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