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의 모델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들, 대학 입학 사정에 반발하다
2015년 10월 12일  |  By:   |  Economy / Business  |  4 Comments

캘리포니아의 고등학생 마이클 왕은 그 학년 1,002명 학생 중에 전교 2등을 했습니다. 대입 시험인 ACT(American College Testing)에서는 최고 점수인 36점을 받았고,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서 노래를 불렀으며, 전국구 피아노 대회에서 3등으로 입상했습니다. 수학올림피아드에서는 미국에서 150위 안에 들었습니다. 전국구 토론 대회 결승까지 올라간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그러나 왕은 대학 입시에서 지원한 아이비리그 대학 7곳 가운데 6곳으로부터 불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저보다 스펙이 떨어지는 사람들도 더 좋은 결과를 받았어요. 처음에는 화가 났죠. 그러나 분노를 생산적인 방향으로 돌리기로 했습니다.”

그는 대학에 이메일을 썼습니다.

“그 대학을 가기 위해 제가 준비가 미흡했던 부분이 있을까요?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데 인종이 영향을 미쳤습니까? 저와 합격자들 사이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무엇이었죠?” 그러나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교육부에 글을 써보았죠. 역시 별다른 수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다른 64명의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과 함께 하버드 입학사정 과정에서의 인종 차별 문제를 조사해달라는 탄원서를 넣었습니다. 작년에도 하버드와 노스캐롤라이나대학 등이 같은 문제로 소송에 휘말렸죠.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음에도, 비슷한 소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시아인은 1965년 유럽계 이민자만을 받아들이던 이민법이 개정된 이후, 대거 미국으로 이주해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어떤 지표로 봐도 가장 성공한 인종으로, “소수민족의 모델”로 불릴 정도입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민법이 개정되기 전 미국으로 건너와 고된 노동에 동원되고 저소득층으로 살던 초기에는 힘든 일이 많았는데, 1871년에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집단폭행 사건이 일어나 중국인 17명이 살해당하기도 했습니다. 아예 중국인을 콕 집어 이들의 이민을 막는 법도 있었고, 2차대전 중에는 일본인이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흑인 인종차별과 비슷했죠.

그러나 두 차례 세계대전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중국과 인도와 미국은 점점 가까워졌고, 아시아의 교육받은 숙련 노동자가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죠. 2013년에는 중국, 인도계 이민자 각각 멕시코 이민자 수를 뛰어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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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대륙이 워낙 넓고 사는 인구가 많다 보니, 아시아계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이민 시기, 이민 사유, 교육 수준, 경제력이 천차만별입니다. 일본인은 2차 세계 대전 이전에 왔고, 중국인은 1980년대 이후 들어왔죠. 인도인과 중국인은 교육 수준이 높고 대개 재력을 갖춘 데 반해 캄보디아와 라오스 출신, 그리고 몽족은 저소득층에 편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아시아계가 아닌 미국인과 결혼할 가능성이 높은 일본인은 교육 수준이 미국인 평균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아시아인은 아메리칸 드림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증거가 될 만한, 잘 나가는 민족입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아시아인의 69%가 “열심히 일하면 성공한다”는 명제를 믿고 있고, 이는 미국인 평균 58%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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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깊은 건 교육 수준입니다. 학사 학위 소지자의 비중을 보면 미국 전체 평균이 28%에 비해 아시아계 미국인은 49%가 대학 졸업장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 내 아시아계 비중이 5.6%에 불과하지만, 수학이나 물리 올림피아드 수상자, 장학금 수혜자를 보면 25%~30%가 아시아계 학생입니다. 뉴욕 내 아시아계 학생의 비중은 13%인데 들어가기 힘들다는 명문 고등학교에 입학 허가를 받는 학생은 60%~75%가 아시아계 학생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 백인과 아시아계 학생 총 6,000명을 연구한 에이미 신과 유 시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계 학생이 더 똑똑해서가 아니라 뭐든 더 열심히 하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배경이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그 영향력은 미미했습니다. 노력에 따라 점점 격차가 벌어지는 거죠. 아시아계 학생과 백인 학생들의 태도와 관점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아시아계 학생들은 수학적 능력도 배울 수 있는 것이지 타고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아시아계 학생들은 A마이너스 학점을 F나 다름없는 걸로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졌습니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아시아계 부모는 자식의 숙제를 돌보는 데 다른 인종보다 적어도 20분은 더 보냅니다. 제니퍼 리와 민 저우의 또 다른 연구는 아시아 사회는 교육을 중시하는 사회라는 “인종적 자산”이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부모가 박사를 딴 친척이나 이웃을 부러워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가면 중국인이 운영하는 대학 입시 학원이나 과외 서비스가 넘쳐나죠. 그들은 자식들이 반항할 때마다 모국으로 보낸다고 협박하곤 하는데, 아무리 미국에서 교육을 강조해도 모국의 교육열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죠.

