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존 케이식을 지지한다”
2016년 2월 1일  |  By:   |  정치, 칼럼  |  No Comment

미국에서는 언론이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 관례입니다.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둔 지난 주말, 뉴욕타임스는 편집국 명의로 민주당 후보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을, 공화당 후보 가운데 존 케이식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각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와 배경을 밝힌 글을 전문 번역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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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은 지루한 이전투구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공화당원들 가운데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후보를 원치 않는 절반가량의 선거인단의 마음을 살 만한 후보가 오는 아이오와 코커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두각을 나타내길 바라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는 모두 함량 미달이다. 먼저 트럼프는 국가의 안보, 국방, 국제 무역 등의 문제에 관해서는 경험도 없고 관심도 없어 보인다. 실제로 5%인 실업률을 두고 줄곧 23%라고 했다가 42%라고 하는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현실에 관심이 없는지 알 수 있다.

트럼프는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을 본국으로 추방하고 무슬림 이민자들의 입국 자체를 금지하며, 중국산 수입품에 45% 관세를 매기자는 주장을 잇따라 쏟아냈다.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에도 트럼프는 여론조사 1위 자리를 고수해 왔으며,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사실관계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마 그들은 트럼프가 자신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얼마나 고도의 계산 아래 한마디 한마디를 내뱉는지 모를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한 논설위원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는 연설할 때 청중의 관심을 받고 박수를 유도하는 비법을 살짝 귀띔해준 적이 있다. “연설 도중 좀 지루한 부분이 있을 수 있고, 말을 하면서도 청중들이 그만 자리를 뜰까 생각하는 게 보이잖아요. 그럴 수 있죠. 그럼 어떻게 해서든 이 말을 하면 돼요. ‘(이민자들이 몰려드는 걸 막을) 벽을 세웁시다!’ 그러면 당장 청중들이 환호를 하고 난리가 나요.”

테드 크루즈는 헌법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대통령직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야망이 우선이다. 3년 동안 상원의원으로 일하면서 그는 (예산 지원을 거부해) 정부를 마비시키는 데 일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앞길을 어떻게 해서든 가로막았으니 그는 상하 양원이 성공적으로 일을 했다고 자평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의회는 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다. 시리아 일대를 융단폭격하자는 주장부터 중산층을 송두리째 파탄으로 몰고 갈 수도 있는, 그래서 현실성이 없는 소득세 일률 과세(flat tax) 제안에 이르기까지 크루즈는 표가 될 것 같으면 어떤 말이든 일단 내지르고 보는 인물이다. 더 무서운 건 그가 한번 내뱉은 말은 어떻게 해서든 꼭 지키려고 애쓴다는 점이다.

나머지 후보 여섯 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젭 부시는 끝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실패했지만, 트럼프의 병적인 편견과 크루즈의 전쟁광이나 할 법한 소리를 비판했다.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는 중산층을 되살리는 방안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더 긍정적인 정책과 비전에 초점을 맞췄던 자신의 기존 정책을 잊고 트럼프, 크루즈의 우려스러운 주장을 슬쩍 차용하고 있다. 파리와 샌버나디노에서 일어난 테러 공격은 벤 카슨의 무능함과 무지를 낱낱이 드러냈다. 뉴저지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는 러시아 비행기를 격추하겠다고 말했고, 요르단 국왕과의 친분을 드러내며 실수로 이미 15년 전에 죽은 전임 국왕 이름을 말했다. 부모를 잃은 어린 고아라도 시리아 난민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하이오 주지사 존 케이식은 지지율이나 지명도에서는 크게 뒤져있지만, 극단주의와 경험 부족, 무능함이 난무하는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합리적인 후보다. 그렇다고 케이식이 온건 보수주의자인 건 아니다. 주지사로서 그는 공공부문 노조를 약화시키는 데 힘을 쏟았고, 낙태를 제한하고 동성결혼에 반대했다.

그럼에도 20년 가까이 하원의원으로 일하며 초당적인 협력에 동참한 경험도 있는 케이식은 필요할 경우 타협과 양보를 통해 정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끌 만한 인물이다. 불법 이민자들이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정당한 절차를 밟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정부가 가난하거나 정신적인 질병이 있는 등 취약 계층을 지켜줄 의무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화당이 의회에서 60번도 넘게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법안을 백지화하려 하는 사이, 케이식은 오하이오 주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을 설득해 메디케이드(Medicaid)를 확충, 더 많은 이들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주는 데 필요한 예산 130억 달러를 책정했다.

케이식은 뉴햄프셔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들은 아직도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하는 데만 열중하고 있어요. 어차피 이제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는 끝났습니다.”

최근 케이식은 네거티브 없는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신 미래와 희망 등 긍정적인 것들만 갖고 유세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특히 공화당 선거에서 이는 대단히 돋보이는 선택이자 희망적인 전략이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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