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강의 평가는 공정할까요?
대학 시절 가장 좋아했던 교수님을 떠올려봅시다. 교수님은 어떤 분인가요? 현명하고, 유머감각이 있고, 자상하며, 재빠르고, 열정적이고, 체계적이고, 엄격하지만 공정한 그런 분이겠지요? 그렇다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그 분은 남자 교수님인가요, 아니면 여자 교수님인가요?
학생들이 교수를 평가하는 강의 평가가 구조적으로 여성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경제학자 앤 보링(Anne Boring)은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에서 성적 편향(gender bias)에 대한 양적 연구를 하던 중, 강사 및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남성 교수와 여성 교수를 평가함에 있어 이중잣대가 적용된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강의 평가라는 주제에 오랜 관심을 갖고 있었던 UC버클리의 필립 스타크 교수도 이 연구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연구팀은 프랑스 학생과 미국 학생으로 구성된 두 집단의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프랑스 학생들은 무작위로 다양한 수업에 배정되었고, 남학생들은 모든 수업에서 남성 강사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이것이 정말 특정 성별에 대한 편견 때문일까요? 혹시 남성 강사들이 실제로 더 잘 가르쳤던 건 아닐까요? 이 학교에서는 다른 강사의 수업을 들었더라도 같은 과목을 들었던 학생들은 모두가 똑같은 기말고사를 쳤습니다. 그리고 남성 강사의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이 실제로는 기말고사에서 여성 강사의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살짝 낮은 점수를 받았죠. 전반적으로 강사에게 높은 점수를 준 학생과, 시험을 잘 본 학생들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었습니다.
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조금 달랐습니다.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들었는데, 남자 강사는 여자 이름을, 여자 강사는 남자 이름을 썼죠. 놀랍게도, 자신이 남성 강사라고 생각한 사람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준 쪽은 남학생이 아니라 여학생들이었습니다. “강사가 채점한 과제를 제때 돌려주었습니까?”와 같은 비교적 객관적인 문항에서도 남녀 강사 간의 점수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이 연구 외에도 최근 강의실 안팎에 인종, 성별 등과 관련된 다양한 편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논문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다양한 요인들이 어떤 식으로 강의 평가에 반영되는지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번 논문의 제목 역시 “학생의 강의 평가는 (대부분) 강의의 효과를 측정하지 못함”입니다.
물론 강의 평가가 여전히 효과적이고, 쓸모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콜로라도대학의 마이클 그랜트 교수는 교내 한 학과에서 9년간 강의 평가 행태를 조사한 결과, 여성 교수에 대한 편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는 매우 미미하다(6점 만점 제도에서 0.13점)는 점을 발견했다고 말합니다.
파리정치대학은 강의 평가에서 성별로 인한 차별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강의 평가에 앞서 그런 종류의 편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기 시작했죠. 하지만 이번 연구를 진행한 보링과 스타크는 강의 평가 자체를 개선해서 공평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강의 평가를 통해 가치있는 정보들을 얻어낼 수 있지만 “얼마나 수업이 효과적이었나”를 제대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N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