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검색에서 드러나는 편견과 증오 (2)
2015년 12월 17일  |  By:   |  IT, 정치  |  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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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렇다면 우리는 이슬람 공포증에 어떻게 맞서 싸워야 할까요?

이에 관한 기본적인 이론으로 “이웃 가설(contact hypothesis)”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무슬림에 대한 무지가 공포와 불필요한 오해를 낳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무슬림과 이웃이 되어 부대끼고 살다 보면,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체득하고 비상식적인 증오의 색안경을 벗게 된다는 겁니다. 이 가설대로라면 문화적 교류, 통합을 증진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이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를 반증할 만한 데이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즉, 미국에서 가장 무슬림이 많이 사는 카운티 10개의 검색어 추이를 살펴봤더니, 무슬림을 증오하는 연관 검색어 검색 횟수가 미국 전체 평균보다 무려 여덟 배나 높았던 겁니다. 이 10개 카운티에 사는 무슬림 인구 비중은 11% 정도로 미국 평균인 0.9%보다 훨씬 높습니다.

이는 이웃 가설과는 정반대라 할 수 있는 “인종적 위협(racial threat)” 가설에 더 적합한 근거로 보입니다. 인종적 위협이란 서로 부대끼며 사는 게 이해와 신뢰를 낳는 대신 반대로 오해와 긴장을 낳는다는 겁니다. 조지워싱턴대학교 정치학과의 존 사이드 교수는 “접촉면을 늘린다고 사이가 좋아질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해법은 지도자가 직접 관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무조건적인 적개심과 증오가 얼마나 비합리적인 일인지를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겁니다. 샌버나디노 공격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한 일이 정확히 그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인에게 이민자들을 종교에 따라 나누어 차별하는 일을 단호히 거부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에 대한 미국인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안타깝게도 오바마 대통령의 사려 깊은 담화문은 쇠귀에 경 읽기였습니다. 오히려 전반적으로 담화 이후 적개심이 높아지고 관용은 더욱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어떤 종교적 신념을 갖고 있든 차별을 거부하고 차별에 맞서는 건 모든 미국인의 책임이자 의무”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말에도 무슬림에 관해 “테러리스트”, “악당”, “폭력적”, “악마”라고 검색한 횟수는 두 배로 뛰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미국에 들어오려는 이민자들에게 어떤 종교를 믿는지를 심사하고 검증하려는 시도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시리아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검색이 60% 늘었고, 시리아 난민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를 묻는 검색량은 35% 줄었습니다. 대통령은 “자유의 가치가 두려움보다 더 강력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무슬림을 죽여버리자”는 검색은 그가 담화문을 발표하는 사이에만 세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렇다고 담화문의 모든 문장, 모든 구절이 오바마 대통령의 의도와 어긋난 결과로 이어진 것만은 아닙니다. 특히 “무슬림 미국인은 우리의 친구이자 이웃이고, 우리의 직장 동료, 우리의 스포츠 영웅, 그리고 당연히도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있는 우리의 군인, 경찰, 소방관이기도 합니다.”라는 문장이 대단히 효과적이었습니다. 이 한마디 덕분에 무려 1년여 만에 “테러리스트”, “극단주의자”, “난민” 같은 단어들이 무슬림이라는 단어 연관 검색어 1위 자리에서 내려왔습니다. 그 자리를 차지한 건 운동선수(athletes)였습니다. 2위는 군인이었고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고 감수했던 존 파브루는 이 문장이 대단히 효과적인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미 담화문 발표 이전에도 이 문장을 최고로 꼽았던 파브루는 농구 스타 샤킬 오닐이 무슬림이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고 나서 깜짝 놀랐다는 반응으로 가득한 트윗을 예로 들기도 했습니다.

“평생 당신의 영웅이었던 사람, 지금껏 그 사람의 자취를 쫓아왔던 어떤 사람이 알고 보니 무슬림이었다는 사실은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한없이 타자화할 것이 아니라 꽤 오래전부터 미국인의 삶과 일상에 녹아있던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겁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담화에 대한 반응을 보면, 성난 군중들을 향해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려는 시도는 역풍을 맞기 십상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아주 미묘하게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정보를 알려주고 비이성적인 연유로 악마화된 집단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는 일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대국민 담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나라에 몇 명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다음 세 가지를 추려냈습니다.

첫째, 부모는 자녀에게 절대다수의 무슬림 미국인은 이 나라에서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평화로운 이웃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야 합니다.

둘째, 경찰은 이 검색어 데이터를 잘 활용해 증오범죄 예방에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증오 관련 검색이 갑자기 많이 늘어난 지역에 순찰을 강화한다든지, 그 지역 모스크의 경계를 강화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셋째, 무슬림 미국인들도 증오범죄의 위협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다른 많은 위협, 협박처럼 사실 증오범죄도 발생 빈도가 희박한 편입니다. 이슬람 공포증을 수반한 검색어 검색량이 지금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앞으로 1년 안에 증오범죄의 피해를 직접 입는 무슬림의 비율은 1만 명에 한 명, 즉 0.01%입니다. 이는 교통사고를 당할 확률과 비슷하며, 테러 공격을 받을 확률보다는 높은 편입니다.

적개심과 증오는 사람의 마음속에 쉽게 침투하고 자리를 잡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갑자기 표출되는 적개심, 증오를 다루는 방법은 과거와는 달라야 합니다. 우리는 무엇이 적개심을 일으켰고, 어떻게 하는 게 이를 누그러뜨리는 데 효과적인지를 풍부한 데이터를 통해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른 집단에 대해 이해보다는 오해와 분노로 점철된 듯 보이는 이 나라에 사는 많은 무슬림 미국인들에게 하나의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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