이러한 압박과 열심히 일하는 태도는 결국 아시아계 학생들을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이끕니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 소위 ‘날고 기던’ 학생들의 빼어난 성적을 감안하면 대학입시 성적이 대단한 편은 아닙니다. 아시아계 학생들은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아시아계 학생들의 정원을 암묵적으로 정해놓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점수를 놓고 따져보면 1,600점 만점인 SAT(대입 수능)에서 같은 대학에 입학하려면 아시아계 학생은 백인 학생에 비해 140점을 더 받아야하고, 반면 흑인 학생은 백인 학생보다 무려 310점을 덜 받아도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학생 가족의 경제적 배경은 고려하지만 인종은 고려하지 않는 캘리포니아의 주요 대학에서 버클리의 경우 41%, 칼텍은 44%가 아시아계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시아계 학생들이 불만을 가질 만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유대인의 경우처럼 보이지 않는 인종적 편견이 입학 여부에 영향을 끼치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소수민족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이 영향을 끼치는 건 확실합니다. 명문 대학은 일반적으로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란 흑인이나 히스패닉에게는 성적이 낮아도 입학 허가를 줍니다. 스포츠 스타, 정치적 영향이 큰 학생, 건물 등을 기부할 가능성이 높은 부잣집 학생 등을 제외하고 나면 순전히 성적으로만 뽑는 학생 수는 그만큼 줄어듭니다. 기부금에 재정적으로 기대고 있는 아이비리그 문화가 변하지 않는다 가정하면 다음 고려 대상인 소수민족 우대 정책이 논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몇몇 주에서는 인종을 대학 입학의 잣대로 사용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했습니다. 다른 몇몇 주에서는 소송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인종별로 정해놓은 숫자가 있다는 의혹을 부인합니다. 그러나 하버드대학 입학처의 답변을 자세히 분석해보면 인종은 분명한 고려대상입니다.

“저희 학생들은 인종을 포함해서 다양한 배경에서 왔고, 다양한 배경에서 온 학생들을 교육 과정에 포함시키는 것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실제 사회에 적응하는 데 중요합니다”

입학 사정에 대해서는 시험 성적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사항을 두루 고려한다고 말해 간접적으로 인종도 고려 대상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인정합니다.

아시아계 부모들은 이에 반발합니다. 아시아계 부모들이 자녀를 수학만 잘하고 일밖에 모르는 공부 벌레로 키우던 시절은 이미 예전에 지났습니다. 이제 자식들에게 다양한 활동을 하라고 권유하죠. 음악, 토론, 봉사 활동, 운동, 입학 과정에서 고려하는 모든 활동에 아시아계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활동을 두루 섭렵한 아시아계 학생도 아이비리그에서는 거절당하곤 합니다. 마이클 왕처럼 모든 것을 갖추고도 하버드에는 떨어진 아이린 리우의 어머니 트리시아는 말합니다. “정말 화가 나요. 우리는 열심히 일하면 성공한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왔어요. 이런 결과는 제가 알고 있는 아메리칸 드림에 위배되는 일이예요.” 아이린은 캐나다 최고 대학에 가기로 결정하고 만족하고 있지만, 어머니는 그저 속상합니다.

왕 씨는 아시안들이 이런 보이지 않는 차별의 벽에 가로막혀 포기하고 게을러지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시아계 부모들은 상황이 더 어려워지면 아마 더 엄격하게, 더 열심히 할 거예요. 모두에게 기대 수준이 높아지지만, 아시아계 학생들에게는 특히 더 그렇겠죠.”

뉴저지에 사는 14살 아놀드 지아는 제도가 선입견을 더 고착화시킬 거라고 말합니다. “소수민족 우대 정책이 아시아계 학생들에겐 더 불리하게 작용하니까 아시아계 학생들은 성공하려면 공부든 과외 활동이든 더욱 열심히 할 겁니다. 그러면 결국 아시아계 학생들은 완벽을 추구한다는 선입견은 더 강화되고 말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사회 전체가 소수민족 우대정책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 가운데는 민주당 지지자가 많고, 스스로가 소수민족의 모델이 아니라 그저 차별받고 억압받던 소수민족이었을 때를 기억하는 이도 많습니다. 이 정책이 시대에 맞춰 개선되어야 할 것이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은 이유입니다.

아시아계 미국인이 학교, 대학에서 잘하고 평균보다 소득 수준이 높기는 하지만, 직장에서도 승승장구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대나무 천장(Bamboo Ceiling: 여성들이 승진하는 데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다는 단어 유리 천장에서 빗대어 아시아인들에게 적용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가리킴)”이 드러납니다. 구글, 인텔, HP, 링크드인과 야후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27%가 아시아계인데 비해 부장급 가운데는 19%, 임원급으로 올라가면 아시아계의 비율은 14%로 줄어듭니다. 법조계에서도 법률회사 변호사의 11%가 아시아계인데 임원은 3%에 불과합니다. 교수 사회에서도 아시아계 교수가 많지만 학장들 가운데는 아시아계 교수를 찾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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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문화적인 영향 탓일지도 모릅니다. 아시아인은 나서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공부벌레인 경향이 있죠. 조용하고, 팀워크를 해치지 않은 채 팀의 일부가 되며, 겸손하라는 가르침을 받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유교사회에서는 자연의 질서가 있거든요. 권위에 맞서 싸우지 않고 순응합니다.” 아시아계 미국인은 점점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으나 능력이 있어도 리더의 자리로는 쉽게 뛰어들지 않습니다. 이와는 다른 문화에서 자란 인도인들의 경우 조금씩 리더의 자리로 올라서는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 다른 장애물은 네트워킹이 어렵다는 겁니다. 와튼 비즈니스 스쿨에서 실험의 일환으로 영향력 있는 교수를 만나고 싶다고 6,500명에게 똑같은 이메일을 보냈을 때 백인 남학생이 답장을 받을 확률이 현저히 높았습니다. 아이비 스쿨이 아시안 학생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아시아인이 좀처럼 CEO나 국회의원, 판사 자리에 오르지 못하기도 합니다. “우리에게서 사다리를 빼앗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아이비리그 대학에 갈 수 없으면, 그 다음에 월스트리트, 국회, 대법원에는 어떻게 갑니까?” 제롬 카라벨의 유대인 연구에 따르면 유대인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고 나서야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학생 선발 과정에서 유대인에 대한 차별을 멈췄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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