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광고를 위한 처방: 역지사지
2015년 10월 27일  |  By:   |  경영, 문화, 칼럼  |  No Comment

*<쿼츠>의 공동사장이자 발행인 제이 러프(Jay Lauf)가 <미디엄(Medium)>에 기고한 글입니다. 러프는 이메일([email protected])을 통해 독자들의 의견을 기다린다고 덧붙였습니다.

온라인 광고가 ‘공공의 적’이 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사람들은 느닷없이 튀어나와 로딩 속도를 늦추고 엉뚱한 사이트로 연결해버리는 낚시성 문구들로 가득한 인터넷상의 광고들을 단지 귀찮은 것쯤으로 여기는 걸 넘어 혐오합니다. 모든 종류의 광고를 차단하는 방법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고, 애플은 최근 업데이트한 최신 운영 체계 iOS 9에서 이런 이용자들의 간절한 바람에 답을 내놓았습니다. 모든 광고를 일괄 차단하는 기능을 좀 더 쉽게 만들었죠.

언론에 종사하며 광고업계와 긴밀히 협력하며 일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이 모든 현상을 주의 깊게 지켜봤습니다. 업계는 대체 어쩌다 온라인 광고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분석하려고 무던히 노력합니다. 데이터와 기술, 광고의 질, 내용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수많은 제언이 쏟아집니다. 모든 광고가 피싱이나 다름없다는 인식을 심는 데 특히 큰 역할을 한 문제의 광고들을 추려내 마녀사냥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작 이 모든 논의 과정에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있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눈치채지 못합니다. 바로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이자 광고의 타깃이 되는 이용자가 빠져 있는 겁니다.

제대로 된 논의를 하려면 좀 더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해요. 저는 가장 큰 문제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용자들의 공감을 사는 데 철저히 실패한 게 문제의 핵심입니다. 역지사지의 지혜가 실종됐죠.

디자인 회사 아이디오(IDEO)의 팀 브라운(Tim Brown)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공감은 모든 디자인의 핵심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느끼고 경험할지 이해하지 못한 디자인은 아무런 의미 없는 작업에 불과합니다.”

온라인 미디어와 온라인 출판업 등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계는 팀 브라운이 여기서 언급한 “공감에 기반을 둔 디자인 사고“를 전혀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모든 이용자, 독자들로부터 손가락질받는 광고를 끊임없이 들이밀게 됐죠. 광고회사는 근본적인 반성 없이 그저 이용자들로부터 외면받는 각박한 현실을 우회할 궁리만 하고 있습니다. 언론과 출판업계 등 콘텐츠 제공업자들은 광고 말고는 수익을 낼 만한 뾰족한 수가 없다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순간, 모든 사고의 중심에 놓아야 할 고객을 가장자리로 밀어냅니다. 쓸데없는 광고를 접하고 시간만 낭비하게 된 독자들이 느낄 불쾌함이 콘텐츠 소비를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는 사실을 명백히 알면서도 지금처럼 지저분한 낚시성 광고들을 그냥 내버려 둘까요?

저는 디자인 전문가가 아닙니다. 전공을 하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타깃으로 삼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 디자인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애플이 거둔 성공이나 왜 스위스 취리히가 가장 사람들이 살고 싶은 도시 상위권에서 빠지지 않는지도 다 비슷한 이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위한 건축(Architecture for Humanity)”이라는 건축 회사의 카메론 싱클레어(Cameron Sinclair)의 철학을 접하게 된 순간이 제게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순간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이 회사의 기본 원칙이 바로 사람과의 교감 혹은 공감인데, 싱클레어는 모든 프로젝트가 해당 건축물에 살거나 그 건축물을 이용하게 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서 시작한다고 설명합니다. 지금 문제가 뭐고 어떤 점을 개선하고 싶은지, 어떤 특징이 있는 건물로 바뀌었으면 좋을지를 그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서 직접 듣지 않고 그저 건축가가 머릿속에 구상한 대로 짓고 나면, “그건 건축가의 건물이고 건축가의 공간일 뿐 그 집에 사는, 그 공간을 실제로 쓰는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싱클레어의 원칙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역지사지 정신으로 디자인해라(Design like you give a damn)”가 됩니다.

