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뇌를 보존하고 다시 살리는 것이 우리 시대에 가능한 일일까요?
2015년 11월 6일  |  By:   |  과학  |  No Comment

후에 인간으로 진화하게 될 영장류 중 일부는 처음으로 자신이 언젠가 죽게 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생명체였을 것입니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곧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승 뒤에 다음 세상이 있을 것이라는 종교의 가르침에 기대어 안심하는 동안, 어떤 이들은 이 세상에서의 죽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유혹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폰세 드 레온이 젊음의 샘을 찾아 떠났던 모험에서부터 오늘날 유행하는 냉동 보존은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뇌를 냉동 보존해 놓을 경우, 먼 미래에 이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더 그럴듯해지기는 했습니다. 비록 미래의 과학자들이 죽은 이를 살릴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뇌의 구조를 분석해 인공 뇌, 혹은 컴퓨터 뇌에서 이를 재현할 수 있으리라는 것입니다. 이는 생각, 감정, 말하기, 보기, 듣기, 배우기, 기억하기, 행동하기 등의 기능이 가능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당신은 마치 잠에서 깨는 것처럼, 당신의 기억과 사고방식, 감정을 가지고 미래의 어느 순간에 깨어나는 것입니다.

나는 뇌 신경회로 모델을 연구하는 과학자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신경회로의 구체적인 구조를 연구함으로써 실제 작동하는 뇌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나 역시 이론적으로는, 언젠가 먼 미래에 이 일이 불가능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지금은 아직 철학적인 논쟁만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주제이지만 말이지요. 그러나 미래의 과학자들이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정확도를 가진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입니다.

뇌를 다시 구성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정보를 알아야 할까요? 먼저 용어들을 정의합시다. 뉴런은 전기 신호로 정보를 전달하는 뇌세포입니다. 이 전기 신호가 우리가 보는 것, 듣는 것, 생각하는 것, 행동하는 것 등의 모든 것과 관련됩니다. 각각의 뉴런은 액손이라 불리는 수많은 가지를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다른 뉴런들과 연결되거나, 전기적으로 “대화”합니다. 이 뉴런 사이의 특별한 연결 부위를 시냅스라고 부릅니다. 기억은 바로 이런 뉴런들 사이의 시냅스가 가진 패턴 속에 저장된다고 여겨지며, 이런 패턴은 다시 뉴런들의 활동에 영향을 끼칩니다.

오늘날 사람들이 뇌를 재현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게 된 이유 중에는 커넥토믹스의 영향이 큽니다. 커넥톰이란 포유류 뇌 속 뉴런 사이의 시냅스 연결을 재구성하려는 시도입니다. 안타깝게도 커넥토믹스로는, 비록 이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 할지라도, 두 가지 이유로 실제 마음을 재현하기 어렵습니다. 먼저, 우리는 아직 커넥톰을 재현할 수 없습니다. 아직 우리는 1,700개의 시냅스 연결이 있는 조그마한 뇌 편린 속의 커넥톰 재현에 성공했을 뿐입니다. 인간의 뇌에는 그보다 수백억 배 많은 시냅스 연결이 있습니다. 비록 이 분야에서 빠른 진전이 일어나고 있지만, 누구도 뇌 수준의 커넥톰 연결이 언제쯤 가능할지에 대한 현실적인 예측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나의 대략적인 추측은 수백 년입니다)

