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의 뿌리깊은 인종주의, 대학가에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민주주의가 자리잡은 지 20년이 넘었지만 인종분리정책 “아파르트헤이트”의 지휘자였던 헨드릭 페르부르트를 기리는 기념패는 여전히 스텔렌보스대학의 회계통계학 건물 입구를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이 기념패는 올 5월에 와서야 철거되었죠.
남아공 대학가에서는 과거의 인종주의적 흔적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기저에는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남아공 젊은이들의 근본적인 불만이 깔려있습니다. 우선 남아공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흑인 대졸자에게 좋은 일자리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 문제입니다. 아파르트헤이트 폐지 후, 곧 좁혀질 줄 알았던 인종 간 격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남아공 내 명문 대학 교수들은 여전히 대부분 백인입니다. 학계의 문화 자체가 유럽식이라, 흑인 학생이나 학자들은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흑인 학생들은 문학 수업에서 아프리카 작가들을 좀 더 다루고 싶은데, 강의실에서는 여전히 셰익스피어를 가르치는 식입니다.
언어 문제도 여전히 대학가의 갈등요소입니다. 특히 스렌보스대학은 페르부르트 등 아파르트헤이트 당시 여러 정부 고위 관리들의 출신 대학이며, 다른 대학보다도 훨씬 백인이 많습니다. 남아공 전체 인구 중 백인은 8.3%에 불과하지만, 학생의 62%, 교수의 83%가 백인이죠. 기득권의 언어였던 아프리칸스어가 캠퍼스에서 여전히 널리 쓰이고 있는 이유입니다. 학생들은 이런 분위기가 흑인 학생들을 더욱 소외시킨다며 영어를 강의실의 주언어로 택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학 이사회의 뜻은 완강합니다. 진보 성향의 남아공인들조차 자녀들이 국어인 아프리칸스어가 아닌 영어로 공부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