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합니다
2016년 2월 25일  |  By:   |  경제  |  No Comment

왜 미국인들은 노후 대비 저축을 더 많이 하지 않는 걸까요?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의 미루는 버릇 때문이라고 문제를 진단한 뒤 해결책을 내놓습니다. 사람들이 퇴직 연금에 자발적으로 가입하게 하지 말고 자동으로 모두가 가입하도록 한 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사람만 가입을 거부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제안은 퇴직 연금에 가입하는 사람의 수를 크게 늘렸고 이는 행동경제학이 정부 정책을 개선한 사례 가운데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정책 결정자들은 행동경제학에 바탕을 둔 이런 넛지의 효용에 대해서 칭찬을 하지만, 넛지에도 위험이 따릅니다. 사람 심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제도나 디자인에 조그마한 변화만 주면 비용을 별로 들이지 않고도 사회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퍼지고 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엘다 샤피르는 말합니다. “행동경제학이 주는 혜안은 연구의 관점에서 보면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넛지의 인기가 정부 지원금의 부족과 워싱턴의 정치적 무기력 때문에 늘어난 측면도 확실히 있죠.”

워싱턴 정가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행동경제학 전문가들을 정부 인사로 영입하면서 넛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2009년에 백악관은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인 캐스 선스타인 교수를 행정부에 영입했고, 지난 9월에 백악관 산하 행동경제학팀은 어떻게 행동경제학의 원리가 정책에 도움을 주는지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저소득층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대학교에 지원하는 데 필요한 사전 이수 과목에 관한 정보를 문자 메시지로 보내자 더 많은 학생이 수업을 들었습니다. 핵심 내용을 쉽고 제대로 담은 이메일을 군인들에게 보내자 퇴직 연금과 건강 보험 가입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확인해 봅시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노후 대비가 잘 되어있지 않습니다. 소득 하위 50% 가계 중에서 어떤 형태로든 퇴직 연금에 가입해 있는 비율은 40%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퇴직 연금에 가입한 사람들의 평균 저축액도 4만 달러에 불과합니다. 퇴직 연금에 자동으로 가입하게 한 정책은 대규모로 이뤄진 넛지 실험 중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묘사되지만, 동시에 넛지의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난 사례이기도 합니다.

미국 사회의 단점은 심각합니다. 미국은 부유한 나라들 가운데 빈곤율이 가장 높습니다. OECD 국가 중에서 영아 사망 비율, 비만과 당뇨 환자, 그리고 10대 임신율이 가장 높습니다. 잘 쓴 이메일이나 기본 선택지에 작은 변화를 가져와서 사회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넛지만 잘 하면 미국인들이 빈곤에서 벗어나 번영을 누릴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답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오하이오주에서 저소득층 가정의 아버지들에게 양육에 필요한 주의사항이나 각종 정보를 지속적으로 알려준 넛지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그 결과 계속해서 정보를 전달받은 아버지의 51.5%가 아이들의 양육 비용을 제때 지급해 그렇지 않았을 때인 48.5%보다 높았습니다. 하지만 그 차이는 보다시피 미미했습니다. 만약 정부의 목표가 양육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라면, 현재 미국에서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2천5백만 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넛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행동경제학자이자 넛지를 비판해 온 카네기멜론대학교의 조지 로웬스타인 교수는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진행한 실험을 통해서 넛지에 사용되는 화려한 방법론은 무엇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어려움, 즉 돈이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저축을 늘릴 수 있도록 행동경제학의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1달러를 저축할 때마다 정부가 2달러를 계좌에 넣어주는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 처지에서는 매력적인 조건의 실험입니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로웬스타인 교수는 말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이 너무 낮아서 저축할 돈이 없어요.”

물론 이 실험이 실패했다고 해서 행동경제학 자체가 비난받을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는 비용보다 효용이 크면 합리적인 개인은 당연히 실험에 참여하리라는 대부분 경제학자의 가정과 실제 인간의 행동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퇴직 연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의 넛지 정책 덕분에 더 많은 사람이 퇴직 연금 계좌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계좌를 열지 않는 것보다도 20~30년 뒤에 얼마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지금부터 얼마를 저축해야 하는지 가늠하기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면 넛지만으로는 문제를 오롯이 해결할 수 없습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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