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소름을 돋게 만드는 이유(1/2)
원래 나는 베르디 이야기로 이 글을 시작하려 했습니다. 지난주 어느 날, 나는 이 이탈리아 작곡가의 레퀴엠을 듣다가 등으로 한 줄기 싸늘한 기운이 지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곡은 “디에스 이레(Dies Irae)”라는 곡으로 클래식 캐논 곡 중 가장 격렬하고 위협적인 곡 중의 하나입니다. (이 제목의 뜻이 ‘운명의 날’이라는 것은 말해야 겠지요.) 팀파니는 깨어져라 소리치고 합창단은 울부짖습니다. 나는 베르디의 이 곡이 음악이 가진 실로 신비한 작용인 ‘소름(the chills)’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있어 적절한 선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베르디: 레퀴엠, 디에스 이레(Verdi: Requiem, Dies Irae)
하지만 다음날 나는 한 친구와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라디오에서 나오는 테일러 스위프트를 들었습니다. “배드 블러드(Bad Blood)”라는 그 노래를 듣던 중 나는 또 내 팔에서 소름이 돋으며 털들이 곤두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는 클래식을 좋아하는 교양인인 척 하고 싶었지만, 내 몸은 사실 그렇지 않았던 것이죠.
이런 일들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요? 물론 내가 스위프트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녀의 음악을 특별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었다는 것이죠.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도대체 왜 음악을 듣다가 난데없이 소름이 돋는 것일까요? 뇌과학자 제시카 그란은 이런 소름이 “투쟁 혹은 도피(fight or flight)”라 불리는 일종의 자율 신경계 각성으로 진화적 기제라고 설명합니다. 피부의 털이 곤두설 뿐 아니라, 심박수가 증가하고 호흡은 빨라지며 더 깊어집니다.
그리고 감정적 요소가 있습니다. 그란은, 이런 각성 자체가 특정 감정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는 감동과 공포가 같은 종류의 신체적 변화를 동반한다는 뜻입니다. 그가 감동하고 있는지 두려워 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오직 그 사람에게 그 느낌을 물어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물론 음악에 의한 소름은 대체로 즐거움에 의한 것입니다. 만약 이 감정이 마음에 의한 것이라면 무엇이 이런 감정을 불러 일으키게 만드는 것일까요?
과학자들은 소름이 돋는 순간, 뇌 깊숙한 곳의 “중격의지핵(nucleus accumbens)” 부분이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여기가 바로 우리가 ‘보상 구조(reward structure)’라고 부르는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음식, 섹스, 약물 등의 모든 생물학적 보상이 이곳에서 이루어집니다. 또한 음악에 의해 소름이 돋을 때 분비되는 도파민은 코카인이나 암페타민 그리고 다른 강도 높은 쾌락 경험에서 분비되는 물질입니다.”
물론 음악을 들으며 소름을 느껴본 사람들은 이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를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한 실험에 의하면 일반인의 47%는 한 번도 음악에 의한 소름을 느껴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들이 안 됐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음악에 의한 흥분은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정 중 가장 즉각적인 즐거움 중의 하나입니다. 신체와 마음이 모두 관여하며, 또한 종종, 나 자신보다 훨씬 더 거대한, 표현하기 힘든 무언가에 접속하는 듯한 그런 심오한 느낌을 줍니다.
테일러 스위프트 – 배드 블러드(Taylor Swift – Bad Blood)
때로는 내 뇌 속에 설치된 미묘한 감지 회로가 소름이 돋는 순간을 정확히 가리키도록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스위프트의 노래에서는 공식 비디오의 1분 34초 부분이 그랬습니다. 음악심리학자 존 슬로보다(John Sloboda)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이 부분은 음악학에서 ‘이명동음적 변화(enharmonic change)’라고 부르는 것으로, 음을 그대로 두면서 화음을 새롭게 해석하게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그녀가 “나우 위 갓 프라블럼스”라고 할 때 나오는 낮은 음이 이 화음을 다르게 만듭니다. 이는 멜로디의 흐름에 있어서 다소 예상치 못한 변화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 ‘뜻밖의 사건’이 소름의 원인이라는 것 같습니다. 1991년 슬로보다는 소름을 포함한 음악적 경험과 특정한 음악 구조를 연결시키는 연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실험 참석자 중 10 명이 이명동음적 변화에서 소름을 느꼈습니다. 4명은 울음을 터뜨렸고 6명은 등골을 따라 서늘함을 느꼈죠. 이는 사람들에게 소름을 끼치게 만드는 10개의 음악구조 중 네 번째로 효과가 큰 것입니다.”
그럼 가장 효과가 큰 것은 뭐죠? “앞꾸밈음(Appoggiaturas)”입니다. 뭐라고요? “제일 유명한 예는 알비노니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에서 바이올린이 등장할 때 나는 음입니다.” 슬로보다는 비틀즈의 예스터데이도 같은 효과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음이 한 음 낮아집니다. 이것은 일종의 결심을 의미하죠.”
슬로보다는 앞꾸밈음과 이명동음적 변화, 그리고 다른 이런 소름을 느끼게 하는 음악 구조들의 공통점이 바로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소리가 변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란의 표현에 따르면, 우리를 “소스라치게(startle)” 한다는 것이죠. 이런 충격이야말로 실은 우리를 위협적인 환경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게 만들기 위한 진화의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왜 공포는 즐거움과도 연결되어 있을까요? “사람들은 이런 공포를 느끼기 위해 할로윈에 유령의 집을 가거나, 또 공포 영화를 찾아보지요. 즉 사람들은 이런 예상치 못한 놀라움을 좋아하는 듯 보입니다. 실제 위험에 처하지 않고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음악의 좋은 점이죠.”
(가디언)