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뷰캐넌] 경제는 지수적이 아니라 선형적으로 성장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이제 예전과 같은 식의 급격한 경제성장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요? 다소 과격해보이는 생각이지만 어쩌면 이 말이 더 맞는 말일 수 있습니다.
수년 전, 경제학자 래리 서머스는 최근의 낮은 경제성장률이 그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며, 2008년의 경제위기와도 무관한 것일 지 모른다고 말해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이러한 저조한 경제성장이 가계부채의 증가와 불평등의 증가에 따른 소비 및 성장의 침체를 일컫는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제학자 로버트 고든 역시, 최근의 기술적 혁신들을 고려해볼 때 서머스와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지난 20년간, 이들보다 덜 알려진 독일 경제학자 중심의 한 학파는 보다 극단적인 주장을 해 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경제성장이 그 규모와 무관하게 매년 일정한 퍼센트로, 곧 지수적으로 일어난다는 표준 모델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경제성장의 초기에는 지수적 성장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경제가 성숙해 질 경우 성장은 느려지며 결국 선형적인 형태를 띄게 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는 곧 경제성장률은 매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이들의 주장을 지지하는 논문이 최근 제출되었습니다. 유럽 출신의 경제학자와 통계학자로 이루어진 이들은 미국과 주요 유럽국가를 포함한 18개 선진국의 경제성장을 1960년부터 2013년까지 조사했습니다. (1960년 이전을 피한 이유는 세계 제 2차대전 때문입니다.) 그들은 국내총생산(GDP)이 통계적으로 볼때 선형 모델과 더 잘 맞아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단 두 개의 나라에서만 지수 모델이 아주 약간 더 잘 맞았습니다. 이는 곧 경제가 성숙할수록 새로운 경제활동이 추가되는 비율이 줄어듦을 의미하는 선형 모델이 실험적으로도 사실임을 말해줍니다.
이들의 발견이 정말 참이라면, 우리는 현대 경제학의 많은 부분을 다시 써야할지 모릅니다. 이번 연구의 저자들 역시 수많은 경제에 대한 분석이 지수적 성장이라는 가정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장기적으로 필요한 사회보장연금의 규모를 예측할 때,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등과 같은 대규모 정부 프로젝트의 비용과 편익을 계산할 때 등에 우리는 이러한 가정을 사용해 왔습니다. 만약 경제성장이 지수적이 아니라면 우리가 습관적으로 해온 이런 분석은 사실 전혀 무의미한 것이었을 수 있으며 또한 표준 경제학은 미래에 대해 잘못된 예측을 해왔을 수 있습니다.
더구나 경제의 지수적 성장은 어떻게 자본, 노동, 그리고 기술이 생산을 증가시키는지와 같은 모든 성장에 대한 근대 이론의 핵심 바탕이었습니다. 지수적 성장이 단순한 관찰결과와도 일치하지 않는 이런 상황에서 이로부터 도출된 개념들은 도대체 어떤 가치를 가지는 것일까요?
어쩌면 지난 수 세기 동안의 성장은 유일했으며 다시는 재현 불가능한 일회적 사건이었을 뿐 아니라 미래의 성장은 더욱 느려질 것이라는 점에서 서머스와 고든의 말이 옳을 지 모릅니다. 비록 이번 연구가 선형적 성장의 원인을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결론에는 일관성이 있습니다.
역설적으로는, 비록 인류가 이에 적응하는데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낮은 성장이 오히려 좋은 소식일 수 있습니다. 지수적 성장이 계속 된다면, 모든 인류가 평균적인 자원 소모를 한다고 가정할 때 지구가 하나 더 있어야만 하는 그런 순간이 곧 다가온다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지구는 하나 뿐이며, 따라서 성장은 더 느려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미 그랬다는 점에서 사실 안심이 되는군요.
(블룸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