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거니는 건 뇌 건강에도 좋습니다. 꼭 대자연이 아니라도.
2016년 3월 10일  |  By:   |  건강  |  No Comment

오늘날 많은 이들은 도시에서 살며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도시인들은 도시 밖에 사는 사람들보다 더 불안하고 걱정이 많으며,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질환에 시달릴 확률이 높습니다. 과도한 업무나 인간관계도 피곤한 일이지만, 자연을 덮어버리고 그 위에 지어놓은 도시에 사는 현대인에게 일터와 학교, 집, 시장을 오가는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자연을, 녹지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공원을 산책하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마음의 무거운 짐을 더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자연 속을 거니는 일이 우리의 뇌 건강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살펴본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는 실제로 사람의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녹지를 거닐거나 공원을 산책할 일이 많지 않은 도시인일수록 정신질환을 비롯한 문제에 더 노출되어 있다는 연구는 앞서 여러 차례 발표됐습니다. 같은 도시인이라도 자연환경에 다녀온 직후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구에는 이런 과정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어나는지가 빠져 있었습니다. 공원을 산책하거나 자연을 접하는 일이 실제 우리 뇌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쳐서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질문입니다.

스탠포드 대학교 에멧 환경융합대학원(Emmett Interdisciplinary Program in Environment and Resources)에서 도시의 삶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던 그레고리 브랫만(Gregory Bratman)도 이 문제에 달려든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습니다. 브랫만과 동료들은 지난해 6월 스탠포드 대학교 캠퍼스의 녹지 공간을 산책한 사람들이 캠퍼스 주변에 차가 밀리는 복잡한 곳의 인도를 걸은 사람들보다 주의력이 더 높았고 더 행복해했다는 내용의 실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사실 이 연구도 어떻게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신경계의 반응을 분석하지는 않았습니다.

다음 달 <미국 국립 과학학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에 실린 새 논문에서 브랫만과 동료들은 다른 장소를 걷고 다른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사람의 걱정(brood)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여기서 말한 ‘걱정’이란 인지과학자들이 부르는 병적인 고민, 불안 상태를 일컫는 것으로, 우리가 누구나 한 번쯤은, 아니 꽤 자주 하고 있을 수 있는 걱정을 일컫습니다. 즉, 우리의 삶이나 장래가 크게 잘못되면 어떡하나 끝없이 걱정하고 또 걱정하는 그런 상태입니다. 물론 정신 건강에는 도움이 안 되는 행동이고, 심하면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이런 유별난 걱정은 도시인들에게서 훨씬 많이 나타납니다.

브랫만과 동료들은 그런 걱정 증상이 뇌의 전전두엽 피질(subgenual prefrontal cortex)이라는 곳이 활성화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전전두엽 피질의 활동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부착한 뒤에 자연을 거닐기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자연을 산책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밝혀내는 데 도움이 될 거란 가설을 세웠습니다.

연구진은 도시에 사는 건강한 성인 38명을 모아 먼저 이들에게 정신건강 상태와 관련한 설문지를 작성하게 했습니다. 전전두엽 피질 부분의 활성화 여부는 뇌 스캔을 통해 이 부분의 혈류의 양을 비교해 측정하기로 했습니다. 혈류가 많으면 이 부분이 활성화됐다고 가정한 겁니다.

그리고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나눠 절반은 스탠포드 캠퍼스 내의 나무가 우거지고 조용한, 그래서 공원이나 산책로 같은 곳을 90분 동안 걷게 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반대로 팔로 알토 시내의 자동차 전용도로 중에서도 교통량이 가장 많은 곳을 비롯해 찻길 옆에 있는 인도를 걷도록 했습니다. 가장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속도로 걷는 건 허용됐지만,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며 걷거나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걸을 수는 없었습니다. 주변 환경에 자연스레 노출된 채로 혼자 걸은 겁니다. 참가자들은 산책을 마치고 바로 실험실로 돌아와 다시 한번 설문지를 작성했고, 뇌를 촬영했습니다.

예상대로 자동차 옆에서 걸은 사람들의 마음은 이완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전전두엽 피질의 혈류는 높았고, 스트레스나 걱정 수준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반면 캠퍼스 내의 녹지를 걸은 이들의 수치는 미약하지만 의미 있는 수준으로 나아졌습니다. 설문에 대한 답을 토대로 분석해봤더니 이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쪽으로 생각하며 걱정하는 일을 덜 하고 있었고, 전전두엽 피질 부근의 혈류도 줄었습니다. 한마디로 근심, 걱정, 마음의 병을 조금 덜어낸 것으로 해석이 가능한 상태가 된 것이죠.

브랫만은 도시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자연을 거니는 일이 분명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로 삼을 만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여전히 더 밝혀내야 할 것들이 훨씬 많습니다. 자연이라고 다 같은 자연이 아닐 테니 구체적으로 어떤 자연, 어떤 환경에 노출하는 것이 가장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자연의 어떤 특징이 걱정을 해소하고 불안과 스트레스를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되는지도 알아내야 합니다. 녹색이라는 시각적 효과, 조용하고 차분한 환경, 햇빛, 햇볕, 흙내음 가운데 어떤 것이 가장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모릅니다. 그냥 가벼운 산책이 좋은지, 달리기를 하거나 숲속에서 체조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혼자서 거니는 게 나은지 친구와 함께 수다를 떨며 걷는 것이 나은지도 아직 모릅니다.

브랫만은 아직 밝혀내야 할 것이 밝혀진 것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전전두엽 피질의 활동을 억제해 스트레스와 걱정을 낮춰준다는 점이 밝혀진 것만으로도” 일단 주변의 작은 공원에서 가벼운 산책이라도 꼭 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