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스캔으로 지능을 예측하다
영화 다이버전트와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인간의 성격이나 앞날의 행동을 다른 이들이 결정하게 되는 암울한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들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이유는, 현실이 아직 그렇지 않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지난 12일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는 한 사람의 뇌 활동을 MRI로 관찰함으로써 그 사람의 지능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지능은 뇌 세포의 연결에 기초한 추상적인 능력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어떤 뇌는 그 뇌가 가진 연결 방식에 의해 다른 뇌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두뇌의 분석에 과학자들이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능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분야의 과학자들은 SF영화같은 이야기를 종종 들려줍니다. 이 연구의 저자인 토드 콘스타블은 미래에는 회사가 구인공고를 내는 대신, MRI 스캐너에 직무 내용을 입력한 후 지원자가 적절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하게 될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아직은 이르지만, 충분히 가능한 미래입니다.”
캘리포니아 어바인대학의 지능 연구자인 리차드 하이어의 생각은 좀 더 심각합니다. 그는 언젠가는 학교가 아이들의 머리를 스캔한 후 어떤 교육 방법이 적절한지를 결정할 것이며 교도소에서는 개인의 폭력성을 측정해 감방의 구성원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들은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그런 미래의 극단적 형태라고 말합니다.
어린 아이가 시각적인 학습에 적합한지, 혹은 청각적인 학습에 적합한지를 알아내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한 인간이 중독에 얼마나 쉽게 빠지는지, 얼마나 폭력적인지, 망상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예측한다는 것은 민감한 문제로 들립니다. “양날의 검이죠.” 미시간대학의 로라 카브레라의 말입니다. 학교가 학생을 뽑을 때, 회사가 직원을 뽑을 때, 보험회사가 보험 비용을 결정할 때 뇌 측정 결과를 보게 된다면 말이죠. 뇌 스캔 결과를 통한 예측방식은 새로운 형태의 ‘뇌차별주의’를 낳을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이 기술은 다이버전트 같은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이 연구의 저자들은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에 속한 126명 지원자의 fMRI 스캔 결과에 바탕해 이들의 인지능력 테스트를 예측했습니다. 지원자들은 운동능력, 기억력, 그리고 뇌과학자들이 유동지능이라 부르는 추상적 판단력을 측정하는 패턴 완성 문제가 포함된 지능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 결과, 이들의 뇌 연결상태(connectome)는 테스트 결과와 상당한 연관성을 보였습니다. “각 부위의 연결이 활발한 이들이 정보를 더 빨리 처리했고 추론 능력 역시 뛰어났습니다.” 이 연구의 저자 중 한 명인 예일의 대학원생 에밀리 핀의 말입니다. 특히, 전두엽과 측두엽 간의 연결이 강할수록 높은 유동지능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핀은 이 두 영역이 고차원적인 정신활동과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두 영역은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그런 미묘한 특성들의 기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조현병과 같은 뇌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뇌 연결상태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그동안 의사들은 이들의 병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이들 환자들이 특정 약이나 치료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예측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예측방식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아직 우리는 특정한 순간의 연결만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들이 어떻게 이렇게 연결되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또한 유동지능은 일종의 이해와 지식의 차이를 알려주는, 지능이라고 여겨지는 여러 능력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합니다. “일상에서도 MRI 스캐너 속과 같은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 수 없지요.” 브리티쉬 컬럼비아대학의 주디 아일레스의 말입니다.
“이번 연구가 까다로운 윤리적 함의를 가진 것도 사실입니다.” 핀은 말합니다. “하지만 현실에 이 기술이 적용되기까지는 충분히 많은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뇌과학자들은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의 모자를 만들려 하는 셈입니다.
(와이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