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대행 서비스로 변질된 공유경제 히트 상품, 누가 책임져야 할까? (1)
2016년 3월 15일  |  By:   |  경제  |  No Comment

니콜은 지난 2년 동안 100살이 넘은 할머니의 수발을 들었습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돈을 벌어볼 생각으로 니콜은 스터디풀(Studypool)이라는 웹사이트에 가입했습니다. “학생들의 질문이 해답을 줄 수 있는 나만의 과외선생님과 만나는 곳”이라는 설명이 달린 웹사이트는 쉽게 말해 과외선생님을 우버 차량 부르듯 찾을 수 있는 서비스 같았습니다.

선생님으로 등록하는 절차는 무척 간단했습니다. 계정을 만들고 운전면허증을 스캔해 제출한 뒤 성적증명서를 입력하면 끝이었는데, 심지어 성적증명서도 대학교에서 공식으로 발급해준 것일 필요도 없었습니다. 니콜은 여섯 시간 만에 필요에 따라 서비스를 찾는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를 이어주는 공유 경제 플랫폼에 정식으로 입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질문이 올라와 있는지 찾아본 지 얼마 안 되어 바로 첫 번째 고객과 연결됐습니다. 프로필 사진은 스펀지밥 만화 캐릭터여서 누군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스스로 공과대학 학생이라고 밝힌 이 고객은 미적분 숙제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올려놓았습니다. 여기에 내건 보상은 5달러. 니콜은 요청을 수락했고 바로 학생과 연결됐습니다.

“학생이 제게 온라인 수학 강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학생이 풀지 못하고 막힌) 문제가 어떤지를 먼저 한 번 살펴보고 그다음에 어떻게 풀어야 할지 설명해달라는 건 줄 알았죠. 그래서 문제를 훑어보고 어느 부분이 궁금한지, 어디부터 설명이 필요한지 물었어요. 그랬더니 그 학생은 (문제풀이에는 관심 없고) 그냥 자기 대신 숙제를 해서 제출해달라고 하더군요.”

아마 이 학생은 그때까지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사실을 몰랐을 겁니다. 그랬으니 그런 부탁을 했겠죠. 수학, 물리학을 복수 전공한 니콜은 아주 꼼꼼한 성격으로 17살 때부터 누군가를 가르친 경험이 풍부한 능력 있는 선생님이었습니다. 니콜은 숙제를 대신 해줄 수는 없다고 정중히 말하고 막히는 부분이 어딘지 알려주면 차근차근 설명해주겠다고 했죠. 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그 학생은 정말 화가 난 것 같았어요. 저는 약속한 5달러를 받기는 했지만, 그 학생으로부터 받는 평가에서 최하점을 받았어요. 숙제를 대신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죠. 저는 선생님으로서 모르는 걸 가르쳐줄 생각이 있었고 약속대로 그렇게 하려고 했지만, 그 학생은 5달러를 받으며 한 약속과 다르다며 저를 내팽개친 셈이죠.”

니콜이 운이 나빠서 고약한 고객을 만난 게 아닙니다. 스터디풀을 비롯한 온라인 과외 교습 서비스는 숙제 대행, 레포트 베끼기 등 부정행위의 온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스터디풀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질문은 고등학교 수학 퀴즈부터 대학교 에세이 과제까지 다양하지만, 아예 노골적으로 문제를 대신 풀어달라거나 에세이를 대신 써달라는 요청은 수준을 불문하고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의 경우 과외선생님에 대한 평가 기준도 분명합니다. 숙제 때문에 성적을 나쁘게 받았거나 표절했다는 의심을 받았을 경우 평가가 박하고, 반대로 성적이 잘 나오거나 의심 없이 과제가 통과된 경우에는 후한 평가가 쌓여 평점이 올라가게 됩니다.

“제출한 과제의 56%가 표절이었고, 에세이 과제에서 낙제했습니다.”

한 학생이 과외 교습이 엉망이었다며 적어놓은 평가입니다. 선생님이 대신 에세이를 적어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스터디풀에 올라온 선생님에 대한 평가. 숙제를 대신 해준 것으로 보이는 평가가 눈에 띈다. 원문에 올라온 스터디풀 웹사이트 갈무리 화면.

스터디풀에서 활동하는 한 과외교사는 “올라오는 질문의 30% 정도만 정말 모르는 걸 설명해달라는 질문이고, 나머지는 아예 과제를 대신 해달라는 요청”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교사는 자신이 전체 수입의 10% 정도를 스터디풀에서의 과외 활동으로 올린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대학교 때 정말 누군가 대신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과제가 없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 학생들이 어떤 심정일지 모르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 플랫폼은 사실상 부정행위의 온상이나 다름없어요. 미국 교육 시스템의 일그러진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나 할까요.”

물론 대리 시험, 베끼기 등 각종 부정행위 자체가 새로운 현상은 아닙니다. 이 글이 특정 웹사이트를 지목해 비판하려고 쓴 글도 아닙니다. 웹사이트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이들이 이런 일을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스터디풀의 사례는 실리콘밸리에서는 혁신이라 칭송받는 것이 일선 현장에 적용될 때는 교육의 가치나 근본적인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택시의 개념 자체를 바꿔버린 우버의 성공으로 인해 수많은 분야에서 제2, 제3의 우버를 꿈꾸는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머리 자르는 것, 개인 경호, 보안, 법률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이런 이런 분야의 우버”라는 설명은 무척 흔해졌습니다. 교육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학생을 더 잘 가르칠 방법을 애타게 찾아온 교육 현장에 공유경제 개념을 기반으로 한 아이디어와 교육법은 획기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듯했습니다. 아예 가장 효율적인 교육 방법을 개발하고 실험한 사기업이 학교를 세워 운영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가치로 무장한 교육 (Education Meets Silicon Values)

스터디풀에서 관리하는 블로그에는 이런 내용이 쓰여 있습니다.

