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파업, 위기의 시리자
2015년 11월 13일  |  By:   |  세계  |  1 comment

현지시각 12일 24시간 동안 그리스 노동자들은 동맹 파업을 벌였습니다. 그리스 국민은 좌파 정당 시리자(Syriza)가 이끌고 있는 정부가 신자유주의 개혁을 추진하는 데 불만을 가져 왔습니다.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을 불문한 대부분 업종의 노동자들이 정부지출 추가 감축, 세금 인상에 항의하며 파업에 동참했습니다.

공무원 노동조합 아데디(Adedy)의 그리고리스 칼로모이리스는 “길고 긴 투쟁의 겨울이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임금이 너나 할 것 없이 적어도 30%씩은 깎였어요. 터무니없이 적은 임금에 사회보장제도도 사실상 무너졌습니다. 대단히 불안한 상황이죠.”

학교, 병원, 은행, 박물관, 유적지는 물론 약국과 관공서도 파업했습니다. 그리스를 오가는 비행기, 화물선도 영향을 받았고, 기자들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뉴스도 멈췄습니다.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좌파 단체 안타르스야(Antarsya)의 페트로스 콘스탄티노우는 수많은 사람들이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 정부는 채권단과 분노한 국민들 사이에 끼어 이도저도 못하는 형국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한 상태입니다.”

지난 2010년 그리스 부채위기가 불거지고 경제 위기가 본격화된 이래 벌써 이번이 마흔 한 번째 총파업입니다. 이번 파업은 특히 긴축정책을 철폐하겠다는 공약 아래 좌파 정당 시리자를 이끌고 집권한 알렉시스 치프라스(Alexis Tsipras) 총리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것입니다. 앞서 지난 9일, 그리스에 생명줄과도 같은 유로존 채권단은 그리스 정부의 개혁 노력이 부족하다며 20억 유로의 긴급 구제금융을 거절했습니다.

지난 9월, 치프라스 총리는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러 재신임을 받았습니다. 몇 달에 걸쳐 채권단과 협상을 벌였지만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그 사이 국민들로부터의 지지가 떨어지자 던진 승부수였습니다. 이번에는 그동안 완강히 거부해왔던 구제금융안과 채권단이 요구하는 구조조정, 긴축정책안을 단계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공약을 수정했습니다. 채권단과 접점을 찾으려는 정부와 여전히 긴축정책 및 구조조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믿는 시리자 당내 세력 간의 불협화음이 커졌는데, 그 결과 집권 여당인 시리자 일각에서 국민들에게 이번 총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독려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스 안팎의 신자유주의 금융, 정치 세력의 협박과 공세에 맞서 그리스 국민의 단결된 뜻을 보여주자”는 구호는 하지만 대부분 국민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시리자는 당의 기본 노선인 반 신자유주의, 좌파 정책을 버리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시리자 소속 의원들 가운데도 당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와 선을 긋는 의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건 이해하지만 여전히 비판적 시각을 거두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포퓰리스트 우파 정당 독립그리스당과 연정을 구성한 치프라스 총리는 이미 의회에 일련의 구조조정 개혁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가운데는 주요 은행을 구제하기 위한 100억 유로의 긴급 구제금융안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는 연금을 추가로 삭감하고 임금은 더 오랫동안 동결한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에 거센 저항이 예상됩니다.

칼로모이리스는 공무원노조 사무실에서 정부의 위선을 거침없이 비판했습니다. 사무실의 벽은 긴축정책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조롱하는 포스터로 덮여 있었습니다. 국가 부도사태가 오거나 유로존을 탈퇴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은 넘겼지만, 여전히 경제 전반에 회복 기미를 찾아보기 어렵고 갈 길이 멉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는 이들의 집이 잇따라 압류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자 국민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입니다.

“시리자가 이제 와서 좌파 노선을 천명한다고 해봤자 무슨 소용입니까? 이미 시리자는 처음 한 공약을 모조리 어겼어요.”

칼로모이리스는 지난 7월, 치프라스 총리가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인 직후 시리자로부터 떨어져나온 좌파 단체 포퓰러 유니티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뒤 공무원으로 일하게 되면 초임 월급이 775유로, 연봉으로 하면 9,300 유로예요. 그런데 앞으로 10년 동안 임금이 동결될 것이라는데 온갖 종류의 세금은 치솟을 거랍니다. 모두가 당장 먹고 살 걱정부터 하게 되지 않겠어요?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건 이미 예전에 드러났어요. 이 사회적인 분노가 머지 않아 어떻게든 폭발할 겁니다.” (가디언)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