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 네타냐후 억지 주장에 “역사 해석 바꾸지 않을 것”
2015년 10월 22일  |  By:   |  세계  |  No Comment

“아돌프 히틀러에게 유대인 집단 학살을 건의한 건 팔레스타인 지도자였다.”

빈야민 네타냐후(Biny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의 입에서 나온 말 한마디로 세계가 다시 시끄러워졌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독일을 방문하기 전 “히틀러는 사실 그저 유대인들을 유럽에서 쫓아내고 싶었을 뿐인데, 당시 예루살렘의 무프티(이슬람 성직자)였던 하즈 아민 알후세이니의 설득으로 홀로코스트를 계획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은 즉각 이스라엘 안팎의 비판을 불러일으켰는데, 이에 대해 독일 정부는 지금껏 견지해 온 역사적 해석을 바꾸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네타냐후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우리는 쇼아(홀로코스트의 히브루어)에 대해 우리가 져야 할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기존의 역사 해석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앞서 독일 정부의 스테펜 사이베르트(Steffen Seibert) 대변인은 홀로코스트는 “독일이 저지른 범죄”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독일 정부를 대신해 말씀드리자면, 우리 독일 국민들은 역사를 정확히 배웠고, 쇼아는 인간이 저지를 수 없는 문명과는 완전히 단절된 국가사회주의자들의 인종차별적 광기가 만들어낸 끔찍한 살육의 역사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이 사실은 독일의 모든 학교에서 아주 자세히 교육되고 있습니다. 절대 잊어서는, 잊혀져서는 안 되는 역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역사의 해석을 달리해야 할 필요성이나 타당한 근거를 찾지 못하겠습니다. 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건 독일인들이고 그 책임도 우리가 져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앞서 세계 시온주의자 모임(World Zionist Congress)에서 1941년 11월에 있었던 히틀러와 알후세이니의 만남을 언급하며 이같은 발언을 했습니다.

“히틀러는 그때까지만 해도 유대인을 학살하겠다는 생각을 품은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 유대인을 쫓아내야겠다고 생각하는 정도였죠. 그런데 하즈 아민 알후세이니가 히틀러에게 ‘유대인들을 내쫓아봤자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고,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는 히틀러에게 ‘(유대인들을) 불태워 죽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메르켈 총리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러 독일로 가기 직전, 네타냐후 총리는 공항에서 히틀러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건 물론 아니라며 오해의 소지를 일축하고 다시 한 번 말했습니다.

“(히틀러를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것처럼) 전범이나 다름없는 무프티(알후세이니)의 역할에 눈감는 것도 잘못된 일 아닙니까? 무프티는 유럽의 모든 유대인을 학살하는 결정을 내리는 데 근본적인 토대를 제공한 사람이에요.”

보수 언론인 <디에 펠트(Die Welt)>의 논설위원 알란 포세너(Alan Posener)는 독일인들은 독재자나 폭군이 독일 역사를 멋대로 해석하려는 건 여러 번 본 적이 있지만, 이스라엘의 정치지도자가 홀로코스트에서 히틀러의 역할을 축소하는 듯한 발언을 한 건 대단히 충격적이라고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의 역사 인식과 일련의 정치적 발언은 기회주의로 점철돼 있다. 홀로코스트에 있어서 독일인에게 면죄부를 주고 무슬림을 주범으로 만듦으로써, 그는 이스라엘이 유럽 전체에 불고 있는 이슬람 혐오 정서를 통해 지지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잘못된 행동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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