우리는 개인 교습법을 한 단계 발전시키고자 한다. 만약 어떤 걸 모르는지도 잘 몰라서, 혹은 효과적으로 질문하는 법을 몰라서 망설이는 것이 문제라면, 아예 막힌 문제를 직접 공유하고 질문을 던지는 게 낫지 않을까?

스터디풀은 2014년 설립됐습니다. 사실 아이디어 자체는 그 당시에도 새로운 건 아니었습니다. 이미 자동차, 남는 방이나 소파를 필요한 사람과 나눠 쓰며 효용을 창출하고 수익을 올리는 공유경제를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는 곳곳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었습니다. 스터디풀은 교육에 필요한 지식을 나누는 장을 만들어 궁금한 학생과 해답을 줄 선생님을 연결하자는 아이디어로 시작했고, 약관의 창업자는 이 스타트업을 들고 베이 에이리어(Bay Area)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지난해 스터디풀은 벤처 투자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았습니다.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리처드 워브(Richard Werbe)는 가장 어린 나이에 100만 달러를 투자받은 사업가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1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는 건 회사의 탄탄한 미래를 보장해주는 지표로 여겨집니다.

6천만 명 이상의 고객을 유치한 에어비앤비만큼의 어마어마한 성공은 아니었지만, 스터디풀도 빠르게 시장에 정착하며 고객을 늘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3월까지 스터디풀을 이용한 학생은 4만 명, 등록된 질문은 15만 개나 됐고, 그로부터 1년도 지나지 않아 스터디풀은 총 100만 개 넘는 질문이 해답 혹은 그 해답을 설명해줄 수 있는 선생님을 찾아갔다고 발표했습니다.

판을 뒤흔들고 아예 관련 규범을 새로 만드는 수준의 성공을 거둔 많은 기업이 그렇듯 스터디풀의 아이디어도 대단히 간단하면서도 매력적입니다. 배우는 사람에겐 질문이 끊임없이 생기고 이들은 늘 답을 찾기를 갈구하는데,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 정작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으니 지식을 편리하게 교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자는 아이디어죠. 워브는 질문에 답을 찾아주는 것이 스터디풀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더 큰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고객들이 이 부분에 가장 먼저 반응했을 뿐이라는 겁니다.

우리는 시장이 자원을 배분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가설을 궁극적으로 증명하고자 합니다. 모든 정보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어떤 도움을 받고자 할 때 나를 도와줄 누군가에게 도움의 대가로 줄 수 있는 가장 공정하고 효율적인 보상은 무엇일까요? 바로 금전적 보상입니다. 이 점에 착안하여 정보와 지식을 교환하고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이런 원대한 목표와 달리 스터디풀은 어떻게 해서든 숙제를 내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악용될 소지가 애초부터 다분했습니다. 몇 달러만 내면 누군가 나타나서 내가 풀 수 없는 문제를, 또는 풀기 싫은 숙제를 제출 마감시한 전에 풀어준다? 이 유혹에 넘어갈 만한 학생은 꽤 많을 겁니다.

또한, 지식을 나누고 돈을 버는 쪽에 해당하는 과외선생님에게도 나쁘지 않은 조건일 수 있습니다. 특히 전문 지식을 갖춘 이에게는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는 문제풀이 혹은 글쓰기로 짧은 시간에 버는 돈치고는 적잖은 액수를 손에 쥘 수 있으니까요. 니콜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사실 학생들이 제대로 과외선생님을 구하려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거든요. 학교에서 배운 것만 갖고 숙제를 하다 보면 막힐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비싼 돈 주고 과외는 할 수 없어도 몇 달러 정도에 어려운 숙제를 금방 끝마칠 수 있다면 여기에 솔깃할 학생들이 적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제가 해주지는 않았지만, 그 학생의 숙제를 대신 해줬더라면, 글쎄요 한 15분이면 다 끝냈을 겁니다. 15분에 5달러면 시급 20달러인데, 나쁘지 않죠.”

스터디풀은 학생이 선생님에게 주는 돈의 20%를 수수료로 떼어갑니다. 좋은 평판을 얻자 더 많은 학생이 질문을 올리고, 질문에 답을 주고 돈을 벌어가려는 선생님도 덩달아 늘어났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질문당 평균 대기시간은 3분대로 줄었습니다.

다만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낮은 비용으로 최소한의 기능만 제공한 덕분에 낮은 가격에 운영이 가능한 것처럼, 또한 그래서 싼값에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택시나 호텔에서 누릴 수 있는 편리함, 안락함과 같은 가치를 일부 포기해야 하는 것처럼 스터디풀에도 마찬가지 장단점이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궁금증을 해결하고 문제풀이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면 명백한 단점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 플랫폼이 실제로 사람들이 무언가를 배우는 데는 별 효과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단순한 정보나 데이터를 공유하고 옮기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라면 의미 있는 작업이 될 수 있지만, 지식과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배움의 장으로써는 별 효용이 없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모두가 정직하게 행동하지는 않는 상황에서 이런 우회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문제에 대한 답이나 성적을 스스로 공부하고 깨우쳐서 얻으려 하는 대신 돈을 주고 사려는 사람이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습니다. (Med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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