역지사지 정신은 사실 온라인 미디어와 출판업계도 정말 꼭 새겨들어야 할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원칙입니다. 독자들로부터 외면받는 미디어와 콘텐츠는 대개 이용자들이 무얼 보고 어떻게 느낄지, 그들이 마주할 경험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냥 마구잡이로 콘텐츠를 들이미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감시받는 듯한 느낌을 싫어하고 읽고픈 글, 보고픈 영상을 보는 도중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팝업창을 반기는 이도 거의 없으며, 피싱에 속아 바보가 되는 기분을 즐기는 이도 당연히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이용자들의 바람은 깡그리 무시한 채 우리는 그저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으면 광고를 좀 봐달라고 계속 외치고 있는 셈입니다.

<쿼츠>는 디지털 광고도 이용자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험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헤아려 광고를 제작합니다. 광고는 <쿼츠>가 제공하는 소중한 콘텐츠의 일부로, 우리는 광고주와 협의 하에 광고의 제작부터 게시까지 일련의 작업을 통합적인 관점에서 진행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준거로 삼는 원칙 몇 가지를 공유합니다.

사실 몇 가지라고 해봤자 결국 가장 중요한 대원칙은 하나입니다.

제일 중요한 건 이용자다(Users come first)

우리는 모두 이용자이자 고객입니다. 독자이고 시청자이며 청취자죠. 우리는 누구나 즐거운 경험에 가치를 부여합니다. 경험이 즐거워야 주변 사람과 나누려고도 하는 법입니다. 반대로 불쾌한 경험은 당연히 피하려고 하죠. 주변 사람이 자신이 겪은 불쾌한 경험을 막 하려는 참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당연히 말리겠죠. 이런 아주 기본적인 상식이 우리의 대원칙입니다. 대원칙을 바탕으로 몇 가지 세부원칙이 나왔습니다.

  • 이용자를 방해하지 말아라(We don’t get in your way): <쿼츠>의 광고는 팝업으로 뜨거나 콘텐츠를 화면 아래로 밀어내며 난데없이 스크린 중앙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15초든 30초든 강제로 기다려야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광고 방식도 아닙니다. 우리의 광고는 이용자를 방해하지 않습니다.
  • 이용자를 기만하지 말아라(We respect your intelligence): 네이티브 광고에 해당하는 <쿼츠>의 스폰서 콘텐츠에는 누가 봐도 한눈에 스폰서 콘텐츠임을 알 수 있는 표식을 했습니다. <쿼츠>의 필진들이 광고나 다름없는 기사를 쓰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그건 교묘하게 독자들을 기만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 끊임없는 개선 노력(We are always striving to do better): 기술이 진보하면서 사람들의 습관, 행동도 바뀝니다. <쿼츠>는 기술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한 발 앞서 반영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쿼츠>는 동종업계의 비슷한 규모의 어떤 언론사보다도 많은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고객 서비스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디자인부터 이용자 경험에 관련된 불만 사항, 개선책 등 어떤 아이디어라도 고객 서비스팀에서 시작해 모든 팀이 공유하고 의견을 모아 토론하는 체계가 잡혀 있습니다. 편집권의 독립은 물론 지켜지지만, 동시에 편집국 외의 다른 팀에서 나온 의견도 존중됩니다.

독자(이용자, 고객)들을 대할 때 우리가 먼저 독자의 처지에서 생각한다는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독자들이 원치 않는 콘텐츠나 광고에 강제로 노출되었을 때보다 콘텐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궁금해 스스로 광고를 찾았을 때 그 효과가 훨씬 더 큽니다. 공감의 힘을 믿는 역지사지의 원칙에서 이 모든 것이 시작합니다. (Med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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