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부분의 언어에는 냄새를 묘사하는 단어가 거의 없을까요?
바나나를 묘사해봅시다. 색깔은 노랗고, 끝은 약간의 녹색을 띄기도 하지요. 껍질을 벗기면 부드럽고 무른 속살이 나옵니다. 먹어보면 달콤하고 약간의 크림맛이 나지요.
그리고 냄새는… 음… 바나나 냄새가 나는군요.
색깔, 소리, 맛, 질감 등의 모든 감각에는 대개 이를 표현하는 각각의 “어휘사전”이 있습니다. 그러나 냄새는 어떤가요? 영어에는 ‘구린(stinky)’, ‘향기로운(fragrant)’, ‘곰팡내나는(musty)’이라는 단 세 단어가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처음 두 단어는 냄새 자체라기보다는 냄새를 맡는 사람의 주관적 느낌이 더 강한 단어이지요.
냄새를 묘사하는 나머지 모든 단어는 사실 그 냄새를 풍기는 대상의 이름입니다. 그러니까 계피나 장미, 석유 같은 단어를 냄새를 나타내는 데 사용합니다. 다른 감각들은 이렇게 간접적이지 않습니다. 바나나의 색은 레몬 색깔이아니라 그저 노란색이지요. 향수 업계나 와인 업계에서 일어하는 사람들은 ‘퇴폐적인(decadent)’이나 ‘기름진(unctuous)’ 같은 추상적인 단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일반인에게 그 냄새가 실제로 어떤 냄새인지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시각이 인간의 주된 감각으로 자리잡으면서 후각이 보조적인 감각으로 밀려난 증거로 보기도 합니다. 다윈 역시 후각은 “극히 작은 역할을” 했다고 말했지요. 냄새는 본질적으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칸트는 “냄새는 묘사되지 않는다, 단지 다른 감각과의 유사성을 통해 비교될 뿐이다”라고 썼습니다.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주인공 장 밥티스트 그루느이는 냄새를 식별하고 기억하며, 이들을 머릿속에서 조합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타고 났습니다. 그가 비정상적으로 보인 이유는 우리가 그 일에 매우 약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 예외가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의 두 수렵 채집 부족은 냄새를 묘사하는 다양한 단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네덜란드 라드바우트 대학의 아시파 마지드는 말레이시아의 자하이(Jahai) 부족과 태국의 마니크(Maniq) 부족이 냄새를 나타내는 12개에서 15개에 달하는 단어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들은 이 단어를 일반적으로 사용합니다. 어린 아이들도 알고 있는 기본 단어입니다. 맛이나 식욕을 나타내는 데는 쓰이지 않고, 오직 냄새를 묘사할 때만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을핏(ltpit)”은 보통 팝콘 냄새가 나는 것으로 잘 알려진, 꼬리를 포함해 2미터까지 자라는 털복숭이 사향 고양이인 빈투롱의 냄새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을핏은 팝콘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곧, 특정한 대상의 이름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이 단어는 비누, 꽃, 두리안 등 서구인의 코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냄새들을 표현하는 데도 쓰입니다.
어떤 한 단어는 휘발유, 연기, 박쥐의 배설물, 노래기 몇 종류, 야생 생강의 뿌리, 야생 망고 숲 등을 묘사합니다. 구운 음식을 나타내는 단어도 있습니다. 다람쥐의 피, 설치류, 이, “호랑이를 부르는 피 냄새”를 가리키는 단어도 있습니다.
이 단어들은 다른 감각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맛, 질감, 고통 등의 어떤 상태와도 무관한 단어들입니다. 오직 냄새만을 나타냅니다. 우리가 토마토의 색깔을 빨강이라고 말하듯, 자하이 사람들은 빈투롱의 냄새를 을핏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마지드는 자하이 부족 이야기를 자신의 동료이자 이 부족을 4년간 연구해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유일한 공식 문법을 기록한 니클라스 뷰렌헐트에게 처음 들었습니다. 그가 자하이 부족은 냄새를 나타내는 특정한 단어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자 그녀는 이를 믿지 못한 상태에서 이들을 연구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날아갔습니다.