둘째, 설사 인간의 뇌 규모로 모든 시냅스의 연결이 가능해지더라도, 인간의 마음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그 연결들 사이의 모든 세부적인 전기 활동을 이해해야만 합니다. 뉴런 A가 뉴런 B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외에도 우리는 뉴런 A의 신호가 뉴런 B에 어느 정도 세기의 전기 신호를 일으키는지 알아야 합니다. 커넥톰은 각 연결의 평균적인 강도만을 알려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실제 연결의 강도는 시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뉴런 A가 보내는 수많은 신호는 수천 분의 1초에서 수십 분의 1초 사이의 짧은 시간에 크기가 변하는 전기 신호이며, 때로는 매우 급격하게 크기가 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수분에서 수년에 이르는 긴 시간에 걸쳐 이 짧은 신호들은 학습의 일부로써 각 연결의 강도와 패턴을 보다 영구적으로 변화시키게 됩니다. 이러한 세부적인 변화는 시냅스마다 다르게 일어납니다. 이 복잡한 정보의 흐름을 하나의 고정된 세기로 표현하려 하는 것은 마치 각 공항의 평균 출항 비행기 수를 가지고 비행기들의 운항을 묘사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복잡한 현상이 가능한 것은 뉴런의 구조가 충분히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시냅스는 극히 복잡한 분자 기계로, 1,000개 이상의 서로 다른 단백질이 각각의 복제들과 함께 이루어져 있으며 이는 생물학에서 알려진 것 중 가장 복잡한 구조 중의 하나입니다. 시냅스는 왜 이렇게 복잡한 것일까요? 우리는 아직 시냅스의 행동을 모두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냅스가 신호의 세기를 능동적으로 바꾸는 것 이외에도, 외부 신호에 의해 자신의 변화를 조절하는 정보 역시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과거에 대한 기억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기억을 만드는지에 대해 현재 나와 있는 가장 나은 이론은 각 시냅스가 새로운 경험에 대한 반응으로 자신이 고정되거나 변화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과거의 경험을 계속해서 재현한다는 것입니다. 시냅스와 시냅스의 연결이 가진 이 유연성이 없다면, 우리의 옛 기억은 곧 사라져버리거나, 혹은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입니다. 각 시냅스가 어떻게 새로운 입력에 대해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자신을 변화시키는지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마음이 가진 특성인 능동적이며, 학습하며, 변화하는 그런 특성을 재구성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뉴런도 그 자체로 복잡하며 변화합니다. 액손의 신호 전달 속도와 전달의 신뢰도 역시 변화합니다. 각 뉴런은 다른 뉴런으로부터 시냅스 입력을 받기 위해 마치 나뭇가지가 태양 빛을 받기 위해 뻗어 가듯 다른 뉴런으로 뻗어 나갑니다. 수지상 돌기(dendrites)라 불리는 이들 나뭇가지는 시냅스 입력에 대해 민감도가 가지마다 다르며, 분자들의 구성뿐 아니라 시냅스로부터의 전기 신호에 대한 반응을 결정하는 돌기의 모양도 다릅니다.

이들뿐 아니라 뇌의 다른 어떤 부분도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뉴런, 액손, 돌기, 시냅스 등을 포함한 뇌의 구성요소들은 학습의 일종으로, 서로 다른 입력에 대해 적절하게 다른 반응을 주는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뇌를 안정적이면서도 발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전기적, 화학적 “경험”에 적응시킵니다. 이러한 적응은 각 신경구조 내부의 동적인 분자 기계에 의해 의존합니다. 이 모든 뇌의 구성요소들의 상태는 수시로 우리가 깨어있는지, 신경을 쓰고 있는지, 혹은 잠들어있는 상태인지를 결정하는 뇌간 뉴런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에 의해, 그리고 우리의 동기를 조절하는 호르몬에 의해 조절됩니다. 이들 화학물질에 민감한 정도 역시 구성요소마다 다릅니다.

마음을 재구성하기 위해 어쩌면 모든 분자구조를 그대로 복제할 필요는 없을지 모릅니다. 충분한 구조가 주어질 경우 나머지 세부 사항은 스스로 자신이 교정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적어도 커넥톰의 묘사만으로는 불충분하며, 뉴런, 돌기, 액손, 시냅스의 동적인 움직임과 변화, 적응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극히 세부적인 수준에서의 상세함이 필요할 것입니다.

나는 이렇게 절망적으로 복잡한 뇌의 모델만이 유용할 것이라고 제안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은 정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뇌의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이론적 연구 도구는, 예를 들어 시냅스를 하나의 세기만으로 표현하며 돌기구조를 무시하는, 이런 극히 단순화된 모델입니다. 이런 단순한 모델로도 실제 실험 결과와 연동시켜 우리는 뇌 회로가 작동하는 기본 방식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아직 세부구조를 충분히 자세히 모르기 때문에, 여기에 더 복잡한 구조를 넣는다고 해서 반드시 뇌를 더 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때로 복잡함은 우리의 이해를 방해하고 더 모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뇌 전체의 동적인 작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한 사람의 마음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뇌 구조는 터무니없이 복잡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뇌과학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뇌의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뇌를 저장하고 한 사람의 마음을 되살릴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한, 어쩌면 수천 년 혹은 수백만 년 뒤에 나올 문명까지 뇌를 안전하게 보존하는 기술조차도 아직은 충분히 먼 미래에야 가능할 것입니다.

나 역시 소멸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우주가 만들어지고 138억 년 뒤에야 태어났으며, 그때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내가 죽은 뒤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우주는 나 혹은 다른 어떤 개인의 존재와 무관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더 큰 흐름 속 일부로 나타났다 사라질 뿐입니다. 나는 점점 더 이 사실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죽음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에 각자의 답을 찾고 있습니다. 죽음을 피하고 다시 살아난다는 생각은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그 답이 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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