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은 거의 변화가 없으나 유전학적으로는 진화하고 있는, 아주 오래된 해양 동물
2015년 9월 23일  |  By:   |  과학  |  No Comment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과 도쿄대학의 과학자들이 일본 아마미섬에서 수집된 린굴라 아나티나(Lingula anatina)로부터 린굴라 목에 속하는 완족동물의 유전체를 최초로 해독해냈습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유전체 분석 논문에서 린굴라는 34,000개 이상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린굴라의 유전체는 “살아있는 화석”으로 알려져 있는 것과 달리 활발하게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수께끼의 “살아있는 화석”

완족동물은 겉껍질과 줄기를 가지고 있는 해양 무척추동물입니다. 종종 연체동물로 오인되곤 하지만 닮은 것은 겉모습 뿐입니다. 조개나 홍합 등이 속하는 이매패류는 몸의 양쪽에 껍질을 가지고 있지만 완족류의 껍질은 몸의 위와 아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매패류의 대칭면은 좌우 껍질과 나란히 위치하고 있으며 껍질이 서로의 거울상이 됩니다. 완족동물의 대칭면은 껍질과 직각으로 놓여 껍질을 반으로 가르기 때문에 각 껍질이 좌우대칭의 형태를 지닙니다.

완족동물은 생광물화(biomineralization)를 보여준 최초의 동물 중 하나입니다. 생광물화란 살아있는 유기체가 광물로 이루어진 단단한 조직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최초의 완족동물 화석은 캄브리아기 초기, 약 5억 2천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완족동물은 빠르게 전 세계로 퍼져 고생대(5억 4,200만 년 ~ 2억 5,100만 년 전)에는 광물질로 이루어진 껍질에 힘입어 바다를 지배하면서 풍부한 화석 기록을 남겼습니다.

린굴라 목에 속하는 완족동물은 실루리아기(4억 4,300만 년 ~ 4억 1,900만 년 전) 때부터 겉모습이 거의 변하지 않아 다윈이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지칭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동물들이 더 이상 진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연구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연체동물 사촌

완족동물의 진화적 기원 및 다른 종류의 동물들과의 유연 관계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완족동물과 연체동물의 계통발생학적 관계는 물론 촉수담륜동물(Lophotrochozoa) 내의 다른 동물들, 예를 들어 환형동물, 조개, 굴, 달팽이, 오징어 등과의 유연관계에 대해서 논쟁을 계속했습니다. 린굴라 유전체의 계통발생학적 분석 결과는 완족동물이 연체동물과 가장 가까운 관계이며 환형동물과는 더 먼 관계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다른 촉수담륜동물과 이들이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더 조사가 필요합니다.

“분자 수준에서 완족동물은 연체동물과 매우 유사합니다. 둘 다 선구동물로, 발생 중인 배아에서 입이 먼저 생기고 항문이 나중에 생깁니다. 하지만 완족동물의 배아 발생과정은 연체동물과 매우 다릅니다. 오히려 항문이 먼저 생기고 입이 나중에 생기는 후구동물과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논문의 제1저자인 이지운 루오의 말입니다. “린굴라 유전체 프로젝트의 결과가 이러한 차이점 및 다양한 완족동물 몸의 구조가 발생하는 데 특정 유전자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화석”? 글쎄…

화석 기록에서 볼 수 있는 조상과 “살아있는 화석” 이 겉모습 뿐 아니라 유전체 측면에서도 매우 비슷하리라고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유명한 “살아있는 화석” 의 하나인 실러캔스의 경우에는 척추동물 가운데 분자진화 속도가 가장 느리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실제와 가깝다고 볼 수 있지만, 린굴라의 유전체는 겉모습의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화석화된 린굴라와 살아있는 린굴라는 화학적인 구조에 있어서 상당한 다양성을 보여줍니다. 화석의 연질부에 대한 분석은 또 린굴라 목에 속하는 완족동물 사이에서도 형태학적인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논문의 저자들은 또 유전체 구조와 유전자 군에 있어서도 상당한 변화를 발견해 린굴라가 진정한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생각에 반대되는 증거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린굴라의 유전자 가운데 기본적인 대사와 관련되어 있는 유전자들은 촉수담륜동물들 가운데 가장 느린 변화속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행진화

동물 진화의 가장 큰 수수께끼 중 하나는 척추동물과 린굴라가 진화적으로는 매우 먼 관계지만 생광물화를 위해 인산칼슘과 콜라겐 섬유를 공통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유전체 수준에서 비교를 하자 린굴라는 뼈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척추동물과는 다른 종류의 콜라겐 섬유를 사용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린굴라와 척추동물이 독립적으로 진화하여 경질부 조직을 형성하는 데 서로 다른 기작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평행진화의 흥미로운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린굴라 유전체의 해독은 생광물화의 기원은 물론 완족동물과 촉수담륜동물의 진화적 역사에 대해서도 새로운 실마리를 던져주었습니다.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 해양유전체부의 수장이며 논문의 마지막 저자인 노리유키 사토 교수의 말입니다. “동물 진화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 것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진화 경로를 택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토 교수가 덧붙였다. “동물의 다양성을 위해 자연 서식지를 보존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이번 연구는 일본 동물학 연구가 좋은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이언스 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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