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대학을 세운다면?
2015년 11월 3일  |  By:   |  경영, 세계  |  1 comment

* 글쓴이 알렉스 타바록(Alex Tabarrok)은 조지메이슨 대학 경제학과 교수입니다.

애플(Apple)이 현재 보유한 현금은 2천억 달러가 넘습니다. 이 엄청난 돈으로 애플이 할 수 있는 것 가운데 어떤 게 있을까요? 애플은 대학교를 인수해서 처음부터 아예 전에 없던 형식의 새로운 교육기관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몇몇 사모 회사(private equity firms)가 대학교를 인수한 뒤 이를 영리(for-profit) 교육기관으로 바꿔 운영한 사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일류 대학이라 부를 만한 대학교 가운데 영리 기관은 없습니다. 그래도 제리 팔웰(Jerry Falwall) 목사가 설립한 자유대학(Liberty University)은 참고 사례가 될 만합니다. 1984년에 설립됐으니 이제 갓 30살을 넘긴 대학교지만, 10만 명 넘는 온라인 수강생을 포함할 경우 자유대학은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비영리 사립대학입니다. 자유대학 학위가 명문대학 졸업장 만한 대우를 받는 건 아니지만, 분명 자유대학은 새로운 교육 환경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모범 사례로서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입니다.

애플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자선단체가 아니죠. 하지만 비영리 교육기관인 대학교를 운영하면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상당히 많습니다. 교육기관에 주어지는 세제 혜택이나 주 정부의 지원금 외에도 애플은 최첨단 기술을 교실에 접목하고 관련 장비를 다른 유수의 교육기관에 판매해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기술과 장비가 제 역할을 한다는 걸 증명하는 데 가칭 애플대학교 교실, 캠퍼스만한 실험 공간이 있을까요?

아이패드 (혹은 아이패드를 잇는 차세대 어떤 기기)로만 볼 수 있는 교과서가 표준이 되면 기기 판매량은 지금보다 훨씬 크게 늘어날 겁니다. “애플대학교의 빅데이터 분석 과목”과 같이 애플이 앞장서서 개발하는 온라인 기술과 가상 현실 등을 활용한 교육법과 수업 커리큘럼은 세계적으로 교육 분야에 적잖은 영향력을 미칠 겁니다. 새로운 시대의 가치관을 담은 새로운 형태의 교육기관인 만큼 학문 분과를 나누고 학위를 제정하는 방식도 기존의 관행에 얽매일 필요가 없습니다. 델리, 서울, 상하이, 베를린, 상파울로를 아우르는 세계 곳곳의 글로벌 캠퍼스와 연계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디자인이나 경영에 있어서 진정한 혁신을 일으킨 애플이 수여하는 디자인과 경영학 학위라면 가장 우수한 인재를 모을 수 있지 않을까요? 우수한 인재풀이 모여들면 그만큼 교육기관의 경쟁력도 높아지고 랭킹도 높아지는, 그리고 다시 그로 인해 애플대학교의 교육 과정과 기술이 점점 각광을 받아 다시 더 우수한 인재를 끌어모으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미 아이튠즈 유(iTunes U)를 통해 애플은 어느 정도 이에 관한 초기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실제 대학교를 인수한다면 현재 기술을 실제 교육 현장에 적용하면서 본격적인 교육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100년도 더 전에 스탠포드와 카네기, 록펠러는 기업 활동으로 축적한 거대한 부를 투자해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교를 세웠습니다. 정보화시대에 가장 성공한 기업이라 불러도 무방할 애플에게 비슷한 역할을 바라는 것도 그렇게 무리는 아닐 겁니다. (Quar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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