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다처제가 전쟁의 씨앗이 된다?
2014년 8월, 나이지리아 북부에서는 무장 세력 보코하람이 학교를 폐쇄하고 여학생들을 납치해가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보코하람을 피해 가족들과 함께 피난길에 올랐던 타루 대니얼의 여동생도 당시 납치됐습니다. 가족들은 여전히 그녀의 생사조차 알지 못합니다. 피난민 신세가 된 23세의 타루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전 중입니다. 가족을 부양하지 못하면 남자 취급을 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은 엄청난 핸디캡입니다. 타루는 청년들이 보코하람에 가입하는 이유도 바로 가난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테러리스트 가운데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좋은 직업을 가졌던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이슬람 국가 건설이나 사회주의 혁명과 같은 대의명분에 신념을 가지고 인생을 건 사람들일 겁니다. 하지만 폭력의 이면에는 물질적인 동기도 분명 존재합니다. 보코하람이 활동하는 나이지리아 북동부는 석유 자원이 풍부하지만 가난하고 부패가 심한 곳입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또한 일부다처제 사회입니다. 결혼한 여성의 40%가 한 남성의 여러 부인 중 한 사람이죠. 돈 많고 부유한 남성은 부인을 여럿 두는 반면, 가난한 젊은 남성은 결혼을 하지 못하고 성생활과 안정적인 가정 생활을 누리지 못합니다. 보코하람과 같은 무장 조직이 이들에게 어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입니다.
전세계적으로 폭력 범죄를 저지르거나 전쟁에서 싸우는 것은 대부분 젊은 남성입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연구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00년 사이 “젊은 국가”, 즉 15-24세 인구가 성인 인구의 35% 이상인 국가(주로 개발도상국)에서는 선진국 형태의 인구 구조를 갖고 있는 국가에 비해 분쟁의 위험이 150% 이상 높았습니다.
젊은이가 직업이 없고 가난한 곳에서는 반군이나 조직원 모집이 쉽습니다. 지배계층이나 정부가 부패했다면 더욱 쉽죠. 런던대학 동양 아프리카 연구소의 크리스토퍼 크레이머(Christopher Cramer)는 실업률과 폭력 사이에 명백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조심스러운 접근을 강조하면서도, 직업이 없는 상태는 빈곤뿐 아니라, 지위와 자아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합니다.
역사 속에서 남성이 남성을 죽인 경우는 여성이 여성을 죽인 것의 대략 97배 정도입니다. 혼란의 시기는 특히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즉 “남성이 짝짓기 기회를 두고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기”와 일치한다는 게 <모든 것의 진화(The Evolution of Everything)>의 저자 맷 리들리(Matt Ridley)의 말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번식 면에서 완전히 실패할 가능성이 큰 생물은 죽음을 무릅쓰고 인생의 궤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한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전쟁이란 젊은 남성들이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고 여성을 얻기 위한 기회라는 해석입니다. 여러 무장 세력이 여성을 전리품 취급하는 것은 현실입니다.
중국과 인도의 일부 지역에서는 여아 낙태가 빈번해, 상당수 남성이 짝을 찾지 못합니다. 케네디스쿨의 연구에 따르면 인도에서 남성 인구의 비율이 높을수록 무장 분쟁의 가능성도 높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도 남성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성범죄와 강제 성매매가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잉여의 싱글 남성”을 많이 생산하는 사회는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부일처제의 퍼즐(The Puzzle of Monogamy)>이라는 책에 따르면, 일부다처제 사회에서 (특히 여성을 상대로 하는) 살인, 강도, 강간, 사회 혼란, 납치가 더 많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여전히 일부다처제를 일부 유지하고 있는 모르몬교 커뮤니티에서는 사소한 잘못을 저지른 10대 소년들을 추방함으로서 남녀 불균형의 문제를 해소하고 있습니다. 17세에 비디오게임을 했다는 이유로 추방당한 한 모르몬교 남성은 어른들이 소녀들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한 것을 늘 이상하게 여겼다고 털어놓습니다.
나이지리아의 신임 대통령은 보코하람을 뿌리 뽑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젊은이들이 폭력에 빠지지 않도록 여러 단체가 돕고 있습니다. 종교 지도자들은 평화를 설파하고 직업 교육을 시키기도 합니다. 이런 방법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컬롬비아대학과 국제구조위원회(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가 내전 종식 직후 라이베리아 반군 소속이었던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했던 프로그램에서 희망의 씨앗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처음에 이들은 평생 범죄로 먹고 살았고, 사람을 죽이는 것 말고는 특별한 기술도 없었습니다.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도 27%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이중 절반에게 농업 교육과 125달러 어치의 농업 키트(종자, 돼지, 농기구 등)를 제공한 결과, 이들은 나머지 절반에 비해 한달에 12달러를 더 벌게 되었고, 용병일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 지구는 분명 과거에 비해 더 평화적인 장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언론이 보도하는 IS의 만행을 보면 믿기 어렵겠지만, 우리는 어쩌면 “노회한 평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