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앵거스 디턴의 삶과 학문적 업적
2015년 10월 28일  |  By:   |  경제, 세계  |  No Comment

옮긴이: 이번 기사는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앵거스 디턴이 경제학에 어떤 공헌을 했는지를 자세하게 풀어쓴 기사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뉴욕타임스 영어 원문 기사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Read in English: Why Angus Deaton Deserved the Economics Nobel Prize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의 핵심 업적은 동시대 경제학자의 관심을 소득 척도를 넘어서 삶의 질과 같은 더 넓은 척도로 확장시킨 것이다.

그는 주로 식품 소비량, 주거 환경, 사람들이 이용하는 서비스와 같은 소비 행태에 집중해 연구를 해왔다. 또 그는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거시 경제 지표에 몰려 있던 경제학자들의 시선을 개별 가구 분석 쪽으로 돌린 선구자였다.

이번 노벨상 수상은 노벨 위원회가 현대 경제학이 점점 더 실증적인 성격을 띠어가고 있음을 처음으로 명백히 인정한 사건이기도 하다. 아마도 이 분야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앞으로 더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현대 통계학이 불러온 막강한 힘에도 불구하고, 디턴 교수는 데이터에 바탕을 둔 실증적 연구가 만병통치약이라거나 경제학 이론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어떤 정책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보려면, 가능한 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방법 등을 통해 실험적 검증을 해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계량경제학계의 관행적 흐름에 반기를 드는 영향력 있는 균형추 역할을 해 왔다. 디턴 교수는 정부의 특정한 정책이 성공했다고 해서 미래에도 이 정책이 다시 성공한다거나, 다른 상황에서도 이 정책의 성공이 재현되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론과 데이터를 통한 척도는 서로 보완 관계이며, 일반화 가능한 통찰은 그 기저에 깔려있는 경제학적 원리가 밝혀지고 검증될 때에만 생겨나는 것이다.

개별 가구 조사를 통해 얻은 자료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디턴 교수의 방법론은 미시경제학, 계량경제학, 거시경제학, 개발경제학 등 경제학 주요 분야에 큰 영향을 끼쳤다.

먼저 그는 주로 이론가들의 영역이었던 미시경제학 분야에 실증 연구를 접목했다. 오늘날 미시경제학자들이 난해한 수학 기호로 쓴 추상적인 이론 대신 수백만 명이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내리는 수많은 선택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 분석에 점점 더 시간을 쏟을 수 있게 된 데에는 분명히 디턴 교수의 역할이 있었다.

경제학에서 실증 연구 혁명은 상당 부분 디턴 교수가 개발한 도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도구들은 매년 전 세계에서 이뤄지는 가구 조사에서 얻은 수많은 데이터를 경제학 이론을 활용해 정리하고 분석할 수 있게 만듦으로써 경제학 이론의 역할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이렇게 실증 통계에 주목하는 것은 통계학적 방법을 응용해 경제 문제를 푸는 계량경제학 분야에 유용한 도움이 되어 왔다. 이 분야에서 디턴 교수의 독보적인 업적을 꼽자면, 그로 인해 실증적 연구자가 개념 측정의 문제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쏟게 되었다는 것이다. 너무나 오랫동안, 계량적 분석은 마치 그 데이터가 통계학자를 사랑하는 전능한 이로부터 넘겨받은 완벽한 것인 양 이루어졌다. 현실은 훨씬 더 불완전했다. 데이터는 불완전하고, 표본은 모집단을 제대로 대표하지 않았으며, 대중은 설문 조사에 제대로 답하지 않고, 과거 설문에 응했던 참가자를 다시 접촉하려는 시도는 종종 실패했다. 디턴 교수는 이런 문제에 정면으로 맞섰고, 불완전한 데이터에서 어떻게 유의미한 정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경제학자들에게 가르쳤다.

지구촌 빈곤 문제와 같은 커다란 질문에 초점을 맞춰 온 경제학자이면서도 디턴 교수는 세밀한 부분에 천착했다. 노벨상 위원회의 말처럼, 디턴 교수의 작업은 “순수 이론의 가장 심오한 의미를 찾는 일에서부터 현실의 지저분한 데이터 측정 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있다.”

그는 내가 아는 그 어떤 경제학자보다도 큰 그림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든 작은 디테일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이는 나와 내 공동저자(이자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베시 스티븐슨(Betsey Stevenson)이 그와 교류하며 얻은 교훈이기도 하다. 우리는 가난한 나라 국민이 낮은 소득에도 불구하고 삶의 만족도가 더 높은 것처럼 나타나는 몇몇 데이터를 보고 당황했던 적이 있다. 디턴 교수 역시 이 결과에 똑같이 당혹했지만, 우리에게 그 여론조사를 더 자세히 들여다볼 것을 제안하며 표본이 모집단을 잘 대표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상기시켰다. 과연 그랬다. 몇 주 동안 자료 더미를 뒤지고 낡은 일람표의 주석 등을 파헤친 결과, 그 황당한 관측 결과는 단지 가난한 나라의 여론 조사원이 그 나라의 부유한 사람들(따라서 아마도 더 행복했을)만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벌였기 때문이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디턴이 옳았다. 통계 자료 오류가 삶의 질과 평균 소득 사이의 강한 상관관계를 부분적으로 감췄던 것이다.

디턴 교수는 경제 전반의 흐름을 연구하는 학문인 거시경제학에도 중요한 기여를 해왔다. 초기의 거시경제학 학자들은 해당 경제의 총소비량이나 총소득 같은 거시 경제 지표에 주목해왔다. 하지만 디턴 교수는 개별 가구의 행동에 눈을 돌렸다. 그는 경제 전체의 움직임을 마치 대표적인 소비자 한 명이 내린 선택의 결과인 것처럼 다룰 수 있다는 거시경제학계에 만연했던 환상을 거부한 선구자였다.