그녀는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익혔습니다. 단순후각검사(Brief Smell Identification Test)를 실시했고 정글을 같이 다니며 그들에게 이를 묘사하도록 했습니다. 몇 번의 검사 후 그녀는 이들이 냄새를 어떤 어휘적 어려움도 없이 일관적으로, 마치 영어 사용자들이 색깔을 묘사하듯이 쉽고 명확하게 묘사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마니크 부족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발견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냄새는 묘사할 수 없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카디프 대학의 팀 제이콥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번 연구는 내가 가진 상식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냄새는 행동과 기분으로 바로 연결되고 전체적인 기억에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냄새는 언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러나 냄새에 대한 어휘를 만들고 이를 유용하게 사용하는 문화가 있었군요.”
마지드는 이렇게 썼습니다. “냄새는 언어로 표현 가능합니다. 적절한 언어만 선택한다면요.”
만약 우리가 냄새를 표현하는 언어를 가지게 된다면, 이는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 또한 바꾸게 될 것입니다. 서양에서와 달리 자하이 부족의 문화에서 냄새는 근본적인 요소입니다. “니클라스와 나는 그 곳에서 남매로 행세했습니다. 한번은, 우리가 너무 가까이 앉아 있자 그들은 우리의 냄새가 섞여서 나며 이는 근친상간에 해당하기 때문에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지요. 그 부족에는 냄새로 표현되는 사회적 금기가 있었습니다. 어떤 두 음식은 냄새가 섞이기 때문에 같은 불에서 동시에 요리해서는 안 되었죠.”
그들은 냄새를 분리하는 데도 탁월했습니다. “우리는 야생 생강이 꽃피는 시기에 정글을 탐험했습니다. 우리는 한 가지 대상에서는 한 가지 냄새만 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글에서 본 꽃의 냄새와 줄기의 냄새, 그리고 줄기가 꺾였을 때 나는 냄새들이 각기 다 달랐습니다. 내가 그 냄새들을 어떻게 부르냐며 이름을 알려고 하자, 우리를 따라오던 아이들은 나의 그 질문이 바보같다고 웃었습니다.”
그녀는 내년에 다시 그 곳을 방문해, 그들이 냄새를 기억하는 데 있어서도 더 뛰어난지를 연구할 계획입니다. 또한 그들이 같은 단어로 묘사하는 냄새들을 수집해 그 화학물질의 조성에 공통점이 있는지도 확인할 것입니다. 또한 다른 동남아시아 부족의 언어와 비교해, 어떻게 이들이 자신들만의 독특한 언어와 문화를 만들 수 있었는지도 조사할 계획입니다.
옥스포드 대학의 찰스 스펜스는 이 작업의 특별한 중요성에 대해 말합니다. 곧, 지금까지 대부분의 심리학 연구는 서구의 부유한, 민주화된 국가의 교육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인류학자들은 이러한 연구의 문제점을 오랫동안 지적해왔습니다. 이번 연구는 후각이 차지한 위치를 바닥에서부터 끌어올려주는 아름다운 예입니다.”
제이콥은 이 두 부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인간의 후각 진화에 대한 실마리 또한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특정 냄새를 싫어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그 냄새들은 썩은 음식, 배설물 등 질병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떤 냄새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니크 부족에게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을핏이라는 단어를 이들이 향수와 목걸이로 사용하는 약효 성분이 있는 풀을 나타내는 데도 사용합니다.
“적어도 제게는 혁명적인 발견입니다. 초기의 문명은 약효 성분이 있거나 소독 기능이 있는 풀을 수집했을 것입니다. 즉, 그런 식물의 냄새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이 진화될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어쩌면 우리가 향수에 빠지는 이유도 설명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마지드 역시 동의합니다. “풍미와 향기 산업은 거대한 산업입니다. 냄새가 인간에게 중요하지 않을 리 없습니다.”
(아틀란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