개인행동과 집단행동의 구별은 소비 연구를 할 때 특히 중요하다. 거시경제학자가 자신들의 이론이 총소비와 총소득 사이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는 데 만족하고 있을 때, 디턴 교수는 그 이론들이 정작 개별 가구가 뭘 하고 있었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실제 가구의 소비 행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광범위하고 생산적인 후속 연구를 낳았다.

1992년 디턴 교수는 경제학의 난제를 푸는 더 큰 진전은 아마도 “거시경제학의 질문들이 점점 더 풍부해지고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미시경제학 자료를 토대로 다뤄질 때”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옳았다. 수천, 때로는 수백만 대중의 개별적인 저축, 소비, 투자 결정을 담고 있는, 새롭게 부상한 “빅 데이터”는 오늘날 거시경제학 분야의 가장 중요한 연구들 가운데 일부의 바탕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아마 디턴 교수의 가장 중요한 공헌은 가난한 나라의 경제를 주로 다루는 개발 경제학 분야에 있을  것이다. 이것은 그의 개인적 신념에서 시작된 연구였다. 최근 그는 “우리처럼 운이 좋아 제대로 된 나라에 태어난 사람들은 세계의 가난과 질병을 줄여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습니다”라고 썼다.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개발경제학은 이른바 “국가 치료사(country doctors)” – 즉, 자신에게 비행기 일등석을 제공하는 국가라면 어디든 달려가 산업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 기간 산업 개발을 밀어붙일 것, 저축을 늘릴 것, 혹은 시장 경제로 더 빠르게 이행할 것 등 자신들이 선호하는 처방전을 내밀며 세계를 누비는 거시경제학자들로 가득한 분야였다. 이들은 여러 나라를 다녀갔지만, 어디를 가든 이들이 내놓는 정책은 한결같았다.

오늘날 개발 경제학은 이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가난한 이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미숙한 경제적 제도가 경제 발전을 방해하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방식을 드러내면서 국가 간의 미묘한 차이를 인정하는 더욱 흥미로운 분야가 됐다. 오늘날의 개발경제학자들은 그저 수십 개 나라 전체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 내에서 수천 가구의 경제적 삶을 보여주는 수치들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들 데이터의 상당 부분은 디턴 교수가 세계은행과 함께 수십 년간 같이 만들어온 것이며, 그의 작업은 또한 오늘날 세계은행이 빈곤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일에 영감을 주었다. 그 결과, 우리는 세계적 빈곤의 수준과 원인에 대한 더 뚜렷한 이미지를 갖게 됐다.

최근에 디턴 교수는 행복을 포함한 주관적인 삶의 질을 측정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지난 2010년 당시 미국경제학회장이었던 디턴 교수는 미국경제학회 연설에서 세계 각국의 빈곤에 대해 일관성 있는 기준을 세우기가 쉽지 않음을 강조했다. 각국의 구매력 차이를 반영하지 않은 소득 수준만으로 빈곤을 측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나라의 물가와 그들이 구매하는 상품이 각기 다를 때 어느 쪽이 구매력이 높고 낮은지를 평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문제 때문에, 디턴은 경제학자가 대중에게 직접 삶의 질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주관적인 삶의 질에 관한 매우 중요한 발견들이 디턴 교수가 – 심리학자 에드 디너, 아서 스톤, 노벨상 수상자 다니엘 카네만과 함께 – 갤럽의 자문위원으로 있으면서 만들어냈던 새로운 데이터에 의해 이루어졌다. (나 또한 갤럽의 자문위원으로 일했음을 밝힌다.)

디턴 교수의 수상으로 프린스턴대학 경제학과는 탁월한 성과를 이어가게 되었다. 프린스턴 경제학과 소속으로 최근 노벨상을 받은 사람으로는 게임 이론가 존 내쉬, 카네만, 경제 이론가 에릭 매스킨, 무역 경제학자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 거시경제학자 크리스 심스 등이 있다. 크루그먼은 뉴욕 시립대학으로 옯겼고 매스킨은 하버드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런 변동을 고려하더라도, 프린스턴대학 경제학과는 노벨상 수상자 5명이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시카고대학 경제학과 수준에 근접했다. 디턴 교수의 프린스턴 동료 교수들이 최종 노벨상 후보군으로 종종 거론되기 때문에 프린스턴 경제학과가 시카고 경제학과 만큼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교수로 두게 될 가능성도 크다.

나는 2012년 프린스턴대학에 방문 교수로 머물며 멋진 시간을 보냈다. 경제학과 내에서 동료들로부터 디턴 교수보다 더 존경받는 교수는 없었다는 점을 증언할 수 있다. 그는 대단한 존재감을 가진 위대한 지성이자 특별히 폭넓은 지식을 갖춘 이이며 모든 경제학자로 하여금 자신의 까다로운 (정확히 말하자면 겁을 주는) 기준을 맞추도록 요구하는 그런 학자이다.

또한 그는 진정으로 중요한 질문에 자극을 받으며 지적인 면에서 포기를 모르는, 엄청난 진실성을 갖춘 사람이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데 인생을 바쳤다. 그는 모든 젊은 경제학자가 따를 만한 완벽한 롤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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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스틴 울퍼스(Justin Wolfers)는 미시간대학의 경제학 및 공공정책학 교수이다. 그의 트위터 주소는 @justinwolfers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